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시대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로 익숙해진 AI는 이제 음악을 골라주는 똑똑한 스피커로 생활 속에 들어왔다.

AI는 사실 게이머에게 친숙한 기술이다. 게임 속에서 만나는 몬스터, NPC에 사용되기 때문이다. 과거 게임 AI는 입력(이벤트)에 같은 반응을 하는데 그쳤다. 최근에는 AI 기술이 발달하면서 도욱 사람처럼 행동하는 게임 AI가 발전했다.

자체 AI 연구소(랩)을 설립하고, ‘페이지’를 비롯한 다양한 생활형 AI를 개발해온 엔씨소프트 역시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AI개발에 열두하고 있다. 이 성과가 최근 공개돼 눈길이 간다.

엔씨소프트는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연 ‘인텔 블레이드앤소울 토너먼트 2018 월드 챔피언십(블소 월챔)’ 결선 현장에서 이벤트 매치를 통해 비무 AI ‘DES_Knightj(데스나이츠)’와 프로게이머의 대전을 주선했다.

‘DES_Knight(데스나이트)’는 엔씨소프트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비무 AI다. 비무 AI의 실력은 고수 프로게이머 수준. 연구개발팀은 사람과 같은 수준까지 성장한 AI에 학습 방법에 변화줘 공수균형, 공격형, 방어형 세 가지 비무 AI를 완성했다.

데뷔전은 충격적이었다. 3전 1승 2패. 세트로 따지면 8전 4승 4패다. 첫 번째로 출전한 공수균형 데스나이트는 1경기에서 유럽 배드인텐션즈의 역사 니콜라스 파킨슨을 상대로 2세트를 따냈고, 패배한 1세트와 3세트도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는 치열한 접전이 이어졌다. 2경기 방어형은 중국 지역 대표 하오란 선에게 역시 1대2로 패했다. 3세트 공격형 데스나이트는 최성진을 상대로 2대0 완승했다.

엔씨소프트 학습 방법에 따라 전혀 달라지는 경기 운영은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탄성을 받기 충분한 실력이었다. 이 AI 개발에 참여한 엔씨AI랩 이재준 상무는 “공격형 AI가 가장 승률이 높았다. 또, 방어형도 승률이 좋았는데 하오란 선수가 승리해 놀라웠다”라고 설명했다.

▲비무 AI를 설명 중인 엔씨AI랩 이재준 상무

이 상무에 따르면 ‘데스나이트’는 총 3년 6개월간 지도학습과 강화학습을 통해 AI 수준을 높였다. 이용자 로그데이터가 교재였고, 동시에 순수한 강화학습만으로 AI를 학습하는 모델도 사용했다고 한다.

‘데스나이트’는 순식간에 최적의 결과를 도출해 내는 실시간AI다. 생각할 시간이 충분한 바둑AI 알파고와는 다르다. 실시간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최적의 대응 방안을 내야 한다.

엔씨소프트 측은 “비무 AI는 바둑보다 복잡한 게임 방식을 순식간에 개산해야 한다. 비무 AI는 0.1초(틱)당 225가지의 선택지가 있다. 한 게임이 최대 3분(1800틱)간 진행되므로 바둑보다 많은 경우의 수를 순식간의 계산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블레이드앤소울’에는 다양한 AI가 이미 적용돼 있다. ‘무한의 탑’에서는 강화학습을 통해 개발된 AI가 이미 반영돼 유저들과 겨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 비무 AI 데스나이트와 ‘무한의 탑’ AI는 같은 것일까. 대답은 ‘아니다’다. 엔시소프트 측은 ‘무한의 탑’ AI는 유저와 놀아주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고, 비무 AI는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승리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개발돼 차이가 있다고 한다. 또, AI의 플레이 패턴도 상당부분 다른 방식으로 결정된다고 했다.

이 상무는 “‘심층 강화학습’ 방식으로 비무 AI를 개발했다. 기존 강화학습 기술에 딥 러닝을 적용한 형태다. 덕분에 더욱 다양한 상황에서 세밀하게 의사결정을 하고, 최적의 정책을 내놓을 수 있는 비무 AI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비무 AI는 아직도 성장 중이다. 지금까지 수십만 번의 비무를 진행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자신과의 싸움(강화학습)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그렇다면 유저와 프로게이머 수준의 비무 AI가 대결하는 날은 언제일까. 엔씨소프트 관계자에 따르면 아직 일반 유저와 비무 AI의 만남이 성사되기에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엔씨소프트 홍보실은 “비무 AI는 아직까지 개발 중인 단계로 현재 서비스 중인 ‘블레이드앤소울’에 적용될지는 미정이다. 이날 이벤트전은 현장을 찾은 유저들에게 e스포츠 경기에 또 다른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기획한 것”이라고 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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