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 PC에 관심을 가진 사용자라면, 핵심연산을 만드는 CPU로 인텔사 제품을 먼저 손에 꼽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는 인텔 외에 다른 제조사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용자도 있을 수 있다. 그만큼 상당한 기간 동안 인텔은 PC시장에서 거의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경쟁사인 AMD가 내놓은 CPU를 잘 아는 사용자 가운데도 이 회사 제품의 성능을 제일 평가하는 사람은 드물다.

인텔이 이 분야에 있어 긴 전통과 높은 기술력을 지닌 회사란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CPU 역사를 잘 살펴보면 AMD가 인텔 제품을 성능으로 앞서며, 시장에 강한 활력을 불어넣은 경우가 있었다. 예전에 성능을 좌우하던 CPU 클럭에서 인텔보다 앞서 애슬론으로 1기가헤르츠를 달성한 것은 AMD였다. 멀티코어 경쟁에서도 비슷한 가격에 더 많은 코어를 제공하기도 했고, 메인보드 교체없이 CPU교체 만으로 성능 업그레이드가 쉽게 만들기도 하는 등 또 다른 선택지를 제공하는 라이벌 역할도 잘 했다.

인텔은 코어2듀오부터 AMD 제품을 성능면에서 제대로 앞질렀다. 클럭 경쟁에서 벗어나 최적화를 비롯한 여러 신기술을 적용해 적은 전력소모로 더 빠른 성능을 구현해냈다. AMD는 클럭을 올리고 높은 전력을 소모해서라도 성능을 쫓아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기술력 부족 상태에서 발열이 심해지며, 성능은 생각만큼 높아지지 않으면서 침체상태에 빠졌다.

그렇지만 여기서 두 회사의 선택이 또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성능우위를 너무 과신한 인텔은 때마침 불어온 모바일 시대를 맞아 연산 성능향상보다 저전력소모와 독자 그래픽칩 내장에 집착했다. 또한 연구개발비를 줄이고, 마케팅에 투자를 돌리기도 했다. 반면 AMD는 유능한 경영자인 리사 수를 영입하고는 꾸준히 미세공정과 성능향상에 노력했다.

결국 올해 상황은 극적인 반전을 맞게 됐다.

AMD는 5월 27일(현지 시각) 대만 타이베이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PU 신제품인 라이젠 3세대(Zen2)를 공개했다. 리사 수 회장은 "라이젠9 3900X는 인텔 i9 9920X보다 싱글스레드(단일 코어) 속도는 14%, 멀티스레드(다중 코어) 속도는 6% 빠르면서 전력 소모는 더 낮다"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메인스트림 제품으로는 세계 최초로 12코어 24쓰레드이며 TSMC 7nm 공정으로 제작된다. 이전부터 사용하던 AM4 소켓을 사용하며, TDP는 105W, 캐시는 종합 70MB이다. PCIe 4.0.x16를 지원하고 베이스 클럭은 3.8GHz, 부스트 클럭은 4.6GHz이다.

업계에선 라이젠9이 인텔 데스크탑용 최상위 CPU인 코어 i9 시리즈의 경쟁제품이 될 것으로 관측하며, 10코어가 넘는 고성능 CPU의 대중화를 앞당겼다고 평가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가격인데  499달러라는 가격은 예상 경쟁제품인 인텔 i9 9920X(1100달러) 가격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출시는 오는 7월 7일 예정으로 인텔은 데스크톱 CPU 시장에서 이 칩에 대응할 제품을 새로 내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AMD는 16코어 32쓰레드의 라이젠 9 3950X를 749달러 가격으로 공개했다. AMD는 7나노 미세공정을 먼저 이용해 적은 전력으로 고성능을 낼 수 있는데 인텔은 14나노 공정에 머물고 있어 대응이 매우 어렵다. 10나노 공정 아이스레이크는 모바일 시장에 먼저 투입될 예정이며, 당분간은 더 높은 미세공정 칩을 발표할 예정이 없다.

비유하자면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떠오른다. 토끼인 인텔은 멀찍이 앞서 갔지만 딴데 정신을 팔다가 어디서도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거북이 AMD는 꾸준히 근본 성능을 개선하고, 미세공정 기술을 익혀 마침내 토끼를 따라잡는데 이르렀다. 다만 이런 제품성능 부분은  AMD 주장이고 시장출시 후 평가는 다를 수 있다. 

또한 인텔이 이대로 얌전히 AMD의 추월을 허용할 리는 없다. 자금력과 기술을 다시 집결해 신제품을 설계할 것이다. 인텔과 AMD는 더 좋은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 성능과 가격 양쪽에서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인텔은 어떤 반격을 준비할지 기다려진다. 두 공룡의 본격적인 경주는 다시 시작됐다.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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