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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핫이슈로 떠오른 ‘확률형 아이템’, 국가별 입장 정리

2018년 유럽 게임 업계의 큰 이슈 중 하나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2017년 연말에 EA의 ‘스타워즈: 배틀프론트2’가 게임 내 소액 결제와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유저들에게 크게 비난을 받은 후, 유럽 주요 국가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가장 큰 쟁점은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이냐 아니냐’이다. 유럽 15개국과 미국의 워싱턴주 도박 관련 위원회는 지난 9월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도박과 게임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라는 내용으로 공동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도박이냐 아니냐’에 대한 국가별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벨기에 도박 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며, 게임 업체들이 현지 도박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행했고, 네덜란드 도박 위원회는 일부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현지 도박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EA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밸브는 "이런 결정에 동의하진 않지만, 현지 법률을 준수하겠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아일랜드 법무부 장관은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견해를 표시했고, 영국 도박 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미국에서도 몇몇 상원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진행되는 논의 내용은, 향후 한국 게임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정감사 등을 통해 꾸준하게 나왔기 때문이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이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질의한 바 있다. 손혜원 의원은 질의하면서 벨기에 등 유럽 국가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유럽 주요 국가와 미국에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정리해봤다.

'오버워치'의 확률형 아이템 '전리품 상자' 

 

■ 벨기에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 기소도 가능하다”

벨기에 도박 위원회는 지난 4월 확률형 아이템 관련 보고서를 발행했다. 법무부의 승인을 받은 이 보고서에는 “확률형 아이템을 현지 법률에 따라 도박으로 간주한다”라며 “EA, 밸브,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 등이 벨기에의 도박 관련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 이 업체들이 정해진 기간 내에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이에 블리자드는 벨기에에서 자사 게임 '오버워치'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중단했다. 당시 블리자드는 “이 결정에 동의하진 않지만, 벨기에 법률을 준수하기로 했다”라며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벨기에 도박위원회나 벨기에 법무부와 이 주제로 논의할 용의가 있다”라고 전했다.

반면, EA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이후에 벨기에에서는 브뤼셀 지방 검찰청이 EA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게임 전문 매체들은 “EA가 벨기에에서 이 문제를 재판까지 끌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만약 기소와 재판으로 이어진다면, 이 사례에서 어떤 판결이 나오는지가 유럽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네덜란드, 일부 게임에 위법 판정…’외부 거래 가능 여부’가 기준

네덜란드 도박 위원회는 지난 4월에 발행한 보고서를 통해 10개 인기 게임 중 4개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이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판단 기준은 확률형 아이템으로 얻은 결과물을 게임 외부에서 거래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또한, 보고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네덜란드 도박 위원회는 지적 받은 4개 게임이 6월 20일까지 확률형 아이템 작동방식을 변경하지 않으면, 벌금이나 판매금지 조치를 받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단, 4개 게임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리고 6월 19일, ‘도타2’와 ‘카운터 스트라이크: 글로벌 오펜시브’는 네덜란드에서 유저간 아이템 거래 기능을 차단했다. 두 게임을 서비스하는 밸브는 “네덜란드 도박 위원회의 결정에 동의하진 않지만, 정해진 시점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아이템 거래 기능을 차단했다. 유저를 불편하게 만든 점에 대해서는 사과한다. 다른 해결책을 찾기 전까지는 네덜란드 유저는 아이템 거래 기능을 이용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 영국 도박 위원회,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영국 도박 위원회도 확률형 아이템을 주시하고 있다. 매년 발행되는 보고서에 처음으로 확률형 아이템 관련 설문을 추가한 것이다. 최근에 발행된 ‘청소년과 도박’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영국에서 도박을 하는 청소년의 수가 약 4배로 증가했으며, 영국 청소년 중 약 30%가 게임의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해본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3천 명의 11~16세 청소년을 상대로 실시된 조사) 다만, 영국 도박 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하진 않았다.

BBC 등 몇몇 영국 언론은 이 보고서를 근거로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도박을 하는 청소년이 늘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이 청소년들을 도박으로 이끄는 관문 역할을 한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영국 도박 위원회는 바로 언론 보도 내용을 반박했다. 위원회 관계자는 “우리가 이번 조사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다룬 이유는, 최근 이 문제가 대중적인 쟁점이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도 관련 자료를 최대한 모으기 위해서 ‘확률형 아이템’을 질문에 포함시켰던 것이다”라며 “이 주제를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청소년들이 도박에 빠진다는 식으로 다루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유럽에는 다양한 견해가 있다. 벨기에는 그들만의 기준을 마련한 듯 하고, 우리는 네덜란드의 입장과 비슷하다”라고 덧붙였다. 

 

■ 아일랜드 법무부, “확률형 아이템, 도박법 규제 대상 아니다”

아일랜드는 데이비드 스탠톤 법무부 장관이 지난 10월 확률형 아이템 관련해서 “도박법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아일랜드 상원의원들에게 “게임 내에서 배팅을 할 수 있거나, 유저가 금전적인 보상을 받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가 있어야 ‘도박’으로 간주할 수 있다고 본다”라며 “현재 게임에서 판매되는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법이 아니라, 소비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그는 “유럽 15개국의 도박 규제 기관이 발표한 공동성명이 법적인 효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다만, 도박 규제 기관들이 온라인 게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라고 말했다.

 

■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확률형 아이템 조사하겠다”

미국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이 유럽만큼 진전되진 않았다. 다만, 연방거래위원회가 최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회 청문회에서 매기 하산 상원의원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우려를 표하자, 연방거래위원회 조셉 시몬스 위원장이 직접 답변한 것이다.

매기 하산 상원의원은 청문회에서 “최근 확률형 아이템은 스마트폰 게임부터 대작 게임까지 모두 아우르는 게임의 ‘필수 요소’처럼 자리잡았다”라며 “청소년들이 이 같은 아이템에 무분별하게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우려를 표했다. 그녀는 최근에 영국 도박 위원회가 발행한 보고서 내용(청소년의 30%가 확률형 아이템을 이용해봤다는 것)도 언급했다.

이어서 매기 하산 상원의원은 “확률형 아이템 관련해서, 청소년들이 적절하게 보호되고 있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들에게도 확률형 아이템의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조셉 시몬스 위원장은 “이 문제에 대해서 지속해서 조사하고 살필 것을 약속한다”라고 답변했다.

국회 청문회에서 답변하는 조셉 시몬스 위원장

 

미국에서 이와 관련된 보도가 나오자 미국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도 입장을 밝혔다. ESA는 “확률형 아이템은 유저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기 위한 여러 방안 중 하나이다. 최근에 제기되는 주장과는 달리,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이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유저들이 현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화를 얻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은 원하는 사람만 구매하는 선택 사항이다.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서 특별히 지장을 주진 않는다”라고 전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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