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시 직후에 흥행 가도를 갈리고 있던 ‘에이펙스 레전드’가 핵(불법 프로그램)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핵 사용자는 물론이고, 핵 판매자까지 게임에 참가해서 물을 흐리고 있다. 곳곳에서 핵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개발사인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앞으로 게임 내에 신고 기능을 추가하고 모니터링 전담팀의 인력을 충원하겠다고 밝혔다.

배틀로얄 게임 ‘에이펙스 레전드’는 지난 2월 5일 깜짝 출시되어 흥행 가도를 달렸다. 출시 일주일 만에 동시접속자 200만, 유저 수 2,500만 명을 찍었고 출시 한 달 만에 유저 수 5천만 명을 돌파했다. 한국에서는 아직 출시도 되지 않았지만 지난 25일 기준으로 PC방 순위 사이트 ‘게임트릭스’와 ‘더 로그’에서 점유율 10위에 올랐다.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자 각종 핵(불법 프로그램)도 기승을 부렸다. 덕분에 정상적으로 게임을 즐기려는 유저들은 피해를 보고 있다. 핵 사용자에 의한 피해는 물론이고, 채팅창이나 음성 채팅으로 핵을 대놓고 광고한 후에 게임에서 바로 빠져나가는 핵 판매자들도 종종 보인다. 핵 판매자는 광고만 하고 바로 게임에서 나가기 때문에, 그 사람이 있던 팀의 나머지 2명은 시작부터 게임을 할 의욕을 잃게 되어 바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게임 채팅으로 핵 광고를 하는 모습, 중국인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한국에서 많이 접속하는 도쿄 서버의 경우에는 60명으로 시작해서 낙하산을 타고 지상에 내려가면 인원수가 이미 40여명으로 줄어드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심한 경우에는 30여명으로 게임이 시작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남아있는 사람들도 시작부터 김이 빠진다. 그리고 전반적인 게임 밸런스가 ‘60명으로 시작한다’는 전제에 맞춰져 있는 만큼, 게임의 속도감도 조금 떨어지게 된다.  

게임 시작 직후에 지상으로 떨어지는 모습

아직 지상으로 내려가기도 전인데 인원 수는 60명에서 41명으로 줄어들었다

유저 입장에서 핵을 신고하기도 쉽지 않다. 게임 내에는 핵 관련 신고 기능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신고하려면, 유저가 EA의 홈페이지에서 관련 메뉴를 일일이 찾아가야 한다. 게임 내 신고 기능을 빠르게 추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펙스 레전드’가 부분 유료 게임이라는 점도 좋지 않게 작용하고 있다. 유료 게임인 ‘배틀그라운드’와 달리, 이 게임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핵 사용자들 입장에서도 부담 없이 핵을 사용할 수 있는 구조다. 핵 사용으로 계정 제재를 받게 되면, 바로 다른 계정을 만들어서 즐기면 되기 때문이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유저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개발사인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도 입을 열었다. 북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의 ‘에이펙스 레전드’ 게시판을 통해 핵 이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 것. 해당 글에 따르면, 리스폰 엔터테인먼트는 지금까지 PC 버전에서 약 35만 개의 계정에 제재를 가했으며, 앞으로 게임 내에 신고 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앞으로는 모니터링 전담 팀의 인원을 늘리고 핵 사용자를 잡기 위한 여러 가지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방법은 밝히지 않았다. 핵 사용자들이 개발사의 대처 방안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면,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이펙스 레전드’가 핵 문제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총싸움 배틀로얄 게임은 여러 가지로 핵에 악영향을 많이 받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같은 장르인 ‘배틀그라운드’도 인기가 높아진 후에는, 핵 사용자 때문에 동시접속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에이펙스 레전드’가 장기적으로 흥행할 수 있을지는, 지금 불거진 핵 이슈에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처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