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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e스포츠 행사 참가, 그 의미와 '행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15일 한국과 스웨덴의 e스포츠 친선전에 참가했다. 이 친선전은 한국과 스웨덴의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의 일부분으로 준비됐고, 스웨덴 스톡홀름에 있는 에릭슨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장에서 경기를 본 후에 “처음 봐도 재미있다. e스포츠가 인기 있는 이유를 알겠다. 언어와 문화가 달라도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e스포츠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시작하는 장문의 인사말을 전했다. 게임 산업과 e스포츠에 대한 대통령을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내용이었다.

국가와 국가 간의 수교를 기념하는 행사에서 양국의 e스포츠 친선전이 펼쳐지고 현장에서 대통령이 장문의 인사말까지 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본 기자가 국가 간의 수교 기념행사를 다 확인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전 세계에서 ‘최초’가 아니었을까 싶다.

한국 대통령이 e스포츠 행사 현장에 모습을 나타낸 것도 최초였다. 게다가 굴지의 한국 게임 업체 대표들 및 e스포츠 협회장도 자리를 함께했다. 과거에 한국에서 프로게이머로 활동했던 사람도 있었다. 여러모로 게임 업계와 e스포츠 업계 입장에서는 ‘역사에 남을 만한’ 순간이었다.

'서머너즈 워' 경기가 진행되고 있다

만약, 게임 업계가 ‘평상시’라면 이런 행사에 대한 해석도 굉장히 간단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게임 산업과 e스포츠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 관련 산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라는 정도의 메시지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게임 업계는 지금 ‘평상시’가 아니다. 최근에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월 ‘게임장애’를 국제질병분류에 등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의 발표 직후에 다양한 국가의 게임관련 협회들이 공동으로 ‘게임장애’에 반대하고 우려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국에서는 게임 산업을 포함한 모든 문화 산업 및 일부 지방정부까지 나서서 반대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많은 게임 산업 관계자들의 사기와 자존감이 떨어졌다.

그리고 한국 게임 업계의 분위기는 다른 국가보다 더 심각하다. 앞으로 ‘게임장애’를 근거로 무장한 다양한 규제법안 및 규제정책이 추진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업계 전반에 깔려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게임을 4대 중독으로 다루는 ‘신의진법’과 게임 업체 매출의 일부를 징수하는 ‘손인춘법’ 같은 법안이 발의됐었다.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게임장애’를 근거로 다시 시도될 가능성도 있고, 게임 업계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규제를 담은 법안이 나올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웨덴과의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에서 e스포츠 친선전을 열고 현장에서 꽤 구체적인 덕담까지 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게임 업계 입장에서는 행사 그 자체가 가지는 의미뿐만 아니라 ‘행간’을 잃을 필요가 있는 행보라고 생각한다.

일단, 거창한 의미나 숨겨진 의미는 제쳐두고서라도, 게임 산업 관계자들의 사기와 자존감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e스포츠를 직접 관람하고 게임과 e스포츠에 대해서 꽤 진정성 있어 보이는 장문의 인사말을 전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는, UN의 전문기구인 세계보건기구에 ‘뺨’을 맞은 한국 게임 산업이 잠시나마 문재인 대통령에게 ‘위로’를 받은 형국이다. 본 기자 개인적으로도 정말 기분 좋은 ‘뜬금포’였다.

이번 행사를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떻게 볼 수 있을까? 여러 가지 혁신 산업 중에서 ‘게임’을 선택한 것 자체가, 최근 ‘게임장애’로 힘들어하는 게임 산업에 힘을 실어주자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만약 이런 ‘숨겨진 의도’가 있었다면, 게임 산업 입장에서는 든든한 아군이 생긴 것이다. 특히, ‘게임장애’ 이슈로 문화부와 보건복지부의 입장이 완전히 갈렸고, 이를 조정하기 위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하는 협의체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정부기관의 위에 있는 대통령이 게임 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노력한다면, 게임 산업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게임 업체 대표들이 문재인 대통령의 순방길에 동참했다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청와대에 초청받아서 대통령과 대담을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는데, 이번에는 외국 순방 일정에 함께한 것이다. 그만큼 대표들이 대통령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시간도 조금 더 많았을 것이다. 그 와중에 ’게임장애’라는 이슈에 대해서도 길든 짧든 이야기를 나눴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 대표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에게 이 문제에 대해서 어필할 소중한 기회였을 것이다.

또 다른 의미를 찾아보자면,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와 발언은 ‘게임장애 국내 도입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매우 ‘소극적인’ 답변일 수도 있다. 대통령이나 청와대에게 ‘게임장애를 한국에 도입하겠다’ 혹은 ‘도입하지 않겠다’라는 답변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리고 이 문제를 대통령이나 청와대가 결정하는 것이 적절하지도 않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게임 산업과 e스포츠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이번 행사를 통해 확실하게 공개했다. 게임 업계 입장에서도, 대통령으로부터 얻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성과’가 아니었을까 한다.

‘게임장애’에 대해 첨예하기 갈리는 문화부와 보건복지부의 대립 속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덕담이 ‘나비효과’를 일으켜서 향후에 게임 산업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일조하길 바란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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