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은 변화가 빠르다. 어설픈 게임으로는 버티기도 어렵다. 시대의 흐름을 앞서거나 따라가야 한다. 이런 험난한 시장에서 생존하는 것은 기업에게도 버거운 일이다. 그런데 지난 10년간 혼자서 게임을 개발하며 버틴 인물이 있다. 도톰치게임즈 장석규 대표다.

장석규 대표는 20년간 게임 시장에서 생존한 베테랑이다. 원화가, 기획자로 10년, 1인 개발자로 10년이다.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개발도 독학으로 익혔다. 그의 열정을 알아볼 수 있는 부분이다.

“신작을 개발하면서 10주년인 걸 알았어요. 처음 iOS로 모바일게임에 도전할 당시에는 10년이나 할 줄 몰랐네요. 앞으로 10년 뒤에는 도톰치게임즈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브랜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일본 카이로소프트처럼 말이지요(웃음). 욕심을 조금 더하면 하나의 장르가 된 봉준호 영화감독처럼 도톰치란 장르로 불리고 싶어요.”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게임산업협회 회의실에서 만난 장석규 대표는 자신을 개발할 때가 제일 행복한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게임을 하는 것도 좋지만, 만드는 데서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는 이유다. 특히 자신을 도와주는 열성 유저들 덕분에 개발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말을 빼놓지 않았다.

▲장석규 대표가 지난 10년간 출시한 게임들

“게임을 출시하면 문제가 꼭 생기더라고요. 이럴 때 유저분들이 외부 품질검수(QA) 업체도 잡아내지 못한 문제를 알려줘요. 대가를 주지도 못하는데 정말 열심히 도와줍니다. 이런 고마운 분들과 함께 작업하는 게 너무 즐거워요. 이런 분들이 없었다면 자기만족에 그친 게임을 내지 않았을까요.”

그는 촌각을 아껴 개발하는 타입이다. 일과 시간에 개발하고, 저녁에는 자녀와 함께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이 잠든 나만의 시간에 그가 집중하는 것은 개발이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에도 갖가지 아이디어가 머릿속을 스친다며 우스갯소리를 건넸다.

이렇게 개발해 출시한 작품이 지난 10년간 11개. 매년 1개 정도 출시한 셈이다. 세월과 게임 수가 쌓이면서 ‘포춘’ 시리즈는 인디게임 시장에서 하나의 브랜드가 됐다. 최근에는 최신작 ‘미스테리 오브 포춘3’를 선보였다. 3D 엔진을 도입한 그래픽, 전략과 방치형의 특징에 배틀 리소스 시스템을 더한 것이 특징이다.

“모바일 기기는 화면이 작아요. 개발자가 추구하는 액션을 구현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마치 축구감독처럼 관전하며 즐기는 게임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택틱스 류의 전략 게임을 좋아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입니다.”

장 대표는 평소 턴제 전략게임을 주로 즐긴다고 한다. 특징을 잘 알고 있으니, 이런 요소들을 녹인 새로운 스타일의 게임으로 이어진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실제로 유명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은 영감을 신작에 녹였다는 발언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여러 강연을 통해 후임 양성에도 힘써왔다. 이날 자리에서도 자신의 10년에서 얻은 팁을 아낌없이 공유했다. 가장 먼저 유료 게임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오래 유지된다는 장점을 언급했다. 특히, 무료배포가 인디게임과 개발사에게 최고의 마케팅 도구라고 평가했다.

베테랑 1인 개발자로서의 조언도 있었다. 진짜 만들고 싶은 게임이 있을 때 도전하라는 충고다. 회사 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게임 개발을 하는 식이다. 1인 개발자의 적인 외로움을 견딜 수 있는지도 관건이라고 했다.

그는 “1인 개발은 외롭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 막연하게 도전하기보다는 생업을 이어가며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확실하게 생각하길 추천한다. 유행에 따라가는 게임을 자신이 만들고 싶은 게임이라고 착각할 수도 있다”라고 세세하게 예시를 들었다. 10년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충고였다.

현재 목표는 앞으로의 10년을 버티는 것이다. 최근 ‘존버정신’이라고 말하는 버티기 전략이다. 지금까지보다 나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10년 뒤의 미래를 그리며 이날 인터뷰를 마쳤다.

“팀을 꾸려서 MMORPG를 개발하고 싶어요. 작은 게임은 재미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 게임은 다 함께 모여서 자유롭게 대화하며 즐기는 게 재미있잖아요. 지금까지 축적한 ‘포춘’ 시리즈의 콘셉트를 더한 샌드박스 형태의 게임을 꼭 만들고 싶습니다. 은퇴가 없는 1인 개발자로서, 평생의 숙원사업으로 추진하고 싶습니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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