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나라인 독일과 일본, 이른바 전범국들은 각자의 특징을 가진 깃발을 내세웠다. 독일은 하켄크로이츠 문양, 일본은 욱일 문양의 깃발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6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두 문양에 대한 대접은 확연히 다르다. 하켄크로이츠는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지탄을 받고 비난을 받으며 독일 자체에서 법으로 사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지만 욱일 문양은 아시아권을 제외한 국가에서는 종종 사용하는 것이 눈에 띄고 있다.

최근 종료된 러시아 월드컵의 일본 본선 경기에서도 관중석에서 욱일기가 등장했고, 최근 열린 프랑스의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에 일본 자위대가 욱일기를 들고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이는 게임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출시된 게임들 중에는 욱일기를 게임 아이템이나 배경에 사용하는 사례가 가끔 있었다. 

90년대 초반 국내 오락실을 점령했던 '스트리트파이터2'의 혼다 스테이지에는 승부 종료시 욱일 모양이 등장했고 EA의 유명 게임 '심즈'의 모바일 버전 '심즈 프리플레이'에는 욱일 문양을 활용한 인테리어 소품이 등장했다.

2013년 워게이밍넷의 '월드오브워쉽'에는 욱일기를 사용하는 일본 함대를 등장시켰다가 유저들이 반발하자 즉각 일장기로 대체했고 2015년 일본의 모바일 게임 '하얀고양이 프로젝트'에는 욱일 문양의 복장을 입은 캐릭터를 등장시켰다가 국내 유저의 항의로 복장을 수정했다.

그리고 최근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하 배그 모바일)에는 욱일 문양이 그려진 비행사 마스크 아이템을 판매한 것은 물론 게임에서 활용 중인 인공지능(AI) 봇의 닉네임 중 하나가 '731부대'였던 것이 알려지면서 회사 측은 문제가 되는 부분을 삭제하고 향후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그동안의 사례와 달리 이번 '배그 모바일'의 사례는 역대급 논란이 되고 있다. 왜냐면 그동안의 사례와 달리 사실상 국산 게임으로 취급받는 게임에서 욱일 문양과 금기시되는 단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욱일기야 워낙 많이 언급돼서 말할 것도 없지만 731부대는 게임쪽에서는 처음 활용되는 이슈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731부대는 일본이 2차대전 당시 중국에 설립한 세균전 부대로 한국인을 비롯한 1만명 이상의 민간인들을 생체실험에 이용해 전 세계적으로 지탄을 받은 부대다.

의도를 가지고 사용하는 일본 개발사는 차치하고, 해외의 개발사 및 서비스사는 욱일 문양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잘 모르고 활용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관련되 항의나 제보가 들어가면 해당 회사는 즉시 사죄하고 변경하곤 했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는 한국의 개발사인 펍지 주식회사에서 한국 개발자들이 주축이 되어 개발한 게임이다. 물론 PC용 '배틀그라운드'와 달리 '배그 모바일'은 중국 텐센트에서 개발했다고 하지만 이를 총괄하는 곳은 펍지 주식회사다.  

이 아이템과 이름을 만든 사람이 어느 국적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아이템과 AI 봇의 이름을 출시하기까지 확인해 거르지 못했다는 것은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것이고, 이는 관리자와 회사의 책임이다. 

또한 욱일 문양을 활용한 표현의 방법도 문제다. 욱일 문양을 단순한 복장을 꾸미는 요소로 사용한 것이 아니라 비행사의 마스크 아이템에 사용했다는 것은 일본의 자살 특공대인 카미카제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해당 마스크는 해외의 한 서바이벌게임용품 기업이 판매 중인 마스크와 매우 유사하며, 이 제품은 이름마저 카미카제 마스크다. 이쯤 되면 실수라기 보다 다분한 의도가 들어갔다고 밖에 볼 수 없다. 게임 내 아이템은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과 검수까지 여러 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이번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문제 발생 경과를 검토한 뒤 담당자에게 엄중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지만 이미 유저들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다. 쌓기는 매우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인 것이 신뢰다. 다른 업체들도 이번 이슈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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