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코믹스라는 유명 IP를 소재로 개발된 ‘마블 배틀라인’. 이 게임의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개발진들은 어떤 과정을 거쳤을까? 마블의 검수는 얼마나 까다로웠을까? ‘마블 배틀라인’의 시나리오와 설정을 담당하고, 내부 검수를 총괄하는 손수현씨의 설명을 들어보자.

넥슨이 개발한 모바일 게임 ‘마블 배틀라인’은 마블 코믹스라는 유명 IP를 소재로 개발된 전략 게임이다. 개발진은 이 게임만을 위한 별도의 스토리를 만들었고, 이 스토리 제작에는 마블 코믹스 작가 알렉스 얼바인도 참가했다. 유명 IP를 소재로 개발되는 게임에서 게임만을 위한 고유의 스토리를 별도로 만드는 것은 당연히 쉽지 않았다. 우선 IP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하고 IP를 보유한 기업의 까다로운 검수 과정도 거쳐야 한다.

개발진이 가장 처음에 준비한 스토리는 5분 만에 반려됐다. 마블 코믹스에는 ’인피니티 스톤’은 파괴되지 않는다는 설정이 있는데 그것을 어겼다는 이유였다. 손수현씨는 “나중에 마블 코믹스를 열심히 찾아보니 인피니티 스톤이 파괴되는 장면이 있긴 있었다. 아무튼 이런 다양한 설정과 제약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참고로 ‘캡틴 코리아’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떠냐는 우리의 아이디어는 바로 반려됐다”라고 전했다.

북미 코믹스의 특수성도 고려해야했다. 일본 만화가 선형적 구조라면, 북미 코믹스는 거미줄 구조다. 예를들어 ’시빌워’ 에피소드를 제대로 이해하고 싶다면, 읽어야 하는 단행본의 종류가 수십 종에 이른다. 그렇다보니, 하나의 주제를 선택하고 그것을 압축하는 방식은 사용할 수 없었다.

마블 작가팀의 검수를 받기 위해서 개발진이 준비한 내용을 영어로 번역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마블 작가진이 수정한 내용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작업도 조심해야 했다. 한국어로 표현했을 때 반발이 적절한지, 존댓말이 적절한지를 결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개발 초기에는 전문 번역가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지금은 이 과정이 많이 익숙해져서 넥슨 내부 인력이 번역을 담당한다.

마블 작가팀의 검수가 끝난 다음에는 마블 브랜드팀의 검수를 거쳐야 했다. 브랜드팀은 해당 내용에 마블의 브랜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를 주로 본다. 이렇게 마블 작가팀과의 논의와 검수, 번역, 브랜드팀의 검수 등을 거쳐야 하나의 안이 통과된다. 중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처음부터 다시 이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한다.

이런 까다로운 검수 과정은 얼마나 걸렸을까? 개발 초기에는 하나의 안이 통과되기까지 약 2개월이 걸렸다. 손수현씨는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영혼이 많이 나가게 된다”라고 말했다. 지금은 개발자들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검수 기간이 한 달 정도로 줄었다. 마블 작가팀이 게임 개발진들을 어느 정도 믿어주는 것도 있다.

혹시 ‘마블 배틀라인’ 개발진은 마블 영화의 내용을 개봉전에 미리 알고 개발하는 것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마블 영화가 개봉되기 전에 특정 캐릭터를 선역으로 만들었는데, 영화가 개봉되고 난 후에 그 캐릭터가 사실은 악역이었다는 것을 알게되는 경우가 많았다. 손수현씨는 “처음에는 우리만 이렇게 작업하는 줄 알았는데, 알아보니 마블과 협업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같은 처지였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손수현씨는 “지금 돌아보면 개발과 검수 모두 쉽지 않았다. 사실 이번 발표에서도 더 많은 것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 많다”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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