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전의 총싸움(FPS) 게임 ‘콜 오브 듀티: 블랙 옵스4’(이하 ‘블랙옵스4’)가 지난 12일 PS4, Xbox One, PC로 전 세계에 출시됐다. 이 게임은 액티비전의 출시 첫날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 기록을 경신하며 흥행하고 있다. 한국 PC 버전 판매와 PC방 서비스는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 코리아가 담당한다. 한국에서는 PC방 순위 사이트 ‘게임트릭스’와 ‘게토’에서 일일 점유율 10~12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블랙 옵스4’는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최초로 싱글플레이(캠페인, 스토리 모드)를 없앴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싱글플레이를 아주 재미있게 즐겨왔기에, 본 기자는 이 소식을 들었을 때 크게 실망했었다. 시리즈 최초로 음성과 자막이 모두 한국어를 지원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당연히 반가웠지만, 동시에 그런 버전에서 싱글플레이를 즐기지 못한다는 생각에 아쉽기도 했다.

싱글플레이가 없어진 대신, 멀티플레이 콘텐츠는 더 충실해졌다. 시리즈 최초로 탑재된 배틀로얄 모드 ‘블랙아웃’, 탄생 10주년을 맞은 4인 협력 콘텐츠 좀비 모드, 멀티플레이가 구현됐을 때부터 항상 함께했던 PVP 모드 이상 3가지 콘텐츠가 준비됐다. 좀비 모드는 별도의 홍보영상도 공개됐다.

다만, 이런 소식이 이어진 후에도 ‘블랙옵스4’가 출시되기 전까지 많은 유저들이 의구심을 가졌다. 싱글플레이 없이 멀티플레이만으로 게임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우려와, 시리즈 최초로 탑재된 배틀로얄 모드가 안정적으로 돌아갈까 하는 우려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본 기자는 멀티플레이에 집중한 ‘블랙옵스4’의 시도는 멋지게 성공했다고 평가한다. 플레이하기 직전까지는 싱글플레이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하지만 3가지 모드를 모두 즐겨보고 난 후에는 각 모드의 알찬 콘텐츠 덕분에 이런 결정을 내린 것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실제로, 게임 관련 커뮤니티에도 본 기자와 비슷한 반응을 보이는 유저들이 많다. 각종 게임 외신들도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흥행도 성공했다. 액티비전의 출시 첫 날 디지털 다운로드 판매 기록을 경신할 정도였다.

앞으로도 멀티플레이에 집중한 ‘콜 오브 듀티’ 신작이 ‘블랙옵스4’처럼 충실하고 풍부한 콘텐츠로 무장하고 완성도 높게 나오기만 한다면, 적어도 본 기자는 싱글플레이가 없다는 점 때문에 비판하지는 않겠다. 개발 자원에는 시간과 인력이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충실한 멀티플레이에 싱글플레이까지 더해지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리고 트레이아크와 액티비전에 한 마디 전하고 싶다. “싱글플레이 없앴다고 해서 미워했던 것, 미안하다”

■ 학살쾌감과 퍼즐, 10주년 맞이한 좀비 모드

4인 협력 콘텐츠 좀비 모드는 ‘블랙옵스4’에서 탄생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만큼 풍부하고 완성도 높은 콘텐츠로 채워졌다. 출시 버전 기준으로 3개의 전장이 제공되고, 별도의 튜토리얼도 준비됐다. 여기에 초급 모드, 좀비 학살에 집중하는 돌격 모드, 사용자 지정 모드 등 다양한 방법으로 좀비 모드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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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모드의 기본적인 재미는 '학살쾌감'이다. 타이타닉호, 알카트라즈 교도소, 로마의 콜로세움이라는 유명 장소를 배경으로 제작된 전장에서 몰려오는 좀비를 학살하는 재미는 짜릿했다. 별 다른 배경 지식 없이 그냥 좀비만 잡아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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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를 학살하는 데 익숙해져서 생존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면,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각종 퍼즐을 풀게 된다. 다른 유저들과 협동해서 퍼즐을 풀어나가면, 더 강력한 무기와 다양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 총싸움 게임을 좋아하는 지인들과 함께 가볍게 즐기기에 딱 맞는 모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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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퍼즐을 풀고 모든 좀비를 처치해서 엔딩까지 보는 것은 꽤 어렵지만, 나름 던전 하나를 정복한 듯한 성취감을 준다. 총싸움으로 MMORPG의 ‘레이드’를 짧게 압축해서 즐기는 기분이다. 다만, 좀비 모드의 목표가 '무한 디펜스'가 아니라, '퍼즐 풀이'라는 것을 게임 내에서 설명해주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것을 명확하게 전달해주지 않다보니, 이 모드를 처음 하는 유저는 '좀비를 무한 사냥하는 모드'라는 인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좀비 모드는 싱글플레이가 없는 ‘블랙옵스4’에서 ‘짧은 싱글플레이’를 즐기는 느낌을 선사해준다. 전장마다 등장인물들의 스토리가 있고, 전장을 진행하면서 이 인물들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이다. 사용자 지정 매치로 혼자서 즐기거나, 인공지능 3명과 함께 즐기면 정말 싱글플레이를 하는 기분도 난다. 클리어하면 엔딩 영상이 나오며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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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임새 있는 튜토리얼 갖춘 PVP, 매치메이킹은 초보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

