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감각은 정보를 익숙한 방식으로 해석한다. 이런 본능을 이용해 평면적인 그림에 입체감을 표현하고, 시각에 착각을 일으키는 예술 분야를 ‘트릭아트’로 분류한다. 보는 위치를 바꾸면 열리는 새로운 세상은 게임과 닮은 특징이다.

새로움을 추구하는 게임산업, 특히 참신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인디게임은 트릭아트를 콘셉트로 한 작품이 종종 출시된다. 대작 어드벤처 게임에도 그림자나 그림을 이용한 트릭아트가 사용되기도 한다.

지난해 9월, 국내에서 트릭아트를 핵심 콘텐츠로 삼은 게임이 공개됐다. 멀쩡하게 건넌 다리가 사실은 그림자였고, 앞길을 막아선 아누비스(몬스터)가 단순한 문양이었다. 새로운 표현과 섞인 스토리텔링은 게이머와 플랫폼 홀더의 눈을 사로잡았다. 내년 3월 초 출시를 앞둔 지원이네오락실의 ‘트릭아트 던전’이다.

이 게임은 지난해 9월 제7회 게임창조오디션 1위를 시작으로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탑3, 유니티 MWU 코리아까지 휩쓸었다. 덕분에 소규모 인디게임으로는 이례적인 16만 사전예약자를 모았다. 모바일 플랫폼을 위해 개발됐지만,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PC-콘솔 유저와 만날 예정이다.

“매 순간 놀라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인 게임이에요. 한 번 깨고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게임이 아닌, 잊지 못할 게임을 만들기 위해 어드벤처 게임의 UX(유저 경험)과 이야기에 신경 썼습니다.”

지원이네오락실 한상빈 대표의 포부는 크다. 게이머 친화적인 작품을 꾸준히 출시하는 게 목표다. 시발점은 ‘트릭아트 던전’이다.

한파가 한풀 꺾인 19일,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한 대표와 한국게임전문기자클럽(KGRC) 소속 기자들이 궁금한 것을 묻고 답을 듣는 인터뷰 자리를 마련했다.

■ 2시간의 플레이, 잊지 못할 여운

Q 혼자 즐기는 게임인가.
완전한 스탠드 얼론 게임이다. 게임 속 이야기를 즐기며, 다양한 트릭을 풀어나가는 어드벤처 장르다. 게이머가 잊지 못할 경험을 선물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Q 게임의 분량이 궁금하다.
1회당 7개 챕터를 두 번 플레이 하는 식이다. 총 플레이 타임은 약 2시간 정도다. 이야기 속 반전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Q 플레이타임이 생각보다 짧다.
글로벌 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은 ‘모뉴먼트 벨리’도 1시간 정도다. 게임의 볼륨보다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느끼는 신기한 느낌, 스토리에서 오는 감정에 중점을 뒀다. 억지로 플레이 타임을 늘리기보다 짧고 굵게, 완성도 높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

Q 설명만 들어보면 ‘영화 같은 게임’을 목표로 하는 것처럼 들린다.
욕심이 많이 났다.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가 더 크다.소규모 팀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해외에 유명한 게임, 연출이 유명한 게임은 애니메이션(움직임) 종류가 다양하다. 개에게 쫓길 때, 그냥 뛰어갈 때, 귀신이 쫓아올 때 등 상황마다 애니메이션(움직임)이 다르다. 디테일한 부분을 구현하기 위해서 계산을 해봤는데, 개발기간이 너무 길어져서 포기했다.

Q 이야기를 계속 강조하고 있다. 줄거리가 궁금하다.
고고학자가 꿈인 아이가 박물관에서 미아가 되고, 패닉상태에 빠진다. 이 아이가 뛰어난 상상력으로 박물관을 탐험하는 이야기다. 여러 테마의 전시장, 현실과 상상을 오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 박물관을 무대로 펼쳐진 상상의 세계

Q 박물관과 트릭아트란 콘셉트를 선택한 이유는.
게임을 기획하기 전 아이들과 트릭아트 전시장을 구경하러 갔다. 전시물을 둘러보다 트릭아트와 착시를 활용한 게임을 만들고 싶어졌다.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봤는데 기술적으로도 문제없었다. 
또, 회사에 다닐 때 야근을 많이 했다. 그때 “내가 없을 때 아이들은 어떻게 놀까”를 생각하다가 박물관에서 길을 잃은 아이를 연결 짓기고 결정했다.

Q 트릭아트는 관찰자의 시점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그런데 게임은 쿼터뷰 고정이다.
프로토타입을 여러 개 만들었다. 그림이 현실화했을 때, 유저가 가장 직관적으로 상황을 인식할 수 있는지를 검증했다. 가장 완성도가 높았던 시점이 쿼터뷰였다. 
또, 트릭아트 퍼즐을 풀었을 때 일그러졌다는 느낌을 강조하고 싶어 고정 시점을 선택했다. 단조로운 플레이를 탈피하기 위해 그림자, 거울 등 다양한 오브젝트를 활용한 기믹을 추가했다.

