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의 게임장애 질병 등재 결정은 성급한 것이고, 그 원인은 환경에 있으며 다양한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소지가 있음이 지적됐다. 그리고 게임에 대한 시선은 과거와 변하지 않았고 이를 위해 많은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WHO의 질병등재 취소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와 공동으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실에서 WHO의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행사의 진행은 임상혁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 회장이 맡았고, 패널 토론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 강경석 본부장, 김성회 유튜브 크리에이터(G식백과),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순 팀장,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이 참여했다. 이들은 차례대로 이번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 게임과몰입, 연구 결과 원인은 환경이었다

당초 이 자리에는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산업과 박승범 과장이 패널로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긴급하게 열린 게임장애 질병코드 부여 관련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차관회의 참석 관계로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본부장이 대신 참석했다.

강경석 본부장은 게임은 일상에서 접하는 여가 문화이며, 이를 의료의 관점으로 해결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일부에서 게임을 마약이나 도박과 유사하다고 접근하는데, 소금이나 설탕처럼 게임도 많이 먹으면 다소 해롭지만 적당히 섭취하면 문제없는 물질이라는 관점으로 보고 있다는 것.

또한 게임과몰입은 1차적으로 가정에서 해결해야 하고 2차적으로 학교에서 관여해 해결해야 하며, 그래도 해결이 안되면 청소년 상담시설을 거쳐 과몰입힐링센터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그는 밝혔다. 여기에 추가로 의료적 개입은 과잉인 만큼 필요치 않다는 것.

만약 게임 장애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로 도입되면 가장 큰 문제는 낙인효과라고 지적했다. 청소년이 정신질환자로 매겨지면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왜곡이 있는 한국같은 닫힌 사회에서는 대학 진학이나 취업에서 문제가 된다는 것. 학부모 단체가 지금은 질병 등재에 찬성하지만 자기 자녀가 막상 정신질환자가 된다고 했을 때 이를 받아들일지가 큰 이슈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5년간 청소년 게임 사용자 연구 및 추적 조사 결과 게임과몰입군과 선용군으로의 이동이 빈번했고, 최종 지속적 군은 전체의 1.4%에 불과했다며 “청소년기에는 빠졌다가 되돌아오는 과정을 거치는데 그걸 질병이라고 문제 삼는 것 자체가 어패가 있다. 그 연구에서 내린 결론은 과몰입은 게임의 문제라기 보다 환경의 문제다. 집안의 문제가 있는 청소년이 탈출구로 삼는 것이 게임이었던 만큼, 게임 이슈가 아니라 환경적 이슈가 크다는게 결과”라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임상으로도 조사를 병행했는데 과몰입군의 뇌에는 구조적 변화가 없었다고 한다. 그는 “일부에서 도파민 등을 언급하는데 샘플과 데이터는 우리가 제일 많을 것”이라며 “질병코드화에 대한 문제 제기를 계속 할 것이며 국제 공동연구나 학술적-과학적 근거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고, 과몰입 예방활동을 확대해 의료적 해결보다 문화적 접근으로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본부장

■ 게임장애, 범죄자의 면책 소재 및 병역 회피 활용 우려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은 “게임은 각종 지표에서 우수한 실적을 거두고 있는 산업으로 국가 경쟁력과 고용창출, 사회공헌 등 긍정적 요소가 많은 산업이다. 하지만 과학적 이해가 충분치 않음에도 명확치 않은 기준으로 게임장애의 질병 등재가 통과됐다”며 3가지 문제를 제기했다.

먼저 ▲근거자료 배제다. 아직까지 게임장애가 정신 질환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전혀 제시되지 않고 있고 의학계에서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라는 것. 

그리고 ▲명확하지 않고 신뢰도가 없는 기준이다. 중독은 여러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하는데 게임장애는 이와 맞지 않는다는 것. 내성이나 금단증상 등이 배제되어 있으며 자가진단 설문방식을 기준으로 활용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른 증세와 구분이 어려운 것을 꼽았다. 우울증을 게임장애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 우울증에 걸린 사람이 게임을 해서 문제가 생기면 게임이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보건복지부는 일방적 찬성 반응을 보이고 있고 지지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며 대조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충분한 협의나 공감대 없이 국내에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게임산업 종사자를 질병 물질 생산자로 낙인할 수 있고 산업이 축소될 우려가 크며 결국 치명적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범죄자가 게임을 원인으로 돌리고 다양한 병역 회피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협의체를 구성한다고 했는데 이미 세팅된 상태에서 들러리로 참석한다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될 것이고 합리적 결론이 나올지 의심스럽다. 범 부처적으로 국무조정실 차원에서 협의체가 구성돼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 게임만으로 과몰입된 케이스 굉장히 드문 것, 현장에서 느껴

게임과몰입힐링센터 전영순 팀장은 “센터를 전국 5개소에서 운영 중인데 스마트폰을 지나치게 사용한다며 아이를 데려온 부모에게 이 아이가 게임과몰입이라고 말하는게 단순하게 말하기 곤란한 문제다. 게임 자체만으로 과몰입이 됐다고 말하는 케이스가 굉장히 드물다고 현장에서 느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이들을 접하면서 치료적 측면보다는 관리적 측면의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낀다고 지적했다. 연구 결과 중독 고위험군 분류 집단은 대인 관계에 문제가 있거나 가족과의 친밀감이 낮았다는 것. 

