로봇이 게임을 하고, 짜증을 내는 세상. 로봇(혹은 안드로이드)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상. 고전 공상과학(SF)부터 지금까지 게이머와 영화 팬들에게 사랑받는 이 주제가 성큼 다가왔다. 게임을 하는 AI, 게임을 만드는 AI의 등장이 초 읽기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구글딥마인드(DeepMind)와 오픈AI(OpenAI) 등 많은 단체가 게임을 하는 AI 개발에 착수했다. 이들은 최근 각각 고전 하이퍼 FPS ‘퀘이크3’와 AOS(혹은 MOBA) ‘도타2(Dota2)를 사람만큼 플레이하는 AI를 공개했다.

연구에 활용된 ‘도타2’와 ‘퀘이크3’는 순간적인 반응과 대응이 필요한 게임이다. 먼저 ‘도타2’는 5대5로 나뉜 두 팀이 중립 몬스터를 처치하고, 적을 견제하며, 때로는 상대를 꺾는 순간적인 판단과 조작이 필요하다. ‘퀘이크3’는 빠른 템포로 진행되는 하이퍼 FPS로, 다양한 장애물과 무기로 적을 제압하는 순발력이 중요하다.

▲오픈AI의 도타2 팀 오픈AI 파이브(OpenAI Five)(사진=오픈AI 블로그 캡쳐)

오픈AI는 비영리 인공지능 연구소로, 천재 투자자이자 발명가로 유명한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가 투자해 유명해진 곳이다. 이들은 지난해 8월 ‘도타2’ 프로게이머 ‘덴디’ 다닐로 이슈틴의 이벤트 매치를 온라인 중계했는데, 당시 ‘덴디’는 오픈AI와 두 번의 대결에서 모두 패했다.

약 1년이 지는 2018년 7월에 깜짝 발표가 이어졌다. AI 5대로 구성된 ‘도타2’ 프로팀의 첫 무대가 7월 예고된 것. 최고 수준의 프로게이머 ‘덴디’ 5명이 팀을 꾸린 격이다. AI가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며 소통하는 수준까지 왔다는 것을 자랑하는 퍼포먼스로 보인다.

구글의 AI연구팀 딥마인드는 ‘퀘이크3 아레나’를 연구소재로 삼았다. 급변하는 상황에서의 대응력과 연계와 협력을 학습하기 위함이다. 날씨나 건강 관리 등 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초전으로, 게임 속 세상을 연습문제로 선택한 것.

▲사진=딥마인드 블로그 캡쳐

연구팀 블로그에 따르면 ‘퀘이크3’를 학습 중인 AI는 인간의 수준을 따라잡았다고 밝혔다. 40명(인간이 포함된) 대회에서 고수와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며, 승률에서는 1위를 달렸다. 가상의 공간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빠른 템포의 게임에서 AI가 인간을 제쳤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두 연구는 목표는 게임을 하는 AI가 아니다. 게임이라는 현실보다 한정된 상황에서 AI가 어떤 것을 배우는지 살펴보고, 이를 넘어 팀 게임에서 AI가 어떻게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일환이다. 게임을 소재로 삼은 것도 딱딱한 연구를 부드럽게 바꾸려는 시도일지 모른다(연구자가 열성 게이머라서 일수도 있다).

게임을 하는 AI를 넘어 게임을 만드는 AI에 도전하는 업체도 있다. 한국의 엔씨소프트다. 여러 조직이 AI의 다양한 분야를 연구 중이다. 이중 게임 AI랩과 비전 TF 두 부서는 게임개발의 효율성을 높이는 AI를 연구하고 있다. 게임 AI랩이 서비스와 게임개발에 관여하고, 비전 TF가 캐릭터 이미지 생성, 채색 AI를 연구한다.

게임 AI랩은 단순한 반복작업과 예측 가능한 문제들을 점검하는 비교적 고전적인 AI의 고도화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비전 TF는 인간과 일부 생물의 영역인 창의적인 활동까지 대신하는 AI를 연구 중이다.

지금은 비교적 단순 문제를 푸는 계산 영역에 멈춘 AI지만, 가깝고도 먼 미래에는 창의적이고 합리적인 AI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강철로 된 팔과 다리를 달아준다면, 게임과 영화, 만화 등에서만 볼 수 있었던 사람처럼 생각하고 즐기는 로봇이 등장하게 된다. 이런 흥미롭고도 무서운 기술 연구가 게임 속에서 탄생하고 있다니 재미있고도 신기한 일이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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