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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고려대 박경신 교수 "다양한 행위 중 게임에만 질병코드는 부당"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한 것에 대해 고려대 박경신 교수가 "수 많은 몰입 행위 중에서 게임 과몰입에 대해서만 질병코드를 부여할 정당성이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단법인 오픈넷과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가 21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와 표현의 자유’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2013년 1월 출범한 오픈넷은 ‘인터넷의 자유, 개방, 공유’라는 이념을 위해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 확대, 정보 및 온라인 사생활 보장, 인터넷 규제 개선, 망중립성 강화, 공공 자료 개방 등과 관련된 활동을 해왔다. 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는 지난 2018년 11월 건전한 게임문화 조성을 위해 게임 업계와 학자들이 함께 참여한 독립적인 자율규제기구다.

세미나에는 고려대학교 박경신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가해서 게임장애 질병등재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쇼핑중독의 원인이 쇼핑이 아니고, 공부중독의 원인이 공부가 아니듯이 게임장애의 원인은 게임이 아니다”라며 “게임장애의 원인은 게임이 아니라 ‘관계의 단절’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의학계에서도 동의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 세상에는 게임 외에도 수 많은 몰입 행위들이 존재한다. 입시, 낚시, 쇼핑, 돈, 권력, 섹스 등이다. 인터넷 게임 중독은 이런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여러가지 몰입 행위중에서 게임 과몰입에 대해서만 질병코드를 부여할 정당성은 있는지에 대해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또한, 박경신 교수는 “질병등재보다 질병등재 이후에 벌어질 일이 더 걱정된다”라고 밝혔다. 이미 몇 년 전에 ‘중독예방법’이라는 이름으로 게임, 마약, 알코올, 도박을 4대 중독으로 분류해서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적이 있었다. 이제는 세계보건기구가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한 만큼, 저런 내용을 담은 법이 다시 발의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만약 4대 중독법안 같은 것이 통과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런 법률들은 인터넷 게임에 심각한 낙인을 찍고 위축시킬 것이다. 그리고 이 낙인효과는 중독치료에서 머물지 않고 인터넷 게임을 규제하는 각종 법률들을 정당화하게 된다. 박경신 교수는 "나중에 이런 규제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이 청구되더라도, 헌법재판소는 '게임이 4대 중독의 하나로 지정된 만큼, 게임을 규제하는 법률은 정당하다'라는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게임은 마약, 알코올, 도박과는 출발부터가 다르다. 마약과 도박은 애초에 ‘원칙적인 금지의 대상’이다. 알코올 역시 청소년에게는 금지되어있다. 이런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것이 아니라 법률을 어기는 경우에만 금지된다.

박경신 교수는 마지막으로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가 혼재하는 게임을, 불변하는 본질을 가진 마약, 도박, 알코올과 같이 의학적으로 동일하게 다룰 경우에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헌적인 규제들을 양산하거나 고착화할 수 있다”라며 “게임 과몰입이 다른 과몰입 행위와 비교하여 양적으로 질적으로 더 강한 생활파괴를 불러일으키는가에 대한 근거가 필요하다”라고 말하며 발표를 마무리했다.

고려대 박경신 교수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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