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 없이 게임을 즐기고 싶다. 그래서 휴대용 콘솔 시장이 성장했고, 지금은 모바일게임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유명 대작, 이른바 AAA급 게임으로 분류되는 PC 패키지게임이나 온라인게임은 아직 안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졌음에도 말이다. 지금도 이런 게이머를 위한 기술 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대작 게임의 탈(脫)안방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살펴보자.

▲플레이스테이션비타(출처=소니 플레이스테이션 홈페이지)

게임 시장이 태동한 초창기부터 휴대용 게임기는 탐스러운 열매였다. 기기 하나당 하나의 게임을 담은 닌텐도의 ‘게임 & 워치’를 시작으로 서막이 올랐고, 팩을 교환하는 형태의 게임기 ‘게임보이’로 대중화가 시작됐다. 이 명맥은 지끔까지 이어져 닌텐도 스위치와 플레이스테이션 비타가 탄생했다.

▲거치형과 휴대용 콘솔을 융합한 닌텐도 스위치. 안방에서 즐기던 게임을 휴대하며 즐길 수 있지만 AAA-온라인게임의 탈(脫)안방과는 거리가 있다(출처=닌텐도 스위치 홈페이지)

이런 게임기들은 게임을 즐기는 장소를 야외로 넓히는데 공헌했다. 그러나 대작 게임을 안방에서 꺼내기에는 부족했다. 기기 스펙의 한계로 AAA급 게임을 모방하거나, IP(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스핀오프 작품이 몇 개 출시됐을 뿐이다. 닌텐도 스위치는 거치형과 휴대용의 장점을 모은 게임기로 눈길을 끌었는데, 닌텐도 자체 IP를 제외한 서드파티의 참여 부족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체 콘솔이 아닌 통신 기술을 사용한 시도도 있었다. 네트워크 통신을 사용한 클라우드 게임이다. 서버가 그래픽과 연산을 담당하고, 스마트 기기 등 완성된 게임화면을 실시간 재생(스트리밍)하는 식이다. 스마트 기기는 영상을 보여주고, 입력을 전달하는 단말기 기능만 처리하면 돼 부담이 적다.

▲소니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플레이스테이션 나우(출처=플레이스테이션 나우 캡쳐)

2012년 국내에서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이하 통신3사) 등 이동통신 사업자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시작했다. IP TV와 스마트폰 시장 경쟁을 위해 게임을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웠다. 하지만 지연속도와 영상 품질 등 원활한 게임을 위해 필요한 기준을 넘지 못했고, 2015년부터 하나둘 서비스를 포기했다.

이 방식은 아직도 진화 중이다. 최근 해외에서는 다시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활성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스팀, 소니, 엔비디아, AMD 등 여러 업체가 스트리밍 사업 강화를 목표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추진하고 있다. 무선 통신 속도의 비약적인 증가와 인프라 증가로 약점을 보강하면서 말이다.

▲GPD는 태블릿 PC 용 CPU로 제작된 휴대용 게이밍PC에 가깝다(출처=GPD 홈페이지)

AAA급 게임과 온라인게임의 핵심 플랫폼인 PC 자체를 소형화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GPD 시리즈, SMACH Z 등 스마트 기기용으로 개발된 CPU를 활용한 기기들이 주인공이다.

두 게임기의 특징은 윈도우 혹은 리눅스 OS를 기반으로 했다는 점이다. 게임패드를 제외하면 개인용 PC나 노트북과 비슷하다. 덕분에 스팀이나 에픽게임즈 스토어 등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 게임을 구매해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윈도우 용으로 개발된 온라인게임도 즐길 수 있다. 시간과 제약이 없는 AAA-온라인게임 탈(脫)안방 시대의 서막이라 할 수 있다.

몰론, 어느 휴대용 기기나 그렇듯 요구사양의 벽은 높다. 배터리, 휴대성, 조작감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GPD WIN2는 부족한 사양 탓에 대작 게임을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거대한 배터리와 발열 문제는 꽤 심각했다. 게임을 즐기는 플랫폼이 아닌 야외에서도 PC 패키지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선에서 만족하는 장난감에 가깝다.

SMACH Z는 AAA급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휴대용 게임기(혹은 소형 PC)를 목표로 개발됐다. 5년 전 첫 발표 이후 꾸준히 사양을 올렸고, 올해 AMD의 라이젠 CPU와 베가8 그래픽카드를 품고 정식 출시를 앞뒀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데모와 실기 영상에서는 ‘위쳐3’, ‘스타크래프트2’ ‘문명6’, ‘컵헤드’, ‘GTA5’, ‘오버워치’, ‘리그오브레전드’ 등 대작 패키지게임과 온라인게임을 30~60프레임으로 구동하는 모습을 선보였다. 물론, 아직 영상을 통해 성능을 짐작할 뿐임으로, 발열과 조작,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넷마블은 핵심 IP로 성장한 '세븐나이츠'로 닌텐도 스위치 게임을 출시할 계획이다

끊임없는 도전은 기회를 뜻한다. 온라인과 모바일에 집중했던 한국 게임업체도 몇 년 전부터 스팀과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 게임을 개발하는 등 본격적인 경쟁에 합류했다. 직접적인 휴대용 콘솔의 이식(포팅)을 넘어, 콘솔을 염두에 둔 인터페이스(UI)를 도입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여기에 탈(脫)안방 플랫폼 시장이 정착된다면 한국 게임업체의 폭이 자연스럽게 넓어질 것이다. 물론, 이런 시장을 대비하는 준비가 조건이다.

게임 시장은 플랫폼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럼에도 아직 극복해야 할 벽은 많다. 이 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고도 가까운 탈(脫)안방 작전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보자. 또, 이런 변화가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을 기반으로 성장한 국내 게임 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기대해보자.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