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최대 게임쇼이자 동아시아 최대 규모의 게임콘텐츠 축제인 ‘차이나조이’가 폐막했다. 이 자리엔 전 세계의 IP(지식재산권)가 다 모였는데, 그 자리에서 한국의 IP는 극소수였고 위상은 과거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반한감정을 빌미로 한국게임의 중국진출이 막힌 여파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게임업계 상황은 견우와 직녀다. 둘은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사이가 됐다. 투자와 상담 등 민간차원의 교류는 오가고 있지만, 정작 중요한 만남은 맥이 끊긴지 오래다. 서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모양새다. 민감한 외교관계와 정부 결정이 얽힌 문제라 민간 차원에서 해결이 쉽지 않다.

한편으로 중국은 한국 게임이 필요 없다는 시선도 있다. 향상된 개발 능력과 막강한 자본으로 퀄리티 높은 게임의 자체 생산과 소비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런데 속사정은 겉으로 보이는 분위기와 다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게임 업계 역시 한국 게임을 들여오고 싶어도 눈치를 볼 수밖에 없어 답답한 상황이라고 한다. 하나라도 많은 A급 게임을 품고 싶은 게 중국 업체의 속내라는 것. 그야말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견우와 직녀다.

중국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게임이 소비되는 패턴도 비슷하다.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은 중국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게임 한류로 분류된 다수의 작품이 아직도 중국 게임 시장을 호령하는 것과 같다. 중국 업체와 한국 업체가 서로 속앓이를 하는 이유기도 하다.

국내 대형 업체는 부랴부랴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으로 타깃을 돌려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그럴 여력이 부족한 중소업체는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중국을 바라보고 열심히 달렸는데 결승점이 사라진 셈이다. 해결될 때까지 버티기에 자원이 언제나 부족한 중소기업은 결국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자국 게임 산업을 밀어주던 중국 정부가 되려 게임 산업을 옥죄려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올해 초 판호 발급 기관을 바꾸면서 빡빡했던 규정은 더 촘촘해 지고 있다. 심지어 자국 신작 판호(내자판호)마저 발급을 중단했다고 하니, 동아줄조차 잇지 못한 한국게임 업계가 급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곧, 판호 발급이 재개된다고 하지만, 한국 게임까지 포함됐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중국업체가 해외시장, 그것도 한국을 타깃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마음은 더 급해지고 있다. 플랫폼이 모바일로 넘어오면서 과거 국내 업체를 통하거나 지사를 통해 서비스하던 중국 게임은 지금은 아예 직접 서비스를 하면서 거리낌없이 한국 시장에 밀려들고 있다. 이에 따른 부실한 서비스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들의 몫으로 남고 있다. 그에 비해 한국은 중국에 게임을 소개할 수 조차 없는 상황이 답답하다.

틀어진 견우와 직녀의 사이를 잇기 위해서는 오작교가 필요하다. 민감해진 두 국가에 다시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민간차원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게임은 한국 문화콘텐츠 산업 수출액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효자종목이다. 그런데도 이에 대한 정부의 미지근한 대응은 아쉽다. 

견우와 직녀는 결국에는 나름대로의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한국과 중국의 게임 교류는 이와 반대로 비극으로 끝날까 걱정된다. 중국이 규제를 한다고 우리도 규제를 하는 것은 옳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더 늦기 전에 외교 채널을 통한 해결 방안 강구는 물론 국내 중소기업에 대한 긴급 지원 등 보다 적극적인 정부의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골든아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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