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지난 일을 돌이켜보며 몇가지 선택에 대해 후회하곤 한다. 기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CEO가 중요한 시기에 내려진 결정에 대해 후회하는 건 비교적 흔한 일이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는 유명한 광고문구도 있지만 실제 ICT업계에서 순간의 선택은 글로벌 거대기업의 탄생과 몰락까지 가져오기도 한다.

미국에서 흥미로운 보도가 하나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자신의 최대 실수로 구글에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출시할 기회를 준 일을 꼽은 것이다. 

폭스비즈니스가 23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소프트웨어 세계, 특히 플랫폼 시장은 승자 독식의 시장"이라고 정의했다. 그리고는 "그곳에는 딱 하나의 비 애플 운영체제를 위한 자리만 있다. 그 가치는 4천억 달러였는데 G 회사(구글)에서 M 회사(마이크로소프트)로 이전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설명하자면 안드로이드OS를 만든 앤디 루빈은 당시 그 운영체제를 들고 여러 회사에 매각을 의뢰했고, 구글이 인수해 오늘날과 같은 강력한 운영체제가 됐다. 현재 애플 iOS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모바일 운영체제이기도 하다. 당시 구글은 최소 5천만 달러에 안드로이드사를 인수한 뒤 2007년 새로운 모바일 OS를 발표했다. 빌 게이츠는 구글이 그 기회를 잡도록 한 것이 평생 최대의 실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는 보도다. 즉 구글이 아닌 MS가 안드로이드를 인수해서 내놓았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아쉬움은 MS만 있는 게 아니다. 미국 IT기자가 구글에 대해 쓴 '인 더 플렉스'란 책에선 앤디 루빈이 2004년 안드로이드 제작을 삼성에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일화가 실려있다. 따라서 삼성 역시 안드로이드를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삼성측에서는 이후  앤디 루빈이 삼성에 들고왔던 건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사이드킥이란 디자인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 역시 그때 선견지명이 있었다면 먼저 접근해서 안드로이드를 인수할 수 있는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어쨌든 이런 일련의 보도는 지난 시절에 할 수 있는 선택에 대한 당연한 지적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여기서 우리가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다. 과연 MS, 혹은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그것이 과연 지금 우리가 쓰는 모습으로 발전하고 부흥할 수 있었을까?

MS는 누구나 알고 있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iOS에 맞서기 위해 이미 윈도우 모바일이란 별도 운영체제도 내놓았다. 이후 이 운영체제를 설치한 휴대폰과 태블릿도 내놓았고 오피스를 기본 탑재하며 치열하게 경쟁하기도 했다. 그러나 풍부한 자금력과 놓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처참한 실적을 올렸으며 결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철수했다. 그런 MS의 환경에 안드로이드가 들어간다고 해도 부족한 최적화, 너무 많은 지원기기, 과도한 호환성 요구, 플랫폼 독점을 위한 심한 제약 등이 얽혀 크게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빌 게이츠는 당시 MS의 CEO가 아니었으며 기술자문에 불과했다. 실제로 회사 전략에 개입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삼성은 어떨까? 만일 삼성이 안드로이드를 인수해서 새로운 운영체제로 내놓는다면 곧바로 우수한 자체 개발인력 부족, 경쟁회사의 견제로 인해 다양한 하드웨어 이식실패, 외부 지원인력 확보 부진,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영미권에서의 외면 등 다양한 난제에 부딪쳤을 것이다. 삼성이 자체 개발해 적용하고 있는 바다(웨이브) 운영체제가 현재 어떻게 되고 있는 가를 보면 삼성의 한계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안드로이드OS의 성공은 구글이란 회사의 특성과 장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따라서 그 성공에 대해 단지 지난 선택의 후회를 하는 것은 전혀 생산적이지 않다. 그것보다는 차라리 안드로이드OS의 성공을 이끈 요소를 철저히 분석하고 그와 같은 장점을 가진 기업을 만들려고 애쓰는 것이 보다 현명한 전략이 아닐까?

안병도 기자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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