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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택의 콘텐츠 이야기, 망중립성에 관하여망중립성은 무엇인가?
  • 박형택 칼럼니스트
  • 승인 2018.08.0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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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칼럼에서 필자는 게임의 장르별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오고 있다. 그 이야기는 그대로 연재할 계획이나, 이번 칼럼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최근 필자가 참석하는 유관기관의 회의 중 망중립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루어졌다. 2017년 12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가 망중립성에 대한 폐지를 결정하면서 국내에서도 망중립성 폐지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미국이 폐지했으니 우리도 검토해야 한다는 전제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미국에서 총기 소유가 합법이니 우리도 총기 소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성립하지 않듯 미국이 망중립성을 폐지했으니 우리도 폐지해야한다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그러나 네트워크 사업과 콘텐츠 사업의 다양한 분야 사람과 접하는 필자 주변에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입장과 의견을 가진 사람이 많다. 따라서 필자의 경우 개인의 생각을 오프라인에서 공개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조금은 덜 부담스러운 온라인 공간을 통해 필자의 생각을 알리고, 필자의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을 늘이기 위한 노력을 해보고자 한다.

 

<망중립성은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 3가지 원칙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망중립성의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와 정부들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 내용, 플랫폼, 장비, 전송 방식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

 

이런 망중립성은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 3가지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 말은 네트워크 망은 모든 트래픽을 차별하지 않고 동일하게 처리하여야 하며, 모든 네트워크 망은 사업자와 상관없이 상호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되어야 하며, 모든 접속자는 다른 접속자와 연결할 수 있는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는 네트워크 망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합법적으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어떤 사용 주체에 대해서도 자의적으로 차별적인 대우를 취할 수 없다는 원칙이다.

 

이런 망중립성에 대한 시장의 주장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 주장은 네트워크 망을 제공하는 네트워크 사업자의 입장에 대한 주장이다. 네트워크 사업자는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업자마다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이 차이가 있으니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네트워크 망을 통해 더 많은 사업 소득을 올리는 사업자는 더 높은 비율의 이용료를 부담하여 망을 유지하기위한 네트워크 사업자의 노력을 보전해 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제로레이팅’의 도입을 주장하기도 한다. 제로레이팅이란 특정 콘텐츠를 사용할 때 서비스 사업자가 콘텐츠 이용자의 망 이용 요금을 부담하여, 이용자는 네트워크 이용 요금 없이 콘텐츠를 사용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제로레이팅은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이익이라는 내용이다. 게다가 매년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네트워크 사업자의 많은 설비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이런 설비 투자를 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망중립성은 폐지되어야 하고, 사업자마다 차별화된 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모 통신사 임원은 이를 빗대어 “호텔을 지어놨더니 로비에서 멋대로 장사를 하고 있다”는 식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두 번째 주장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하는 서비스 사업자의 입장이다. 서비스 사업자는 네트워크는 공공재라고 주장한다. 네트워크는 사회 기반 시설인 인프라이므로 네트워크 사업자가 사유 재산처럼 임의적으로 통제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이미 네트워크 가입자에게 이용료를 받으면서 서비스 사업자에게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부과라고 강조한다. 게다가 망중립성의 폐지는 네트워크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부추기고 결국 이용자에게 피해가 갈 것이라고 말한다.

 

<네트워크는 수많은 서비스가 연결되어 있는 집합체이다>

 

그럼 이런 주장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째, 네트워크 망이 공공재이냐 사유재이냐의 문제를 먼저 살펴보자. 이 문제는 가장 우선 대체 가능성을 판단해봐야 한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 없이 살기 어려운 세상에 왔다. 아이들 가정통신문도 인터넷으로 보내고, 은행업무도 인터넷으로 하는 세상이다. 이제 인터넷 없이 현대 생활을 영유하는 것은 교통수단 없이 사는 것과 같다. 공공재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편의를 더욱 증진시켜주는 것이 옳다.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제도나 서울 시내의 버스 전용차선 역시 그런 의미에서 옳은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수익성을 위해 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대중교통과 비교할 수 없으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니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라고 하는 것은 네트워크 망이 선택의 대상일 때 성립할 수 있다. 이미 네트워크 없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 왔는데 대체제도 없는 네트워크의 사용 환경을 통신 사업자가 임의대로 조정한다는 것은 또 다른 네트워크 권력과 다름이 아니다. 더 요금을 내는 사람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요금을 적게 내는 사람을 차별하겠다고 하는 것의 다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둘째, 신규 네트워크 망에 투자할 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제로레이팅을 통해 서비스 사업자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고 이용자의 요금을 줄여주면, 이용자가 늘어 서비스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주장이다. 네트워크 망에 신규 투자할 재원이 필요하다면 그 재원은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 그것이 이용자이든 서비스 사업자이든 누군가는 그 재원을 네트워크 망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누군가는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야기는 성립할 수 없다. 서비스 사업자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면 그것은 결국 고스란히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결국 네트워크 망 사업자가 요금 인상을 할 수 없으니 서비스 사업자에게 부과한 이후 이용자에게 알아서 받으라고 요금 인상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납품가 인하를 요구한 다음 부족한 수익은 그 밑의 하청업체에게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여 보충하라고 이야기하는 갑질과 같다. 이 주장을 듣고 있으면, 조삼모사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이 내용만 보면 지금 네트워크 망 사업자들은 이용자가 원숭이인지 사람인지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마지막으로 망중립성은 지켜야만 하는 것인지 살펴보자.

