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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이해가 우선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세계보건총회를 개최,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 표준분류기준(ICD) 11차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여러 경로와 방법을 통해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도입을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수 년간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고민해 게임 장애가 질병이라는 결론에 도달했고, 전문가의 진단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찬성 측의 주장에는 게임 혹은 당사자에 대한 이해보다는 명확하게 드러나는 부정적 시선이 중심이 되고 있다. 특히, 지난 21일에 진행된 MBC 100분 토론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 편에서도 찬성 측의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과 무지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

먼저, 토론 진행자인 김지윤 교수는 엄연히 게임장애나 게임과몰입이라는 정부나 해외에서 지정한 단어가 있음에도 토론 서두에 "우리 사회의 인식과 토론 진행의 편의를 고려해서 '게임중독'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고 밝혀, 시청자로 하여금 게임이 중독 물질로 인식되도록 했다.

또, 그는 후반부에 "설문조사 결과 게임장애의 질병코드 등록을 찬성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오랫동안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이 자신들이 직접 한 설문조사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즉시 반박하자 "그 결과는 특정층을 조사로 한 것인 만큼 국민 대표성을 가지기는 힘들다"고 대답했다.

여기서 진행자가 언급한 설문조사는 지난 10일에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결과인데, 총 511명 중 40대 이상의 응답자 비율이 73.3%에 달할 만큼 특정층 위주로 조사한 결과였다. 

진행자가 그 내용은 모른 채 상대의 결과가 대표성을 가지기 힘들다고 말한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결과도 대표성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며, 중립을 지켜야 할 진행자가 편향적 시선을 갖고 있음을 보여준 셈이었다. 

그리고 토론에 참석한 한 방청객은 "군인에게 처음 사람을 죽이라고 했을 땐 죽이지 못하지만, 계속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학습시키면 사람을 거리낌없이 죽이게 된다. 게임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1인칭 시점에서 캐릭터를 조종하고 죽이는 행위를 하는 걸 봤을 때 게임은 범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언급해 게임에 대한 이해가 없는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질병코드 찬성 패널로 등장한 김윤경 인터넷스마트폰과의존예방시민연대 정책국장은 인터넷 상에서 가장 많은 화제가 되고 있을 만큼 부정적 시선의 정점에 있음을 보여줬다.

그의 주장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 '갤러그'나 '너구리'는 끝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 게임은 예전과 달리 끝이 안 보이고 연속성이 너무 강해서 그 연속성이 중독성을 일으킨다. 

▲ 게임을 하다가 안 하면 레벨이 떨어진다. 그러면 아이들은 조급한 마음에 계속 게임에 머물게 된다.

▲ 얼굴을 맞대고 사람을 만나야 사회성이 길러지지 게임의 파티가 사교성과 사회성을 길러주지 않는다. 그 안에서 자아실현을 하면 밖에서는 하지 않는다.

▲ 1980년대 후반 우리나라 PC 용도 조사 결과 게임이 제일 높아서 국가가 게임을 육성하겠다고 생각하게 되어 정부 지원이 시작된 것이다. 

이 내용들은 해당 이슈에 대해서 어느 정도 검색을 하거나 이해했다면 절대로 언급할 수 없는 주장들이다. 실제로 '갤러그'나 '너구리'도 끝이 없는 무한 반복 게임이고 레벨 시스템이나 랭크 시스템은 시즌제가 아닌 이상 하지 않는다고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사회성-사교성 부분은 인터넷 시대에서도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있고, 80년대 후반 용도 조사와 정부 지원은 근거가 없는 내용이다. 자신의 주장을 합리화하기 위한 근거들이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 "우리 아이들이 왜 게임에 빠져드는가 나름대로 공부를 해봤다"고 말한 부분이 무색할 정도였다.

그 외에도 게임장애와는 다르게 다뤄야 할 확률형 아이템 문제가 마치 게임장애를 유발하는 듯한 여러 발언이 있었고, 정부가 게임산업을 키워줬고 세금이 나갔으니 게임업체는 중독세를 내야한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게임, 그리고 아이들이나 게임에 과몰입하는 사람의 환경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면 위와 같은 주장을 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성인이 된 사람이라면 누구든 어린 시절 어느 하나에 일시적으로 몰입했었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과거 만화책, 소설, TV,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는 물론 모으기나 활동, 놀이 등에 빠져든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환경이 바뀌었고 무한 경쟁 시대를 맞아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며 부모의 역할도 바뀌었고, 학원 등 과도한 학업으로 아이들이 해야 하는 것들도 바뀌었다. 그에 따라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수단도 변화했다. 쉽게 접하는 것은 물론 친구들과 대화하고 공유하며 함께 하는 즐거움의 수단이 바로 게임인 것. 

게다가 게임에 중독성이 있어 게임만을 좇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환경-심리적 요인으로 인한 결과로 아주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을 찾고 있는 것이고, 일부 발생한 강력 범죄의 경우에도 게임에 그 원인을 전가시킬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건과 사고가 발생할 경우 조금이라도 게임과 연관되어 있다면 게임을 그 원인으로 삼는 것이 현 실태다. 단순한 일시적 몰입 현상과 콘텐츠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중독으로 취급받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게임 장애가 질병코드로 등재된다면 단순히 게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나아가 문화 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에 대한 질병화가 다른 산업에도 적용되지 않으리라는 법이 없기 때문. 

그에 따라 게임-영화-애니메이션-웹툰-예술-미디어 등 무려 84개의 문화 콘텐츠 관련 협단체들이 공동대책 위원회를 결성하는 전례없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자신이 게임에 대해 잘 모르고 다들 나쁘게 생각한다고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기보다는 그 사람, 혹은 자신의 아이가 무엇을 원하고 있고 어떤 상황인지, 어떤 게임을 즐기고 있고 그 게임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또 함께 한다면 게임에 대한 막연한 부정적 시선은 사라질 것이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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