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가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했다. 이 내용은 2022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이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업계, 학계, 몇몇 지방정부가 참여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준비되고 있으며, 29일에 출범식이 열릴 예정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고 있는 제72차 세계보건총회를 통해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국제질병분류(ICD) 11차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11차 개정안 내용은 오는 2022년 1월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8년 6월에 ‘게임 장애’를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중독성 행동 장애’라는 항목에 도박 장애 및 다른 행동 장애와 함께 등재된 것. 당시 공개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에서 '게임 장애'는 1) 게임 플레이 시간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 2) 게임이 다른 일상생활보다 더 중요한 행위가 되어가는 것, 3) 게임으로 인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옴에도 불구하고, 지속해서 게임에 몰두하는 것이라고 정의됐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에 한국게임산업협회를 포함한 각국의 게임관련협회들이 반대 의견을 냈다. 한국에서는 각종 토론회와 공청회가 열렸고 다수의 학자가 “‘게임 장애’를 측정하는 방식조차도 통일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과잉 의료화’의 위험성도 지적됐고, ‘약을 팔기 위해 병을 만드는 측면이 있다’라는 발언도 나왔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세계보건기구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 20일 세계보건총회가 열린 이후에는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황성익 회장이 ‘게임은 문화다, 질병이 아니다’라는 문구를 만들어서 자신의 SNS에 올렸고 반대 캠페인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대표는 “돈 때문에 괜한 손목 비틀지 말라”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반대의견에도 불구하고,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은 세계보건총회에서 통과됐다. 세계보건기구는 11차 개정안이 2022년 1월부터 적용된다고 전했다. 

한국은 국제질병분류를 골격으로, 한국 실정에 맞게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를 제정해서 사용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7차 개정판은 2015년 9월 24일 고시됐고(통계청 고시), 2016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보건복지부 박능후 장관은 지난 2018년 10월에 열린 국정감사에서 “국제질병분류 개정안이 확정되면, 바로 받아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도 개정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세계보건기구의 국제질병분류는 법률처럼 강제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내용을 받아들일지, 얼마나 받아들일지는 각국 정부가 알아서 결정한다. 다만, 세계보건기구는 UN의 전문기구인 만큼, 많은 회원국들이 국제질병분류를 기반으로 자국의 질병분류체계를 만들었고, 이것이 개정되면 개정된 내용을 반영해왔다. 한국 역시 지금까지 국제질병분류가 개정된 내용을 반영해왔다. 또한, 정치인들과 정부기관 및 학자들도 이 내용을 참고해서 정책에 반영하고 연구를 진행한다. 강제력은 없지만, 이 내용이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이다. 

'게임 장애’에 대처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있는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이하 공대위)는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공대위는 “질병코드 지정은 UN 아동권리협약 31조에 명시된 문화적, 예술적 생활에 완전하게 참여할 수 있는 아동의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이다. 미국 정신의학회의 공식 입장과 같이 ‘아직 충분한 연구와 데이터 등 과학적 근거가 확보되지 못한 상황’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 지정은 너무 성급한 판단이라 생각되며 이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라고 전했다.

이어서 공대위는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자신들의 문화적 권리인 게임을 향유하는 과정에서 죄의식을 느낄 수밖에 없게 되었으며, 게임 개발자들과 콘텐츠 창작자들은 자유로운 창작적 표현에 있어 엄청난 제약을 받게 되었다. 게임을 넘어 한국 콘텐츠산업의 일대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공대위는 게임장애 질병코드 국내도입을 최대한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공대위는 오는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대위 출범을 알리고 향후 반대운동에 대한 실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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