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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이머는 확률형 아이템에 지쳤다, 이젠 업계가 달라져야 할 때

최근 게임 기자로 활동하면서 이런 생각을 자주 한다. ‘게이머들이 확률형 아이템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참 크구나’하는 생각이다.

그동안 게임 업계의 확률형 아이템이 계속 ‘진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계속 이렇게 가면 게이머들의 반감이 커지는 것은 물론이고, 업계 외부에서도 다양한 명분으로 공격받기 딱 좋을 것 같다’라는 우려를 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 우려가 현실이 된 것 같다. 최근에는 이 틈을 치고 들어온 중국 모바일 게임의 공습도 ‘우려’에 추가됐다. 이제는 업계도 달라져야 할 때가 왔다고 본다. 이 이야기를 조금 자세히 해보려고 한다.

 

■ ‘확률형 아이템’으로 쏠린 한국 게임 업계, 게이머는 지쳤다

업계의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정액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게임은 점점 사라졌다. 그 자리는 부분유료 게임이 차지했다. 이제 신작 게임이 출시될 때 ‘정액제’를 생각하는 게이머나 업계 관계자는 없을 정도로 부분유료 방식이 ‘대세’가 됐다.

그리고 이런 부분유료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져 왔다. 이 방식으로 나온 성과를 확인한 업체들은 ‘확률형 아이템’에 계속 새로운 ‘기법’을 도입했다. 게이머들 입장에서 표현하자면 ‘상술’이 계속 발전한 것이다. 한국은 그렇게 큰 시장이 아니다. 어느 업계에서든 분위기가 한쪽으로 쏠리기 시작하면 때로는 무서울 정도로 ‘쏠림 현상’이 나타나곤 한다.

그렇게 한국 게임 업계는 ‘확률형 아이템’으로 쏠렸다. 그리고 이 흐름은 한동안 무서운 속도로 계속됐다. (이 영역의 외부 견제 장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부당한 행위를 한 업체에게 과징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내리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게이머들은 점점 지쳐갔고, 업체들에 대한 신뢰도는 떨어졌다. 일부 게이머는 한국 게임을 혐오하는 표현도 사용한다. ‘믿고 거르는 XXX’ 등 다양한 표현도 등장했다. 시장 점유율이 높은 업체일수록 험한 말도 많이 듣는다.

게이머들의 반감이 워낙 크다 보니, 이런 여론을 반영한 규제 법안이 게이머들의 환영을 받기도 한다. ‘셧다운제’라는 제도를 담은 법률안이 발의됐을 때 게이머들이 강하게 반발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규제 법안이 논의될 때 게임 업체들이 내놓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는 게이머들로부터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다. 그만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게이머들의 불신이 많다는 것이다.

 

■ ‘다른 방식’으로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들

2017년과 2018년에 서양에서 크게 흥행한 ‘포트나이트’는 부분유료 게임이다. 부분유료 게임이지만 확률형 아이템이라는 방향으로 진화하진 않았다. 대신 ‘배틀 패스’라는 과금 구조를 선보였다. 이런 구조로 동시접속자 수와 매출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비록 한국에서는 아직 큰 성과를 거두지는 못하고 있긴 하지만, ‘포트나이트’가 부분유료 방식에서 새로운 길을 선보였다는 측면에서는 한국 업체들도 참고할 만한 지점이 많다.

출시 10년이 되어가고 있는 ‘리그 오브 레전드’도 부분유료 게임이다. 유료 아이템 중에서 확률형 아이템도 있긴 하지만, 이것이 게임 전반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챔피언과 챔피언 스킨이라는 유료 아이템의 비중이 가장 크다. 이 게임 역시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전 세계 각국에서 인기와 매출을 동시에 잡았다.

2017년 한국에 출시된 중국 모바일 게임 ‘소년전선’의 흥행도 참고할 만하다. 그 당시 이 게임은 큰 기대를 받지 못했던 상황에서 깜짝 흥행하자, 여러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 중에서는 캐릭터 뽑기 같은 과금 요소가 기존의 한국 모바일 게임에 비해서 훨씬 유저 친화적(달리 말하면 ‘인심이 좋은’, ‘퍼주는’, ‘착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도 주목을 받았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매출 순위도 최상위권까지 진입했다.

여기에 개인적인 사례를 하나 더하자면, 지난 8월 중국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몽환모의전’(랑그릿사 모바일)이 있다. 이 게임은 한국 게이머들에게 익숙한 ‘캐릭터 뽑기 위주의 모바일 RPG’다. 그런데 게임을 하다 보면 뽑기 아이템을 꽤 ‘넉넉하게’ 준다. 과금하지 않아도 게임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별다른 불편함도 없었고 아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다. 여기서 더 욕심을 내고 싶을 때 과금하면 되는 정도다. 한국에서 이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의 평가도 좋다. 그러면서 매출도 꽤 나온다. 중국 앱스토어 매출 순위 4~15위권에 꾸준히 올라올 정도다.

‘소녀전선’과 ‘몽환모의전’의 사례는 ‘확률형 아이템 구조’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유저들에게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으며 동시에 매출도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 이젠 달라지자, 그것이 한국 게임 업계와 게이머를 위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위 4가지 게임들의 사례는 한국 업체들도 참고할 것이 많다. 부분유료 방식으로 흥행했고, 게이머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물론, 이렇게 유저 입장에서 ‘착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매출도 잘 올리는 게임을 출시하기는 정말 어렵긴 하다.  

어렵긴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부분유료 방식 게임이 전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 중 하나다. 다수의 업체들이 이 부분에서 많은 노하우를 쌓았다. 문제는 최근 몇 년 동안은 ‘확률형 아이템’에만 집중해 왔다는 점이다.

부분유료 방식이라고 꼭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과금 구조만 짜야 하는 것은 아니다. 분명히 다른 여러 가지 길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확률형 아이템을 중심으로 하는 구조를 운영하더라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게이머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본 기자가 위에서 언급한 중국 모바일 게임 사례처럼 말이다.

한국 게임 업체들이 ‘확률형 아이템의 새로운 운영방식’이나 ‘부분유료 게임의 새로운 과금 구조’, 이런 것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왔다. 단순히 게이머들에게 비난을 덜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이대로 ‘하던 대로만’하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중국 모바일 게임들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점유율을 날로 높여갈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방향으로 더 ‘진화’했다간, 다른 문제도 발생한다. 업계 외부에서 나오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공격과 그 공격을 지지하는 여론은 더 강해질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에 해당하는지를 진지하게 검토한 유럽의 일이 남 일이 아니게 될 수도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기 전에 업계 스스로 변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뭐든지 너무 과하면 탈이 난다. 더 큰 탈이 나기 전에 업계가 스스로 변하자. 그게 업계와 게이머 모두에게 좋은 길이라고 생각한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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