즉 게임의 문제라기 보다 개인의 심리사회적 측면을 같이 고려해야 한다는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다. 과몰입 동기나 의존 현상에서 충분한 이해나 연구가 미흡한 상황인데 질병코드가 지정된 것이 안타깝다고 그는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과의존에 있어 문제가 발생하는데 관련성은 있다고 보지만 원인이라고 얘기하는 건 잘못된 판단이며, 동기나 의존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포괄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에 따르는 공존 질환이 많다. 게임에 몰두해 친구가 없다고 말하기에 곤란한 것과 같다.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유튜브 크리에이터 김성회 개발자

■ 게임에 대한 시선, 임요환이 중독자 취급된 10년 전과 똑같다

유튜브에서 G식백과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김성회 씨는 “지난 100분토론을 보며 절망스러웠다. 아침마당에서 임요환이 중독자 취급을 받을 때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했다.”며 게임에 대한 시선이 변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또한 “과거 TV도 바보상자라고 취급받았지만 결국 인류는 퇴보하지 않았다”며 세월이 지나면 이 이슈를 언급하며 과거 인간들은 미개했다고 회고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보통 게임을 문화나 예술에 빗대는데, 사실 게임은 우리가 쉽게 즐기는 대중문화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것이며, 문화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변형된 형태”라며 “자라며 게임을 접해보지 못하고 학부모이면서 자녀교육에 집중하는 사람들이 게임을 세상에 없던 하늘에서 뚝 떨어진 유해물질로 받아들이니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마치 몸 속에 들어온 바이러스를 무조건 잡는 백혈구 같다는 것. 그리고 이 상황을 신고식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고식이 과하면 신입생이 죽는다는 우려도 덧붙였다.

게임의 부정적 시선도 지적했다. 그는 “한국 게임업계는 코끼리다. 덩치가 크고 힘도 센데 싸움을 못하는 것처럼 보이기에 곳곳에서 잡아먹으려는 하이에나가 많다. 바로 게임이 만만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권의 비호를 받아서 컸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는 발언을 보고 분노했다. 20년 넘게 게임산업에 몸담았는데 한 번도 당당하게 직접 얘기해본 적 없다. 그럴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디게임 분들 중 공무원에게 안 좋은 취급을 받아 그만두는 사람도 많다. 이처럼 나쁜 대우와 도박 대우를 받으며 개발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자식 죽인 사람을 게임 탓으로 보도하고 뉴질랜드 총기난사범의 선언문을 일부만 인용해 게임 탓으로 보도한 언론도 문제”라며 다양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축구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60% 이상이 게이머라는 조사결과가 있듯 그냥 지구인 대부분이 즐기는 것인데 도구가 그렇게 나쁜 거라면 왜 사람들은 축구에 대해 한 마디도 안 하는지 궁금하다. 훌리건 문제가 심각하고 매년 사상자가 나오고 사건도 벌어지는 등 축구가 사람을 열광시키고 폭력적 사건도 일어나는데 축구가 원인이라고 하는 걸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처럼 게임을 그저 사람들이 즐기는 놀거리 중 하나로 바라봐 줬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국내 업체에 대한 쓴소리도 덧붙였다. 그는 “질병 관련 댓글에서 우리나라 게임들이 사행성이 강한 거 사실 아니냐고 말하는 게 꼭 보이는데 이것때문에 내 목소리가 낮아지는게 사실이다. 자본적 논리도 있고 이해하지만 이 기회에 업계도 자성하고 부모님께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진짜 게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질병코드 등재의 취소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승우 국장은 “질병 등재 취소는 가능하다고 본다. ICD-11이 의결됐지만 이에 대한 협의체가 있다. 매년 10월에 개최되는데 수정이 충분히 될 수 있다. 가결 전까지 반대 의사를 전달할 것이고 오는 2022년 지나도 충분히 삭제될 수 있고 전례도 있다.”고 밝혔다.

또 “한국은 KCD가 있는데 무조건 ICD 전체가 반영되지 않는다. 네 단계를 거치고 각 단계에서 타당성을 검토하는데 관계 부처와의 협의 등 여러 제도가 있다. 충분히 입장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본다. 해외 단체와 공동연구 및 공동 행동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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