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문화 콘텐츠 관련 관계자들이 WHO의 질병코드 추진의 대응에 대해 많은 주장을 내세웠다. 그리고 그 주장은 대체로 게임을 모르고 배척하는 세대에 대한 게임의 인식 변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졌다.

문화연대는 3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위치한 청년문화공간 JU 니콜라오홀에서 “WHO 게임 질병코드 분류 추진, 무엇이 문제인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토론에는 대구가톨릭대학교 박근서 교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박승범 과장, 믹스라이스 양철모 작가 , 온상민 게임 해설자, (가칭)질병코드 도입저지 공대위 위정현 대표, 문화연대 이종임 집행위원, 이혜영 문화연구자 등이 참여했다.

가장 먼저 의견을 낸 박근서 교수는 문화의 문제는 문화로 풀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이미 90년대 만화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지적한다. 만화의 탄압으로 유명 만화가가 인간 쓰레기가 된 적도 있었는데 그에 준하는 공격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하지만 만화와 게임의 상황은 다르다고 한다. 만화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지적만 있었는데 게임은 병이라는 논리이기 때문. 문화는 문화로 풀어야 하는데 의학적 논리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위계적 갈등이 해소되면서 수평화-개인화가 됐는데, 이때 개인들을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은 위협을 주는 것이고, 게임의 질병코드 등재 추진도 그 일환이라는 것. 이를 위해 작동하는 힘이 가진 불합리함과 문제점을 어떻게 증명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만화나 게임을 향유하고 만드는 계층이 주로 중간 이하층인데, 상위층 입장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대상이 게임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게임을 싸잡아 얘기했고, 미국에서는 과거 ‘프로거’(Frogger)가 매우 폭력적이고 잔인한 게임이라며 논란을 일으킨 적도 있다고.

마지막으로 그는 “문화의 문제는 문화로 풀자. 하지만 게임에 대한 중독 물질 프레임이 의미있고 생산적인 이야기를 못하게 만들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책 강구를 요청했다.

박승범 과장은 현재의 질병코드 담론은 많은 의혹들이 있는 만큼 향후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 게임산업과에서는 게임에 대한 산업적-문화적-해외진출-창작지원 등 여러 업무를 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건 게임의 가치를 제고하는 일을 정부가 하는 것이라고. 최근 문체부가 질병코드 분류에 대한 여러 의문들을 담아 공식 의견을 WHO에 제출했다고 한다. 

이어 주요 조사 자료도 언급했다. 최근 한콘진과 문체부가 2천명을 대상으로 한 게임이용자패널 조사를 실시한 결과, 과몰입군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하며, 과몰입군에 남아있는 비율은 1.4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주 요인은 학업스트레스나 부모의 과잉간섭 등이었다고. 과몰입이 사회-심리적 환경에 기인했다고 하면 학부모나 시민단체에서 굉장한 비판을 할 것인 만큼 이 내용은 불편한 진실이지만 그들에게 불편하다는 것. 

그리고 2천명 중 200명만 뽑아 임상연구도 했는데 공존질환이 없는 순수 게임과몰입군 중 뇌 구조적 변화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는 결론이 내려져 게임을 한다고 뇌가 변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고 한다. 

또한 과몰입군의 공통적 특징이 다른 유형보다 자존감과 사회만족감이 낮고 부모의 정서적 지원과 감독을 덜 받으며 또래와의 애착과 신뢰도가 낮고 학업 스트레스가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결국 스트레스나 자기 통제 저하는 게임 자체에 기인하는 것이 아닌 다른 요인 때문이며, 우울증이나 ADHD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임상적 결론이라는 것이다. 특히 질병코드 관련해서 여러 의혹들이 있는데, 매우 신빙성이 있다고 보며, 담배는 중독 물질이 아닌데 게임은 중독 물질이라고 하는게 상식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또한 질병 코드 분류가 확정되면 입영이 거부될 수도 있고 교정관련 치료 부분도 문제가 되고 여가부- 교육부도 학생지도에서 이 부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때문에 문체부 입장에서는 강하게 반대하는 중이라고 한다. 

과거 셧다운제 도입 후 조사에 따르면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가 2조원 넘었는데. 만약 질병코드화가 되면 3년간 5조원이 넘는 위축 효과가 있고, 11조원이 넘는 부정적 효과가 있으며, 업계에도 10조원이 넘는 위축 효과는 물론 고용적 문제가 발생한다는 조사가 있다고.  

마지막으로 그는 “게임은 국민의 대표적 여가활동으로 자리잡았고 이스포츠도 인기가 높은 상황인 만큼 상상력이 만연한 게임 같은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반성한다. 앞으로는 잘 대응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양철모 작가는 이번 사태를 문화 및 산업적 측면에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제 생산성과 놀이 문화는 항상 충돌해왔고, 그런 측면에서 지금 이 상황이 논의된다는 게 좀 늦었다고 생각한다고. 때문에 어떤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많아져야 하고 문화-산업적 측면에서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신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부모는 물론 아이들끼리 소통하는 과정에서 게임을 이용하는게 현실이고 일상이며, 만화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대화 소재를 확장하는데 물꼬를 트는 것도 게임이라는 것. 

