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에이테크모(이전 테크모)의 'DOA'(Dead Or Alive)는 괴짜이자 천재 개발자인 ‘이타가키 토모노부’의 ‘팀 닌자’에서 '버추어 파이터'(이하 버파)를 아성을 뛰어넘기 위해 만들어졌고 그 당시 상당한 수작으로 평가 받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불세출의 개발자 스즈키 유(세가)의 '버파 3'와 겨뤄야 했던 'DOA'는 아류작 정도로 취급되며 허망하게 묻혀 버린다. 

그런데 전혀 엉뚱한 부분에 매력을 느끼는 게임 팬들이 급증하게 된다. 당시 최신 3D그래픽 기술을 모두 구현하기 위해 캐릭터(특히 여자)들의 특정 신체에 물리엔진을 마구 집어 넣었던 것이 먹힌 것. 일명 바스트 모핑(이하 그것)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으며 새로운 격투 장르를 개척하게 된다. 

한 술 더 떠 부드럽고 사실적인 그것을 위해 야와라카이(부드러운)라는 다소 민망한 이름까지 붙인 자체 엔진을 시리즈 마다 업그레이드하며 그 부분에 있어서는 독보적인 체제를 구축했다. 'DOA 6'는 현 세대 기준으로 그것의 정점을 보여주기 위해 출시된 격투게임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그렇다고 그것에만 치중한 것이 아닌 'DOA' 본연의 격투 스타일은 유지하고 더 향상되어 돌아왔다.

▲ 여전히 아름다운 카스미

▲ 이토록 보는 재미가 있는 격투게임이 있던가?

■ 흔들림의 진화! 그 끝은 어디인가?

일반적으로 격투게임 시리즈의 신작이 출시되면 새로운 전투 시스템, 신규 캐릭터, 기존 캐릭터의 기술 변경, 필살기의 연출 등에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인데 'DOA'는 그렇지 않다. 서두에 이야기 했던 바와 같이 1순위도 2순위도 그것의 흔들림이다. 타 대전게임에서 1순위로 생각하는 것은 'DOA'에서 3순위부터가 아닐까 싶을 정도다. 아무튼 'DOA 6' 에서도 그것은 확실히 진화했다. 다음 작품은 도대체 어떤 진화를 보여줄지 내심 기대가 된다. 

▲ 스크린샷 만으로 흔들림을 보여줄 수 없는 아쉬움

직전 작품인 'DOA 5 라스트라운드'만 해도 흔들림의 정수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DOA 6'를 통해 '지금까지 마신 것은 그냥 커피였구나'라고 깨닫게 될 정도다. 게다가 옷차림에 따른 흔들림에 변화를 주어 게이머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한다. 

플레이 초반에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타이트한 복장을 하고 나와 그것의 흔들림이 덜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코스튬을 바꾸는 순간 그것의 가치는 살아난다. 물론 코스튬은 그냥 주는 것은 아니고 'DOA 6'에 마련된 모드 플레이 혹은 시즌패스 등과 같은 DLC를 통해 해금해야 한다. 즉 보고 싶으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 이런 타이트한 복장은 안 흔들린다

■ 필살기 시스템의 새로운 정의

'DOA'가 그것의 흔들림이 부각된 게임이라는 시선이 각인되어 있긴 하지만, 6편까지 이어온 것만 보더라도 게임성 부분은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DOA 6'도 시리즈 특유의 시원시원한 타격감, 4버튼 체계(P[펀치], K[킥], H[홀드], T[잡기])의 조합, 지형지물을 이용한 대전 방식, 가위바위보 식의 심리전 시스템 등의 기조는 그대로 유지한 채 S(스페셜)키를 이용하는 브레이크라는 고유 시스템을 추가했다. 

단순하게 보면 어지간한 격투게임에 모두 적용되어 있는 게이지를 채워 사용하는 필살기 시스템 정도로 볼 수 있는데, 자세히 뜯어보면 많은 부분이 다르고 'DOA 6'의 핵심 전투시스템으로 봐도 손색이 없다. 

▲ 브레이크 블로우가 성공하면 복근(?)이 나타난다

일단 브레이크 시스템은 매우 쉽다. 하드 이상의 AI나 중고수급의 게이머와 붙지 않는 한 처음 하는 사람이라도 쉽게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격투게임들이 새로운 시스템이 추가되면 익히기도 어렵고 적재적소에 사용하기도 어려운데, 'DOA 6'의 브레이크 시스템은 그런 개념과 정반대에 있다. 

S 연타, →+S, ←+S 이 3개 조작만으로 필살기 연출은 물론 본연의 기능도 충분히 발휘한다. 물론 사용하기 쉬운 만큼 현저히 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 역전을 할 수 있는 만큼의 효과는 없지만, 경험해 본다면 충분히 납득할만한 시스템이라 본다. 

▲ 매우 사용하기 쉬운 브레이크 블로우

■ 납득은 하지만 아쉬운 컨텐츠 볼륨

'DOA 6'의 컨텐츠는 크게 스토리, 퀘스트, 파이터(대전, 아케이드, 서바이벌, 타임어택), 온라인 대전으로 좋게 말하면 매우 심플하다. 퀘스트 모드를 제외하면 전작(DOA 5 라스트라운드)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거의 없다. 더욱이 'DOA 5'부터 변경된 스토리 모드의 진행방식을 그대로 차용하고 있어, 클리어까지 플레이 타임도 짧은 편이다(캐릭터별 스토리 구성이 아닌 메인 스토리+서브 스토리 구성). 이후부터는 각종 캐릭터별 코스튬 해금을 위한 플레이로 봐도 무방하다. 

