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이야기를 새롭게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의 구조를 무너뜨리기 쉽고, 새로운 부분이 잘 어울릴지도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이는 올해로 서비스 15주년을 맞은 온라인게임 ‘마비노기도’ 마찬가지다.

넥슨 전소현, 장기은 기획자는 ‘마비노기’의 시나리오를 지난 2년간 개발해 온 경험을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1일차 세션 ‘마비노기 시나리오 기획자는 대사만 잘 쓰면 되는 거 아닌가요? 15년 된 라이브 게임에서의 시나리오 콘텐츠 제작담’에서 솔직하게 털어놨다.

‘마비노기’는 켈트 신화를 바탕으로 15년간 콘텐츠와 이야기를 축적한 게임이다. 메인 시나리오도 벌써 챕터7이 진행 중이고, 등장 캐릭터(NPC)만 100여명이 넘는다. 이야기에 대한 유저의 관심도 큰 만큼, 단순한 시나리오의 완성도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시나리오 라이터는 거대한 이야기에 디테일을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맛깔 나는 대사는 물론, 거대한 줄기에 어울리는 표현도 만들어야 한다. 장기은 기획자는 “작업에 필요한 비용과 경험을 전달할 수단, 이를 구현하는 기술이 시나리오 기획자에게 필요하다”고 했다.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많이 알수록 효과적은 표현방법을 많이 적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전소현 기획자는 ‘마비노기’의 업무 과정을 빠르게 정리했다. 새로운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원과 비용을 문서로 정리하고, 어떻게 표현하는지를 각 부서에 요청하고, 필요하다면 테스트까지 진행했다고 한다. 여기에 15년간 쌓인 자료를 바탕으로 대사와 시나리오를 개발해야 한다. 그가 발표에서 “정확한 의사소통과 시시각각 변하는 업무를 정확하게 처리하고, 문서로 정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이유다.

시나리오를 만들며 느낀 경험도 공유했다. 장기은 기획자는 “시나리오를 만들 때 왜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고, 표현하고자 하는 방식과 콘텐츠의 투입 목적을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세부적으로는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와 표현의 기준이나, 개인적인 기준을 세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명확한 구현을 위해 이해를 돕는 그림을 추가하는 방식을 추천했으며, 유저를 위해서는 화면 연출이나 배경음악, 효과음 등 주변요소를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미쟝센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길 권유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캐릭터 설정 기획과 개발 단계에서 실패했던 경험을 공유하고, 실제 게임내의 연출을 위해 기획 절반 이상을 뜯어고쳤다고 털어놨다.

두 기획자는 “시나리오 기획자는 단순히 상황에 맞는 대사를 만드는 것 뿐 만아니라, 효과적인 상황 전달을 위해 때로는 직접 스크립트 코드를 바꿔야 할 때도 있다. 기획 업무뿐만 아니라 되도록 많은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하는지를 알고 있으면 업무가 편하고 질도 높아진다”라고 시나리오 기획자의 일과 필요한 능력을 정리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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