Q 터치 조작 방식을 선택했다. 캐릭터를 조작하는 손맛이 좀 약하다.
플랫폼별로 차별화할 계획이다. 여러 전시를 통해 초등학생부터 게임을 모르는 어른도 관심을 표했다. 누구나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 간단한 조작인 터치 위주로 조작방식을 디자인했다. 테스트 버전에 액션 스테이지도 있었는데, 어렵고 재미없어하더라. 다채로운 조작보다 레벨 디자인을 올려 재미를 전달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Q 최근 어드벤쳐 게임은 문자를 배제하고, 분위기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방식이 유행이다. 반면, ‘트릭아트 던전’은 꽤 많은 문자를 쓰고 있다.
애니메이션과 연출만으로 주제를 명확하게 전달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요즘 트렌드기도 하고.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는 데도 좋다. 
하지만 간접적인 전달은 막연한 느낌이다. 긴장감이나, 구체적인 상황을 전달하긴 어렵다. 캐릭터와 유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 구체적인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텍스트를 사용했다. 스토리의 완성도로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Q 모바일, PC, 콘솔 등 여러 플랫폼 버전을 선보일 계획이다.
팀워크가 좋아 개발 속도가 빠르다. 모바일 버전을 완성하고, 조작 방식과 부족한 부분을 채워서 PC와 스위치 버전을 내려고 한다. 기획 단계부터 멀티 플랫폼을 고려해서 설계했다.

■ 사업 PM에서 개발자로, 프로토타입 개발로 기회 잡았다

Q 회사명을 지원이네오락실은 어떤 뜻인가.
어릴 때 오락실에서 걱정 없이 게임을 했다. 요새는 오락실이 없다. 아무 걱정 없이 즐거운 장소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 났다.
조사해 보니 한 달에 1000개 정도의 게임이 출시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2~3년 기다려서 게임을 하나 즐기곤 했다. 게임이 과포화된 시장에서 추억이 될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가 되고 싶다. 지원이는 아이 이름이다(웃음).

Q 얼마나 개발했나. 또, 개발자는 몇명인가.
창업하기 전에는 게임업체 사업 PM이었다. 프로그램을 작년 3월에 배워서 1인 개발을 시작했다. 6개월 정도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개발자와 아트디렉터를 영입해 1년 정도 더 만들었다. 지금은 4명이 개발하고 있다.

Q 인디게임이 항상 그렇듯, 개발이 쉽진 않았을 것 같다.
1인 개발로 시작했다가 작년 9월에 첫 상을 탔다. 그 상을 못 탔으면 개발비가 없어 개발비를 포기해야 했다. 첫 번째 고비였다. 
두 번째는 구글 인디페스티벌 할 때 2명이 개발하다가, 애니메이션이 중요한데 원하는 퀄리티가 안 나왔다. 구글 인디페스티벌에서 받은 상금으로 아트 파트를 담당할 인재를 영입했다. 이렇게 두 번의 고비를 넘었다.

Q 소규모 개발사는 뜻을 같이하는 동료를 구하기도 어렵다.
조그마한 회사는 대규모 회사처럼 환경을 만들 수 없다. 프로젝트의 콘셉트나 기획이 팀원의 마음을 움직여야 사람을 모을 수 있다. 
프로토타입이 있다면 설득하기 편하다. 또, 주위의 도움이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공부하고 사람을 모았다. 정부 지원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방법이다.

Q 창업과 전직을 꿈꾸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회사에 다니면서 할 수 있는 만큼 해본 다음 결정해도 늦지 않다. 최소한 콘셉트를 짜서 기획안을 만든 뒤, 가장 냉정한 사람에게 평가를 받아 결정하라고 권한다. 
대부분의 인디게임 개발자가 금전적 문제로 개발을 포기한다. 현실적으로는 프로토타입 정도는 다른 일을 하며 만들어야 한다. 생활고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굉장하다.

Q ‘트릭아트 던전’을 만나려면 3개월 정도 시간이 있다. 남은 기간을 유익하게 보낼 게임을 추천해 달라(웃음).
‘컵헤드’를 추천한다. 개발자가 보여주고 싶은 감성을 장면 하나, 영상만으로 설명했다. 설명 필요 없는 인상 깊은 게임이다.
국내 인디게임 중에는 ‘던그리드’다. 도트 감성을 담은 게임으로 글로벌에서 인정받은 게임이다. 그래픽도 훌륭하고 재미있는 게임이다.

Q 16만 사전예약 참가자와 예비 유저들에게 인사한다면.
많은 유저가 사전 예약에 참여해줬다. 감사하다. 여러분이 기대 만족할 게임을 출시하지 못할까 고민이 많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귀엽게 봐주시고, 질책도 해 달라. 항상 성장하는 개발사가 되겠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