 

먼저 과거의 이야기를 해보자. 2012년 무렵 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모바일 인터넷전화)서비스가 시작될 무렵 각 통신사들은 강력하게 반대했다. 해당 서비스는 과도한 데이터를 사용하여 통신사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키고, 신규 시설 투자가 어려운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전문가라고 언론에 표시되는 익명의 사람들이 망중립성이 폐지되면 장기적으로 향상된 서비스 품질을 보장받고, 권익을 높이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망중립성의 폐지는 통신사와 인터넷 사업자 간 균형을 찾는 것이며, 자기가 돈을 더 내서라도 품질이 좋은 서비스를 원하는 이용자들의 권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들은 네트워크 망은 네트워크 장비를 설치한 통신사의 사유재산이니 재산권을 지켜야한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러한 주장은 몇 년 전 의료보험 민영화 이야기할 때도 했던 논리이고, 수많은 공공기관 민영화 할 때도 들었던 이야기이다. 최근 망중립성 때문에 5G 시대에 맞는 설비에 더 투자할 재원이 없을 수도 있다고 많은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말했다. 그런데 2017년 기준으로 공시된 국내 네트워크 사업자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살펴보자. SK텔레콤의 매출은 17조가 넘고, 영업이익은 1조 5천억이 넘는다. KT의 매출이 23조가 넘고, 영업이익이 1조 3천억이 넘는다. LG U+가 매출 12조에 영업이익 8천억 이상이다. 몇 년째 적자를 본 적도 없다. 이익금이 쌓여서 회사에 누적된 이익잉여금이 작은 기업이 1조원이 넘고, 많이 쌓여있는 기업은 17조가 넘는다. 이런 이익잉여금은 매년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신규 설비 투자로 수 조원씩 지출하고 남은 것이다. 이런 내용으로 비추어보면,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돈은 더 벌고 싶은데 요금 인상은 눈치 보이고,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고 있으니 그 돈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아이들 삥 뜯는 양아치처럼 해서라도 그 돈을 뺏어오고 싶은 욕심의 표현이다. 동네 양아치도 아이들 돈을 삥 뜯으면서 내가 삥을 뜯으면 부모님들이 용돈을 올려줄 것이니 너한테도 이익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냥 돈을 더 벌고 싶다면 차라리 더 벌고 싶어서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고 싶다. 이용자는 바보가 아니다.

 

주파수는 한정된 공공재이다. 주파수를 할당받아 막대한 이익을 남기면서 사유재산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현재의 네트워크 사업자는 호텔을 지어서 영업하는 호텔 숙박업 사업자가 아니라 국유지 이용을 조건으로 보증금을 내고, 민자 고속도로 만들어서 막대한 이익을 얻는 기업과 같다. 그런데 이 도로를 이용하는 많은 사람들이 특정 관광지나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 관광지나 시설이 이 도로 때문에 많은 돈을 벌고 있으니, 이용자 수만큼 별도로 돈을 더 내라고 협박하는 수준의 이야기이다. 인천공항 이용하려고 민자 고속도로 이용하니까 인천공항보고 그 이용요금을 일부 부담하라고 말하는 이야기와 같다. 공항이 고속도록 이용요금을 부담하면, 그 이용요금은 공항 이용료에 반영되어 결국 이용자가 부담하는 상황은 같다. 대신 도로 이용료로 높이면 공항 이용료가 올라갈테니 요금 인상에 대한 소비자의 불만은 공항이 받게 될 것이다. 게다가 지금 주장하는 데이터의 차별적 이용은 요금을 더 내지 않으면, 해당 관광지에 가는 사람들은 제한된 차선만 사용하게 해서 교통 체증을 유발하거나, 아예 도로 이용을 막아 접근을 막겠다는 공갈이기도 하다. 또한 이용자에 따라 더 많은 요금을 내는 사람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결국 별도의 차선은 프리미엄 요금 내는 사람의 전용 차선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며, 이것은 뒤집어 말하면 적은 요금을 내는 사람은 느린 속도를 감안하고 이용하라는 차별 정책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이건 G스타 기간에 부산으로 가는 KTX 이용자를 위해 부산시는 KTX 혼잡 이용료를 별도로 철도 공사에 지불하라고 하는 이야기와 같다. 이러한 주장은 통신환경이 생활의 필수품이 된 현대 사회에서 소득에 따른 데이터 이용 기획의 차별을 심화시켜 빈익빈 부익부를 더 부추기는 망 사업자의 갑질이며, 우리가 망중립성을 지켜야하는 이유이다.

 

<고속도로 이용료를 도로 사업자가 임의대로 정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렇게 투자할 돈도 없고, 자선 사업 같은 것이 네트워크 망 사업이라면 공공재인 주파수 사용권 반납하고, 네트워크 망 사업 기업은 자선 사업처럼 돈이 남는 사업도 아니니 그냥 자산 가치만 평가해서 매각해라. 팔기만 한다면 필자라도 나서서 투자자 모집해서 인수하겠다. 아마 팔기만 한다면 필자에게 순서가 돌아오지도 않겠지만 말이다.

 

박형택 칼럼니스트  acean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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