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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마저 즐겁다? '로스트아크' 유저가 긴 대기열을 감내한 이유

‘로스트아크’가 11월 7일 항해를 시작했다. 7년간 1000억원의 개발비가 투자된 콘텐츠를 제대로 맛보려는 유저들이 순식간에 몰렸고, 긴 대기열이 형성됐다. 서비스 첫 주 대부분 서버는 1만에서 1만 5000 정도의 접속 대기열이 발생했다. 유저들은 오랜 기다림을 기꺼이 감내하며 모험을 준비했다.

약 3주가 지난 28일까지 ‘로스트아크’의 평가는 상승 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풍부한 콘텐츠로 즐길거리가 많다는 게 이유다. 스토리의 빈약함을 단점으로 지적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하지만 완성도와 재미로 단점을 극복했다는 평가가 더 많다.

‘로스트아크’ 유저가 긴 대기열을 감내한 이유를 하나씩 살펴보자. ‘로스트아크’는 세상을 구하기 위해 사라진 ‘아크(유물)’를 찾는 모험을 핵심 스토리로 한다. 왕도를 걷는 이야기는 신선함은 떨어지지만 안정감이 높다. 여기에 게임 속에서 살아가는 캐릭터의 이야기로 가지를 쳐 세계관을 완성했다. “메인 스토리보다 서브 스토리가 더 재미있다”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맺음세가 좋다.

‘로스트아크’의 줄거리는 친숙하다. 몇 가지 단서로 전개를 예측할 수 있다. 이를 만회하려 개발사 스마일게이트RPG는 연출을 강화했다. 오락영화에 자주 쓰이는 구성이다.

예를 들어 영화 ‘존 윅’은 차를 훔쳐 간 범인에게 복수하는 내용이고, ‘매드맥스’는 멸망한 세상에서 살아남기라는 간단한 줄거리로 진행된다. 두 영화 모두 진부한 스토리에 화려한 액션과 연출을 더해 수작이란 평가를 받은 대표적인 영화다. ‘로스트아크’의 왕도를 걷는 스토리와 빼어난 연출은 이런 영화의 흥행공식과 무척 닮았다.

28레벨 구간에서 만나는 ‘영광의 벽’부터 ‘광기의 축제’ 인스턴스 던전에서 ‘로스트아크’가 추구하는 강점이 드러난다. ‘영광의 벽’은 루테란을 수복하는 공성전, ‘광기의 축제’는 악마의 침략을 방어하는 영웅(주인공, 유저 캐릭터)의 역할이 세세하게 그려진다. 특히, 주인공이 모험을 하며 쌓은 관계가 핵심 스토리에 반영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대부분의 MMORPG가 그렇듯 게임 초반 주인공은 마을의 크고 작은 일 돕는 것부터 시작한다. 싸움을 말리고, 주점 일을 돕고, 밭을 망치는 유해조류를 퇴치하는 것들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유저와 NPC의 유대가 형성되는데, 대부분의 게임은 이를 이야기 전개에 한 번 쓰는데 그친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면, 주인공과 새로운 NPC의 유대가 시작되고, 기존의 관계는 단절된다.

반면 ‘로스트아크’는 주인공이 행한 일이 무의미하지 않다는 점을 연출에 녹여 이야기의 당위성과 몰입도를 보강했다. ‘영광의 벽’에서 실리온에게 깃발을 전달하는 상호작용, ‘광기의 축제’에서 대규모 NPC 지원군의 합류는 주인공(유저)이 제3자가 아닌 함께 숨 쉬는 느낌을 받게 된다. 눈을 즐겁게 하는 연출, 게임만의 강점인 상호 작용과 소통을 연출에 녹여 유저를 순식간에 게임 속 세상으로 끌어들인다.

풍부한 콘텐츠도 호평 받는 요소다. 최고레벨 달성 이후 모코코 씨앗 수집, 항해, 카오스 던전, 큐브 던전, NPC 호감도, 일간 레이드, 주간 레이드, 히든 던전과 스토리 수집, 모험의 서, 채집-채광-고고학 등 생활 콘텐츠를 진행할 수 있다. 특히, 메인 스토리를 마친 뒤 진짜 모험이 시작된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양이 방대하다.

모든 활동은 적절한 보상이 따라 붙는다. 최고레벨 달성 이후 추천되는 섬의 마음 얻기는 성장 장비인 조화 세트 보상이 걸렸다. 모코코 씨앗으로 구매하는 전설 등급 아이템도 쉽게 장비 레벨을 높이는 수단으로 각광받는다. 부가 콘텐츠를 메인 콘텐츠로 연결하는 구성이 탄탄해 무엇을 즐기든 결국 캐릭터 육성으로 이어지도록 영리하게 구성됐다. 

프리뷰 행사에서 지원길 대표의 발언은 허언이 아니었다. “성향이 다른 유저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다양한 종류의 콘텐츠를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고레벨(엔드) 콘텐츠가 촘촘하게 엮인 구조는 호불호가 갈린다. 항해를 하다 막힌 구간을 열기 위해 호감도를 올리거나, 레이드를 돌아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등 다른 엔드 콘텐츠와 연결되는 시점이 존재한다. 

굳이 항해가 아니라도 대부분의 콘텐츠를 진행할수록 다른 콘텐츠와 연결고리가 강해진다. 마치 모든 콘텐츠를 즐기라는 듯 강제성을 띄는데,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따라 좋고 나쁨이 나뉠 것 같다.

전개 단계에서 끝나는 싱거운 스토리도 아쉽다. ‘로스트아크’는 흩어진 아크를 찾는 이야기가 핵심이다. 불안한 세계에 균형을 가져오고, 침공하는 악마군단에 맞서기 위함이다. 그런데 메인 스토리가 끝나고 나면 악마군단의 침공과 위협에 대한 묘사가 아예 사라진다. 아만 사제의 이야기, 신성제국, 악마군단장이라는 적대세력을 끊임없이 묘사했음에도, 최고레벨 달성이후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강해질 순 있는데, 왜 강해져야 하냐는 물음만이 남는다. 제육정식을 시켰는데 백반만 나온 꼴이다. 세계관을 관통하는 굉장한 악당, 혹은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혹은 이야기) 하나쯤은 있어야 도전의 가치가 생기는데 지금의 버전은 이런 콘텐츠가 없다.

‘로스트아크’의 전체적인 인상과 평가는 ‘뛰어나다’다. 오랜만에 나온 MMORPG라는 가산점을 제하고도 ‘수작’ 이상이란 평가를 주기 충분하다. 좋은 것들을 한데 모아 ‘로스트아크’만의 얼개로 엮은 개발자들의 노력이 눈에 보인다.

이처럼 '로스트아크'에는 큰 그림부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서 완성된 재미와 모험의 두근거림이 있다. 여기에 방대하고도 몰입도로 볼륨까지 채웠다. 스토리의 전개나 '기승' 단계에서 끝나는 메인 스토리가 아쉽지만, 긴 대기열을 감내할 이유를 제시하는 데는 성공한 것 같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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