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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림과 불편의 미학 담은 서부개척시대 생존일기, '레드데드리뎀션2'

오픈월드 게임의 장인 락스타 게임즈는 2013년 9월 'GTA'(그랜드 데프트 오토) 5' 출시 이후 장장 5년 동안이나 신작 부재의 허전함이 없는 독특한 개발사다. 'GTA 5'라는 괴물 게임이 온라인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며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유저들의 지갑을 호시탐탐 노렸기 때문이라고 본다.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동안 락스타 게임즈는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게임을 개발 중이었다. 그것은 바로 'GTA'의 서부시대 버전인 '레드 데드 리뎀션'(이하 레데리)의 후속작이다. 

2016년 10월 중순 티저 이미지 공개로 개발 사실을 발표한 이후 전 세계 게이머의 이목을 집중한 것도 모자라 게이머들 사이에선 "'레데리2' 이전에 등장한 오픈월드 게임들은 들러리일 뿐이다!" 라며 기대감을 고조시켜왔다.

▲ 두근거리게 한 티저. 하지만 2017년으로 예정됐던 출시가 1년 더 연기됐다.

하지만 한국 게이머들에게는 불과 3개월전까지만 해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2010년 출시된 1편이 유저들의 꾸준한 한글화 요청에도 불구하고 끝내 이뤄지지 않아 후속작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18년 8월, 꿈이라 생각했던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이제 '레데리2'가 2018 GOTY(올해의 게임)를 평정하러 온 것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 미리 이야기 하지만 이 대단한 게임을 한글로 즐길 수 있게 된 것만으로 감사한다.

▲ 한글 폰트조차도 맘에 든다

 

■ 전작을 에피타이저로 만든 후속작, '레데리 2'

사실 대부분의 게임 후속작은 기술 발전에 힘입어 외적으로 보여지는 컨텐츠의 질과 양을 획기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래서 보통 이전 작품의 시스템을 그대로 채용했을지라도 어지간해서는 전편보다 못하다는 평을 듣는 경우가 별로 없다. 플랫폼이 세대 교체를 한 경우에 나온 후속작의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레데리 2'는 'GTA' 시리즈가 그래왔듯 경쟁해야 할 게임은 타사 게임이 아닌 자기 자신이다. 이미 전편인 '레데리'는 서부 개척시대에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았고, 당연하다는 듯 GOTY를 수상하지 않았는가.

▲ 이미 전설이 된 '레데리'

일단 용량적인 부분만 비교해도 1편은 7.3GB, '레데리 2'는 87.8 GB로 무려 10배가 넘는다. 음성 녹음을 한 배우만 봐도 700명(전작 100명)이 넘고, 메인 컨텐츠 플레이 시간은 60시간(전작 20시간)을 넘는다. 

보통 블록버스터급 게임에 대해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다고 하는데, '레데리 2'는 그 범주를 훨씬 뛰어넘는다. 4K 수준의 그래픽과 훌륭한 OST, 더욱 넓어진 오픈 월드, 자연스러운 캐릭터 움직임, 끝을 알 수 없는 서브 미션들까지 포함된 '레데리 2'는 역대급이라 불렸던 전작을 맛보기 게임으로 만들어 버렸다. 공개적으로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미친 개발사가 미친 게임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 뒷담화할 거리가 너무도 많은 '레데리 2'

 

■ VR이 필요 없는 서부 개척시대로의 타임머신

‘미국 서부 개척시대’는 매년 다양한 장르와 플랫폼으로 등장하고 있는 좋은 소재 중의 하나다. 대부분의 게임들은 해당 시대의 분위기를 연출하고 시대적 고증을 재현해 게이머들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비슷한 소재를 다루는 다른 게임들과 달리 '레데리' 시리즈의 특이점은 대리 만족을 넘어서 그 시대적 상황을 게이머가 직접 맛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다.

▲ 고리대금업자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다!

'레데리 2'는 2004년 '레드 데드 리볼버', 2010년 '레드 데드 리뎀션의' 노하우가 집약되어 서부 개척시대를 살아가는 주인공을 체험하는 수준 이상의 경험을 하도록 한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그래픽과 자연스러운 캐릭터 움직임을 바탕으로 NPC를 비롯한 모든 오브젝트가 상호 작용을 한다. 또 계절의 변화에 따라 게이머의 플레이 방향까지도 변화된다. 예를 들어 사냥한 동물들이 더울 때는 빨리 썩지만, 추울 때는 늦게 썩는 부분까지도 사실적인 연출로 재현하고 있다. 

▲ 사냥에 성공했다고 끝이 아니다.

