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가 중국 게임 산업 현황 및 게임 판호와 관련해서 앞으로 변경될 점에 대해 발표했다. 게임 판호 발급에 걸리는 기간은 앞으로 점점 줄어들 것이고 업체가 참여하는 일종의 '자율 심의'도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특정 업체가 게임 산업에서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견제하거나, 특정 장르 게임이 너무 많이 출시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르별 총량제' 같은 조치도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 게임 판호에 대해서는 "한한령만으로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복합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한국게임법과정책학회가 19일 한양대학교에서 정기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가 참가해서 중국 게임 산업의 현황, 인기 장르, 게임 판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이승훈 교수는 최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을 방문해서 현지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왔다고 한다.

중국에서 공식적으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게임 산업 규모는 2018년 기준으로 2,144억 위안(약 36조 5천억 원)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게임 시장이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 수는 6억 2,600만 명에 이른다. 플랫폼 별 점유율은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모바일 게임이 64.6%, PC 게임이 28.4%, 웹게임이 6.5%, 콘솔 게임이 0.4%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게임 업체의 수는 2018년 기준으로 6,188개이며,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는 222개다. 전체 게임 업체의 약 64.1%가 베이징, 상하이, 광동성 지역에 분포되어있다.

최근 중국에서 인기를 끄는 게임 장르는 적진점령(MOBA, AOS)과 배틀로얄이다. 두 장르 모두 e스포츠와 관련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만화나 애니메이션풍의 그래픽을 가진 게임이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게임으로는 ‘붕괴3rd’, ‘음양사’ 등이 있다. 여성 유저의 비중이 늘어난 것도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다. 

게임 판호와 관련해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지난 2018년 3월에 중국 정부 조직 개편이 있었다. 그 개편의 결과로 게임 판호 실무를 담당하는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공산당 중앙선전부의 산하기관이 됐다.

그리고 2019년 2월 14일에는 ‘미성년자 콘텐츠 관리 법’이라는 것이 통과됐다. 주요 내용으로는 게임에 청소년 게임 과몰입 방지 장치를 넣어야 한다는 조항, 미신-종교-마약 등의 부적절한 내용을 다루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 중국을 침공했던 국가를 선양하는 내용을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 왜곡된 역사나 정권 비판 등을 다루지 않아야 한다는 조항 등이 있다. 이런 조항을 위반한 게임에는 판호가 발급되지 않는다. 이승훈 교수는 “전반적인 내용을 보면 사실상 ‘청소년 보호’라는 명분으로 게임에 대한 ‘검열’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승훈 교수는 앞으로 판호와 관련해서 변경될 사항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우선 게임 판호가 발급되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점점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지금은 내자판호에 3개월, 외자판호에 6개월이 걸리는 수준이다. 앞으로 이 기간이 약 절반으로 감소될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게임 심의에 게임 업체들이 직접 참여하는 요소도 도입될 것이고, 이것이 조금 더 발전하면 일종의 ‘자율 심의’와 비슷한 제도로 발전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또한, 게임 업계가 너무 한 쪽으로 쏠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될 것이라고 한다. 예를들면, 특정 업체가 게임 산업에서 너무 많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견제하거나, 특정 장르 게임이 유난히 많이 출시되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 등이다. 2018년에 발표된 ‘게임총량제’와 비슷한 개념으로, 일종의 ’장르총량제’ 같은 개념이 도입된다는 것. 종합해보면, 게임 업계에서 판호 제도를 일종의 ‘밸런스 조절 장치’로 활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국 문화를 소재로 하는 게임 개발을 장려하고 외국 진출을 하는 게임 기업에 대한 지원책도 마련될 예정이다.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게임 업체에게는 ‘이런 게임을 개발해보라’는 권유가 가기도 한다. 인재 육성을 위한 정책도 준비되고 있다. 예를들면, 게임과 관련된 학과를 신설하는 대학에는 각종 지원을 해주는 식이다. 현재 중국 게임 산업 종사자는 약 145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약 44만 명의 인재가 추가로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훈 교수는 “중국이 예전에는 외국에서 게임 개발자들을 수급해왔다면, 이제는 중국 내부에서 게임 개발자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 게임에 대한 분위기는 어떨까? 이승훈 교수는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가 오랫 동안 발급되지 않고 있는 것은, ‘한한령’만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다소 ’복합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중국 게임 업계는 ‘텐센트’와 ‘텐센트가 아닌 것’으로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텐센트의 점유율이 절대적이다. 이런 점 때문인지, 게임 판호 제도에서도 특정 업체가 업계에서 너무 큰 점유율을 차지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한국 게임 업체들은 대부분 텐센트와 중국 진출 계약을 체결해왔다. ‘한한령’은 차치하고, 이런 사정 때문에 한국 게임이 판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측면도 있다. 이승훈 교수는 “현지에서 만난 사람 중 한 명은, 텐센트가 아닌 다른 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면 좀 더 빠르게 판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라고 밝혔다.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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