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되고 있는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등재와 관련해 게임의 유용성은 증진시키고, 게임의 위험성은 관리하는 게임 정책을 통해 질병코드 등재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의도연구원을 운영 중인 자유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26일 판교 글로벌게임허브센터에서 "게임, 취미인가? 질병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게임장애 질병코드 분류와 관련해 게임 이용에 대한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 게임의 긍정적 요소는 확대하고 부정적 부분은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토론회에 앞서 김세연 의원은 "오프라인 세상에서 온라인으로 세상 옮겨감에 따라 게임을 어떤 시선으로 볼것인가가 화두인데 보건쪽 시각이 반영된 질병코드 부여 조치가 이뤄졌다.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기존의 조치처럼 게임 산업이 우려가 크다. 이번 행사가 성숙된 논리로 대응하는 첫 시작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제는 서울대 의대 이경민 교수가 맡았다. 이 교수는 "게임에는 오해가 있다. 중독 유발의 원인이라는 것과 백해무익한 시간 낭비라는 것 등이다. 이는 도파민 분비 가설과 뇌 파괴설이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게임을 즐기는 주 원인은 바로 스트레스 해소라는 것이다. 과도한 경쟁의 결과로 발생하는 스트레스의 회피처이자 발달 과제의 성취 수단을 통해 뇌 인지를 발달하는 도구, 그리고 사회문화적 잠재력을 가진 매체로서 여가선용과 행복을 추구하는 도구가 바로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 교수는 게임에 대한 과잉 의료화를 우려했다. 게임의 과도한 소비를 중독과 연관짓고, 의료 관점에서는 치료라는 답을 내놓지만 이는 원인에 맞지 않는 치료라는 것. 이는 왜곡현상을 나타내고 결국 의사들의 돈벌이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 교수는 도파민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2006년에 도파민 분비 신경세포 활동을 기록하며 여러가지 행동실험을 한 결과, 보상과 그에 대한 기대에서 도파민이 분비되며 활성화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또한 조건반사를 통해 밥을 먹을때도 나오고 도박을 할때도 도파민이 나오는데, 게임을 할때 나오는 도파민은 도박의 1/10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논리는 철저한 오해이며, 다수의 연구 결과를 통해 게임 과몰입이 중독과는 다른 현상임을 증명했고, 이를 중독과 연관시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그는 밝혔다.

이 교수는 "게임은 유용성이 있고 위해성도 있는 만큼, 이 두 측면을 봐야 정책적으로 좋은 점을 늘리고 나쁜 점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좋은 놀이는 신체의 움직임을 포함하고 사회적 관계 개선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이다. 그리고 뇌 건강을 위해 신체 활동을 유발하고 넓게 돌아다니는, 그리고 짧은 시간에만 스트레스를 받는 게임을 즐기면 좋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좋은 학습 과학의 도구로서 게임의 유용성은 증진시키고, 현실적 욕망 실현을 차단하고 윤리성을 강화하는 등 게임의 위험성은 관리하는 게임 정책을 통해 좋은 게임을 육성해야 한다. 그리고 게임의 과용은 질병의 관점이 아닌 자기 통제력 발달 과제로 바라봐야 한다"며 발제를 마쳤다.

두 번째 발제는 한국게임산업협회 최승우 정책국장이 맡았다. ICD-11을 통해 게임 장애가 질병 코드로 등재가 됐는데, 여기에는 근거거 부족하고 과정이 비합리적이었으며, 이를 통해 부정적 파급효과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거로 제시되는 연구의 경우 게임 이름을 밝히지 않은 게임중독 논문이 90%가 넘었고, 의학 및 심리학계에서도 이에 대해 명확한 결론을 내린 바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보건복지부가 제시하는 중독의 전통적 4개 증상(내성, 금단증상, 집착, 강박적 사용) 중 내성과 금단증상에 해당 사항이 없음에도 ICD-11에는 이를 진단 기준에서 제외해 장애 진단에 유리한 기준만 선별적으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중독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여기에 더해 WHO는 ICD-11과 관련해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도 없었고 승인 절차도 비공개로 이뤄졌다고 최 국장은 밝혔다. 이처럼 질병코드 등재로 인해 게임 개발자는 질병 유발자 오명과 낙인이 찍히게 되며, 모든 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는 오-남용으로 인한 병적 이득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단 질병코드로 등재된 것은 수정이나 삭제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향후 게임산업협회는 KCD 개정안 등재 프로세스에 따라 대응하는 것은 물론, WHO-FIC가 매년 10월 국제분류의 수정 및 필요 논의를 하는 연례회의에 게임이용장애 관련 논의를 포함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영산대학교 이승훈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부터 바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게임이용장애는 기본적 귀인 오류가 있어서, 이를 통해 발생하는 증상에서 게임을 제외한다고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게임에 의존하는 이유와 원인을 파악해 제거하는 것은 물론, 의료적 접근이 아닌 사회와 교육, 문화적 접근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개발자협회 전석환 사업실장은 게임 플레이의 본질은 호기심이며, 트렌드가 같아지면 유저들은 불감증에 빠지기에 근본적으로 중독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관련 국내 자료들은 의약학 위주여서 학계의 포괄적 지지가 부족하고, 게임중독의 판단 기준이 지난 1998년 만들어진 인터넷 중독 척도인 만큼 진단 기준이 낡고 애매하며, 진단 및 치료 기준의 부재로 의료 현상에서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 강경석 본부장은 "게임 과몰입은 게임으로 인한 자극보다는 개인을 둘러싼 환경-심리적 요인인 만큼, 근본 문제인 가정 환경과 교육 환경 개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면 드라마나 웹툰도 질병화가 가능한 만큼, 과한 문화 콘텐츠 향유를 병으로 치부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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