리얼에 가까운 상호 작용은 임무 진행 시에도 나타난다. 현상금 사냥꾼으로서 어떤 결정(죽이느냐,살리느냐 등)을 하는가에 따라 평판에 영향을 주고 다른 이벤트(예:경쟁 갱단의 공격)의 발생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서부 개척시대의 광대한 무대를 만든 것도 놀라운데, 유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을 보면 소름이 돋는다. VR과 같은 체감형 게임이 아님에도 어느 순간 서부 개척시대에 동화되어 나오기가 싫어지게 만드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 지나가다 만난 NPC와 술 잔을 기울이며

 

■ 심즈+오픈월드 = YES or NOT 

이 게임은 지금까지의 오픈 월드 게임들에서 구현하지 못한 몇 단계 높은 수준의 상호 작용으로 생생한 오픈 월드를 전달하며 아름다운 그래픽과 음악으로 몰입감 있는 스토리 텔링을 선사한다. 그런데 플레이에 집중하다 보면 거대한 오픈월드 안에서 집만 꾸미지 않을 뿐이지, 꼭 '심즈'를 하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반면 액션 게임이나 FPS와 같이 직관적인 게임을 좋아하는 게이머라면 훌륭한 게임일 뿐이지 재미있는 게임이 아닐 수도 있다. 

▲ 갱단 꾸미기만 됐으면 영락없는 '심즈'다.

주인공의 컨디션을 항상 주시하고 신경 써야 하며, 주기적으로 총기 손질도 하고 다양한 NPC들로부터 받은 임무들을 수행하며 평판관리도 해야 한다. 

계절이 바뀌면 옷을 갈아입는다거나 타고 다니는 말 관리도 꾸준히 해줘야 한다. 가장 중요한 돈도 벌어야 하니 미션으로부터 얻게 되는 전리품도 꾸준히 챙기지 않으면 안 된다. 참고로 아직 신경써야할 것의 반도 열거하지 않았는데 부담감을 느꼈다면 '레데리 2'는 못 만든 게임이 아니라 자신에게 안 맞는 게임이라 점은 분명히 하고 싶다. 

▲ 만화 고기는 나오지 않는 리얼한 캠프

 

■ 불편함을 의도한(?) 조작의 아이러니 

리얼에 가까운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 만큼이나 조작 또한 미묘하게 불편하다. 왠지 아이가 젓가락을 자유자재로 다루기까지 수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현상수배범 시스템을 예로 들어보면 'GTA'처럼 공개된 장소에서 사람을 죽이고 때리거나, 물건을 훔치면 발생한다. 문제는 수배범이 일부러 되는 것보다 조작의 실수로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PS4를 기준으로 하면 L2, R2 버튼이 문제인데, 아무 생각없이 혹은 실수로 눌러 총을 겨눴을 뿐인데 현상수배 마크가 발생하며 평화로운 서부생활이 꼬이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이 잦다보니 플레이가 부담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 실수로 총 한번 겨눠봤을 뿐이라고!

플레이 초반에는 다양한 조작 방법으로 의식주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 신선하게 다가오며 '역시 대작은 다르다'며 놀라워한다. 그런데 챕터 1~2를 진행하며 루즈한 진행에 조작 실수까지 늘어남에 따라 '락스타 게임즈가 재미는 없지만 잘 만든 게임을 낸 것은 아닌가보다'라는 의심으로 바뀐다. 

하지만 인고의 시간을 넘어 조작과 시스템의 대부분을 숙지한 상태인 3~4챕터를 진행할 때는 불편한 세상에 동화되며 락스타 게임즈의 철학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챕터를 진행할때는 이 세계를 떠나기가 싫어진다.

▲ 그래도 웨이포인트 기능은 좀 넣어주지 그랬냐~

 

■ '레데리 2', 느리고 불편한 게임의 해답일까?

게임이 출시되고 개발사, 퍼블리셔가 아닌 직접 만든 개발자들이 가장 보람있을 때가 언제일까? 게임이 많이 팔렸을 때? 아니면 리뷰 점수가 높게 나왔을 때? 상을 받았을 받았을 때? 

다 기쁘긴 하겠지만 내가 만든 컨텐츠의 작은 부분까지 알아봐주고 기억해 줄 때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현실은 기획자1이 기획한 서브 미션, 배경 디자이너 A가 만든 강줄기를 떠올리진 않는다.

▲ 지나가는 NPC지만 무슨 사연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하다

'레데리 2'는 느림의 미학이 주는 경험을 통해 게이머를 세상에 붙잡아두고, 개발 구성원들이 만든 서브 컨텐츠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하는 매력적인 게임이다.

사실 오토 게임이 창궐하는 이 시대를 역행하는 게임인데다 진입 장벽도 높아서 누구에게나 '대작이니까 꼭 해보라'고 권할 만한 작품은 아니다. 액션 게임만 하는 사람이 이 게임을 하겠다고 하면 오히려 말리고 싶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현 시대에 완성형 오픈월드 게임을 이야기 하라면 주저 없이 '레데리 2'를 과감히 택하고 추천하겠다.

▲ 이런 긴박감을 느낄 구간은 많지 않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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