게임은 수평적 위치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매체이고 소통의 매개체로 다양하게 각광받고 있으며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는데 이를 질병으로 정하는 순간 일상이 침해된다는 것. 

특히 넷플릭스에서도 보는 사람이 관여해 시나리오를 바꾸는 게임 형식에서 파생된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관람 주체가 아닌 개입 주체가 되는 세계에 살고 있는데, 이러한 근간이 되는 게임을 질병으로 정한다면 문제가 커진다는 것. 때문에 공대위를 통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온상민 해설자는 어른들이 보는 게임의 가치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은 그 안으로 들어가면 커뮤니티 안에 들어가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거나 소설을 읽듯 스토리를 느끼는 다양함이 있는데, 물론 폭력성과 사행성이 짙은 게임도 있지만 긍정적 부분도 많이 있기에 이를 어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임은 하나의 문화다. 즐겁기 때문에 했던 거고 빠졌을 뿐, 시간이 지나면 하라고 해도 못한다. 중독이라는 프레임도 바꿔야 한다. 어른들이 보는 게임의 가치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위정현 대표는 과거의 수구적 논리를 지키려는 집단이 게임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계는 10여년 동안 PK 이슈와 청소년 기준으로 인한 정부 부처간 갈등, 그리고 바다이야기로 인한 게임 산업 초토화, 셧다운제 지정과 4대 중독법 등 여러 이슈가 발생했다고. 

그런데 질병 코드는 글로벌 논쟁으로 양상이 번졌고, 그 뒤에는 의사 집단이 있으며 배후에 보건복지부가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처럼 그간 게임에 대한 끊임없는 공격이 있었지만 방어는 지리멸렬했고, 이는 게임산업계가 분열되어 있었고 관망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이슈는 세대간 대립이라고 지적했다. 40대 중반 이상인 50대 정치인과 부모들은 게임에 대해 적대적이고 논리적 근거를 대도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리고 일부 세력이 집요한 이유는 400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의료계의 큰 시장이 열리는 경제적인 이유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고, 중독세나 기금 조성이 다시 고개를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청소년 보호논리와 산업 논리가 충돌하면 패배하기에, 창작과 표현, 예술의 자유를 앞세우고 함께 손잡고 투쟁할 수 있다. 

그는 “이번 이슈는 과거 세대와 미래 세대의 전쟁이다. 그들은 과거의 수구적 논리를 지키기 위해 게임을 희생양으로 전쟁을 벌이고 있다. 대한민국 미래를 열 것이냐 닫을 것이냐의 이슈라고 생각. 그들은 마치 쇄국정책을 편 흥선대원군의 추종 세력같다. 향후 많은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활동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임 집행위원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가 작년 질병 코드 관련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돌아온 답은 “언제까지 게임을 문화예술로 볼 거냐”라는 피드백을 받았다고. 

많은 단체에서도 부정적 피드백을 받은 만큼 현실적으로 중독이나 질병에 기반해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예의 주시해야 하고, 게임 이용 시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이 중독으로 확장된 만큼 이 인식을 어떻게 바꿀지 전략부터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행인 것은 미디어에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긍정적 반응을 얻은 드라마 ‘알함브라의 궁전’을 비롯한 TV 콘텐츠에서 게임에 대해 공감하려는 것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 

이제 게임은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된 만큼 대중적 문화로 확장되는 상황에서 질병코드 규정이 현실적 문제를 담은 담론인지 점검하며 고민해 대중적 문화를 부정적으로 취급하며 의학적 지식에 기반한 용어로 규정되는 행위들을 부술 수 있도록 산업이나 이용자, 단체 등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과거를 답습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부정적 담론에 큰 힘을 실어준 게 사행성 게임이지만 자율규제를 통해 문제 해결에 노력 중인 만큼, 각 주체들이 여러가지 이슈에 대해 구체적이고 실질적 대안이 만들어지는 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혜영 문화연구가는 게임을 정정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10살 아이 둔 학부모로 청소년을 주로 만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게임을 하는 친구들에게 게임에 대해 물어보니 “시험 기간인데 게임을 안 했으면 10점 올랐을 거다”라거나 “성적 스트레스가 없으면 게임을 안 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자발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는 비만-흡연과 비슷하다고 그는 생각한다. 늘 달성될 수 없지만 소망하고, 이를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따르는데 그 죄책감의 근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마치 학생들이 해야 될 일(공부)을 하지 못한 죄책감을 갖고 스스로 게임에 대해 당위성을 부여한다는 것. 

학생들은 이미 어떤 게임이 좋은 게임이고 집중력 창의력 사고력 길러준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런 자기 변명을 하는 걸 보며 안타까웠다고 한다. 게임은 그냥 즐기며 하는 것인데 자기 변명까지 해야 하나. 부모도 마찬가지로 게임은 절대 안 된다고 하지만 게임 개발의 기반이 되는 코딩 교육은 된다고 한다.

그는 “자꾸 효율성이나 성과적 측면에서 접근하는데, 게임도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됐으면 한다. 게임도 정정당당하게 즐길 수 있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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