▲ 스토리모드에 등장한 코스튬을 얻고 싶다

어떻게 보면 결국 노가다 플레이를 강제하기 때문에 무책임한 컨텐츠라 볼 수 있겠지만, 타 격투게임들과 비교 하면 오히려 'DOA 6'의 콘셉트에 잘 맞는 반복 컨텐츠가 아닐까 싶다. 코스튬이 돋보이는 대전격투 게임 중 'DOA'를 능가하는 게임은 없다고 해도 되니까 말이다. 

보통 대전게임을 아주 좋아하지 않는 이상 스토리 모드 종료 후에는 손님 접대용으로 실행되거나 가끔 플레이 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아직까지 메이저 급 격투게임들도 RPG처럼 꾸준히 플레이 하게 하는 획기적인 컨텐츠를 찾아내지 못한 것을 보면 'DOA 6'의 코스튬 설계도 모으기는 그나마 양호한 것 일지도 모르겠다.

▲ 각종 모드를 플레이해 코스튬 설계도를 모아야 한다

■ 코스튬 : 아름답고 부드럽고 자연스럽다

이번 'DOA 6'도 코스튬은 여전히 메인 컨텐츠다. 분명히 같은 캐릭터이고 기술 추가나 능력치 변화도 없는데 코스튬 한 번 바꿔 입은 걸로 분위기 전환이 되는 격투게임은 'DOA' 시리즈 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DOA 6'의 영상이 최초 공개되고 유저들이 우려한 부분이 전작과의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던 것. 그래픽적으로 월등해 보이지도 않고 몇 년에 걸쳐 워낙 많은 코스튬이 등장한 상황에 결국 코스튬의 재탕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 DOA5에서도 있었던 옷들이지만 다르다!

'DOA 6'는 그런 우려를 100% 불식시키진 못했지만,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서 이야기 했던 코스튬에 따른 그것의 흔들림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는데, 몇 단어로 정의하자면 ‘신체와 코스튬의 분리’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이는 신체와 코스튬이 따로 논다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사람이 옷을 입었을 때 나타나는 옷의 구김, 벌어짐, 늘어남 등이 표현되었다고 보면 된다. 

기술적으로 그런 부분을 구현한 것인지 페이크 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눈이 즐거워 졌다. 출시 초기라 그런지 캐릭터별 코스튬 개수도 적은 편이고, 패션쇼에서나 볼법한 디자인의 코스튬은 적다. 이 부분은 전작에서도 그랬던 것처럼 차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 살아 있는 질감이 느껴지는가?

■ 코스튬 : 아름답지 않은 랜덤박스

DLC 구매가 아닌 플레이를 통해 각 캐릭터 별로 존재하는 모든 코스튬을 해금하기 위해서는 120여개가 넘는 퀘스트 모드와 아케이드, 서바이벌, 타임어택을 꾸준히 플레이 해야 한다. 여기까진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도한다는 점에서는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내가 원하는 코스튬을 바로 얻을 수 없는 시스템에 있다. 

▲ 티나가 아닌 크리스티 코스튬 설계도를 주는 센스

캐릭터별 코스튬에는 각각 200~1000점 정도의 점수가 있는데, 설계도를 모아야만 해당 코스튬을 해금할 수 있다. 그런데 특정 모드를 클리어 했다고 했을 때 어떤 캐릭터의 몇 번 코스튬의 설계도를 몇 개 주는지를 모른다는 것. 

예를 들어 카스미로 서바이벌 모드를 클리어하면 코스튬 설계도를 준다. 그런데 카스미가 아닌 하야부사의 03번 코스튬 설계도를 주는 형식이다. 코스튬에 따라 200개에서 많게는 1000개까지 설정되어 있는데, 각 모드에 따라 부여하는 개수는 다르다. 나름대로 룰이 있긴 하겠지만 아무렇게나 주기 때문에 원하는 코스튬이 있어도 언제 입어볼 수 있을지는 운명에 맡겨야 한다. 

▲ 1000개를 어느 세월에?

출시 초기에는 1000개가 필요한 코스튬에 1~10개만 주기도 했는데, 당연히 무성의하다 못해 무책임한 코스튬 획득 시스템에 게이머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개발사는 코스튬 포인트 100배 이벤트를 출시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실시, 결국 자신들이 만든 시스템의 실패를 시인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으로 현재 일부 게이머들은 가장 쉬운 난이도에서 연타 버튼 입력 기능이 있는 패드를 이용해 모바일의 오토게임 마냥 켜놓는 팁을 공유하고 있다.

▲ 지금은 100배 이벤트 중

■ 예상되는 ‘완전판’의 아이러니 

'DOA 6'에 대해 총평을 하자면 기본은 미완성 격투게임이다. 새로 추가된 브레이크 시스템은 원래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으며 보는 재미를 강조한 'DOA'의 색깔도 분명하다. 그것의 흔들림 표현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기존 시스템의 재탕 혹은 업데이트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그동안 그렇게 많은 코스튬을 만들어왔으면서 이 정도 분량이라면 급하게 내놓은 듯한 인상도 든다. 물론 최근 격투게임들의 서비스 패턴으로 봤을 때 속적인 컨텐츠 볼륨 확장을 기대해 볼 수 도 있다. 

그런데 격투게임 부분유료화의 최전선에 있는 'DOA'라면 무조건 기대는 금물이다. 'DOA 5 - 얼티메이트 - 라스트라운드'로 이어지는 선례로 봤을 때 이번 'DOA 6'는 오리지널판으로 남을 가능성을 배제하긴 어렵다. 만약 '스트리트 파이터 5'처럼 후속버전 출시 시 오리지널판 구매자에 대해 무료 업데이트를 해준다면 갓 게임으로 인정하겠다.

▲ 눈요기 게임으로 묻히기에는 너무 아깝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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