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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국의 화웨이 제재, 선택의 시간이 다가온다
  • 안병도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5.18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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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술(IT)분야는 최소한 한국에서는 정치적인 부분과 무관하게 중심을 잘 잡고 움직이는 편이다. 정책에 대한 호불호는 있을 수 있어도 최소한 이익과 손해가 분명하게 시장에서 결정되는 분야이기에 그렇다. 미래성장 기술에 대한 예산편성이나 집행에 있어서는 정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매우 강조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여 왔다. 따라서 지금 전세계적으로 논란이되는 중국산 통신장비 채택에서도 우리 정부는 정치적 결정을 최대한 배제하며 개별 업체에 맡긴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런데 이런 흐름에 커다란 장애물이 나타났다. 지난 15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의 위협으로부터 미 정보통신기술(ICT) 및 서비스를 보호하겠다”는 말과 함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언론에서는 이번 조치가 화웨이를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규정하고 이에 영향을 미치는 거래를 금지할 권한을 상무장관에게 위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 위한 접근으로 해석하고 있다. 또한 미중무역전쟁의 연장선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한 행동의 일환이라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서도 일부 이통사가 채택하고 있는 화웨이 장비에 대해 우려가 제기됐다. 핵심사항은 화웨이 장비가 보안상 안전하느냐 라는 제한적인 문제였다. 그렇지만 이것은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슈일 뿐이다. 당의 지시를 거역하지 못하는 국가체제에 있는 중국 IT기업이 만든 장비를 과연  가격이 저렴하고, 기술경쟁력이 있다는 이유로 주저없이 채택해도 좋겠냐는 것이 더욱 큰 의문이다. 이 문제는 특히 세계 패권국인 미국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 및 70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기업 명단에 올린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화웨이와 계열사가 미국 기업과 거래하고 싶다면 미국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핵심부품이 화웨이에 공급되는 것을 언제라도 차단할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이미 미국은 중국 ZTE와 푸젠진화에 미국산 부품과 생산장비 공급을 금지하는 것으로 해당 업체에 엄청난 타격을 준 바 있다. 화웨이에도 비슷한 충격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화웨이는 16일.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화웨이는 5G 분야의 독보적인 선도기업"이라고 강조하며 "화웨이 제품 보안을 보장할 수 있는 효과적인 검증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 정부와 기꺼이 대화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이러한 방침으로 인해 미국은 화웨이 제품보다 비싼 제품을 사용하게 됨으로써, 5G 구축에서 뒤처지고, 궁극적으로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의 정치적 결정에 대해 경제적 이해관계를 생각해보라는 것으로 받아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입장은 미묘하다. 한국은 정치적으로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며 북한과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안보를 위해서라면 다소의 경제적 이익은 언제든 포기할 수 있다. 한편으로 한국은 중국과의 교역으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는 국가다. 한국의 2018년 대 중국 수출은 1,617억 달러 (약 186조원)이며수입은 1,053억 달러(약 121조원)로 무역수지는 564억 달러(약 65조원) 흑자다. 미국에서는 161억 달러(약 19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중국과의 무역수지 흑자가 미국의 3배가 넘기에 작은 이익으로 넘길 수 없다. 

따라서 미국이 동맹국에게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해도 한국정부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정부의 입장은 정치와 경제는 별개라는 선을 지키며 미중이 화해하기를 희망한다는 선에서 정리된다. 한국에서 현재 도입을 마친 화웨이 장비에 대해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안보를 내세운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거세질 수록 '앞으로' 화웨이 혹은 다른 중국산 장비 도입을 검토하려는 한국 IT기업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도입을 마친 곳에서도 추가 도입에는 신중해질 수 있다. 미국이 정색을 하고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내세운 이상, 동맹국인 한국이 경제적 이익만 챙긴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이 좋아? 돈이 좋아?"라고 묻는 세계 정세 앞에서 한국이 선택을 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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