멀티플레이의 가장 기본이 되는 PVP도 건재하다. 팀 데스매치, 점령전 등 다양한 모드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일종의 ‘병과’에 해당하는 ‘스페셜리스트’라는 개념이 있고, 각 ‘스페셜리스트’의 기본 장비와 기술을 익힐 수 있는 튜토리얼인 ‘스페셜리스트 본부’가 별도로 준비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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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완성도도 높다. ‘스페셜리스트 본부’에서 조작법을 설명해주는 과정도 잘 짜여졌고, 캐릭터별로 스토리와 영상이 제공되어 몰입감을 더했다. 마치, 튜토리얼에 약간의 싱글플레이 요소를 섞은 느낌이랄까? 게임을 진행할수록 각 캐릭터의 영상이 계속 해금되는 방식이다.

이런 준비를 마치고 기본지식을 쌓으면, 연습게임을 한 판 한 후에 본격적으로 다른 유저들과 PVP를 즐기게 된다. 다양한 ‘스페셜리스트’가 준비되어있기에 자신의 입맛에 맞는 것 하나 정도는 찾을 수 있다. 기본적인 타격감도 좋고 전장에서 원격 조종 미사일 등 다양한 장비를 사용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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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초보 유저는 PVP에서는 승리하기가 쉽지 않다. ‘콜 오브 듀티’는 10년이 넘은 시리즈이기에 매년 PVP를 꾸준하게 즐겨왔던 유저들과 ‘블랙옵스4’로 입문한 초보 유저의 격차는 처음부터 벌어진다. 그렇다고, 게임 내에서 매치메이킹 시스템이 정교하게 돌아가는 것도 아니었다. 만나게 되는 유저들의 레벨 격차가 꽤 클 때가 자주 있었다. 초보 유저들만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나 모드가 있는 것도 아니다. ‘블랙옵스4’로 입문한 유저들은 PVP에서 이래저래 치이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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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으로는, PVP를 잘 못하는 유저나, ‘블랙옵스4’로 이 시리즈에 처음 입문한 유저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해 보인다.

■ 우려를 말끔히 씻어낸, 완성도 높은 배틀로얄 모드 ‘블랙아웃’

배틀로얄 모드 ‘블랙아웃’은 ‘블랙옵스4’에서 가장 주목받은 모드다. ‘콜 오브 듀티’ 시리즈 최초의 배틀로얄 모드이기도 하고, 싱글플레이가 없어진 자리에 들어간 모드였기 때문이다. 이 모드가 잘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여러 가지 ‘역풍’이 불 수 있는 환경이었다.

하지만 출시 직후부터 ‘블랙아웃’은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며 많은 유저들의 호평을 받았다. 게임 외신들도 전반적으로 매끄럽게 돌아가는 모습과 높은 완성도, 안정적인 서버 운영에 높은 점수를 줬다. 본 기자 역시 ‘블랙아웃’ 모드를 재미있게 즐겼고, 즐기면서 별다른 불편을 느끼지 못했다. 관심을 많이 받은 모드인 탓인지, 매칭이 잡히는 속도도 상당히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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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기본적인 완성도는 물론이고, 빠른 전개 속도도 마음에 들었다. 배틀로얄 장르는 게임 초반이 다소 지루해질 수 있는데, ‘블랙아웃’은 전혀 그렇지 않다. 캐릭터가 지상에 떨어진 순간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지루할 틈이 없었다. 덕분에 ‘보는 재미’도 잡았다. 죽은 후에 다른 유저의 플레이를 감상하는 것도 재미있었고, 다른 유저의 게임 방송을 처음부터 보는 것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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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PC 버전 최적화 정도다. 간혹 오류가 발생할 때가 있고, 사양에 따라서 프레임이 잘 안 나온다는 유저들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물론, 개발사가 꾸준한 패치를 실시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런 문제가 장기화될 것 같진 않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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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호평하고 싶은 것은 음성과 자막이 모두 한국어를 지원한다는 점과 한국 PC 버전 가격이다. 일부 번역이 빠진 부분이 있긴 하지만, 한국어 음성을 들으면서 ‘콜 오브 듀티’를 즐긴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덕분에 게임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국어 지원이 계속되길 바란다.

그리고 한국 PC 버전은 외국보다 가격(기본판이 45,000원)이 저렴하다는 것도 좋았다. 충실한 멀티플레이 콘텐츠를 고려한다면, 한국의 PC 버전 가격은 꽤 ‘착한’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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