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기자는 당시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 장관을 간담회 자리에서 만난 적이 있었다. 정부의 경제 정책을 알리고 소통하는 자리였는데, 기자는 질문 기회에 다소 민감한 질문을 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과 기계가 인간을 대체함에 따라 예상되는 대량 실업 문제가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이었다.

이 질문을 했을 때는 주로 단순노동이나 저소득층이 종사하는 서비스업을 빠르게 대체하는 ICT 서비스를 염두에 뒀다. 콜센터나 A/S 등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고 공유 플랫폼인 우버, 에어비앤비 등이 기존 산업 종사자를 빠르게 위협하는 중이다. 

여기서 밀려나는 사람들이 빠르게 교육을 받고 새로운 산업에 뛰어들 수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 변화가 빠르다 보니 이런 사이클이 오기 전에 대량 실업부터 오는 사태를 걱정해서였다.

이에 대한 미래부 장관의 대답은 정론이지만 다분히 원론적이었다. "자동차가 발명됐을 때 마차를 모는 마부들이 대량 실업 사태를 맞이했지만, 오히려 자동차 산업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지 않느냐"는 답변이었다. 

우문현답처럼 볼 수도 있지만 이것은 학술적인 연구를 하는 대학교수 입장에서만 그렇다. 현장 실무와 국가 정책을 책임지는 장관이라면 여기서 더 나아가, 변화 속에서 낙오되기 쉬운 사람들에게 보다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정책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택시와 풀러스, 타다 등을 둘러싼 택시업계와 정부, 이용자 사이의 갈등이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이 문제에서 관계자 모두의 입장은 모두 원론적으로는 틀리지 않았다. 

이용자는 기존 택시가 비싸면서 서비스의 질은 떨어지고, 승차 거부나 난폭운전 등에서 불만을 느낀다. 정부는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와 공유 플랫폼 경제가 활성화되는 추세에서, 택시업계도 적극적으로 ICT 기술과 플랫폼을 만들고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하며 성장하고, 우리 기업이 새로운 플랫폼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택시업계 입장은 어떨까? 대체로 다른 직업에 종사하다가 어려움을 겪어 생계를 잇거나, 운전 외에 다른 기술이 없어 택시를 모는 사람들이 많다. 다른 직업으로 옮기기 위한 자본과 기술이 없는 사람이 당장 겪을 소득 감소에 대한 공포는 매우 크다. 확실한 실업 대책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단지 세계적 변화이니 감수하라고 하면 그걸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과 공유 플랫폼의 너무 빠른 발전은 기존 산업과 충돌하며 사회 하층민 위주로 대량 실업을 발생시킬 수 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글로벌한 고민이며, 딱히 확실한 정답을 내놓은 국가는 없다. 하지만 여러 국가마다 나름의 해법을 내놓고 있다. 

이 가운데 그나마 나은 해답이 있다. 국민 누구에게나 기본 소득을 정하고,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소득을 보전해준다. 이렇게 되면 재교육을 위한 경제적 여유와 함께 소비도 할 수 있게 되므로 내수 경기 후퇴를 방지할 수 있다. 

다만 이에 소요되는 정부 재원이 더 필요한데, 이 부분은 새로 성장하는 산업계에서 매긴 세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로운 변화로 이익을 보는 기업에서 피해를 보는 시민으로 자연스럽게 소득 재분배가 이뤄지게 되며, 경기 침체와 세수 부족을 모두 방지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국가 정책 수립을 위해 이해 당사자에 대한 설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혁신 기업은 기본적으로 사회적 분배에 관심이 적다. 또한 실업 위기에 몰린 당사자는 정부 정책을 불신하기 쉽다. 이해 관계가 없는 사람에게는 이 모든 정책이 쓸데없는 복지 과잉으로 보이기 쉽다. 때문에 이런 정책을 채택하는 국가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다. 

어쨌든, 이런 문제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맡겨두는 건 위험하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는 '약탈경제' 논란과 함께 글로벌 양극화가 심화되는 약육강식 사회는 우리가 바라는 미래가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을 둘러싼 사회 갈등을 방지하기 위해서 적극적인 정부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출처] 삼성 뉴스룸

안병도 기자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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