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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스토리를 집어 삼킨 디즈니 월드, '킹덤하츠3'

'킹덤하츠'는 스퀘어에닉스와 월트디즈니의 콜라보레이션 기획으로 성사된 게임이다. 디즈니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캐릭터들이 총 출동하는 이 게임은 처음에는 팬서비스 차원의 액션 RPG 정도로 예상됐다.

하지만 겉보기와 다른 깊은 세계관과 완성도 높은 게임성은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며 해외, 특히 북미에서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며 시리즈화 된다. 이번 작품 이전까지 전 세계 판매량이 2,100만을 돌파하며, 이제는 스퀘어에닉스를 대표하는 3대 게임이 된걸 보면 개발사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디즈니 IP의 힘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번 3편은 2013년 E3에서 공개된 이후 콘솔 시리즈로는 8년, 넘버링 상으론 13년 만에 출시되었고, 시리즈 최초러 자막한글화가 되었다. 

▲한글화로 다시 시작하는 여정

 

■ 디즈니 월드로의 초대

'킹덤하츠3'는 전통적으로 그래왔듯 디즈니의 세계관과 캐릭터를 아름답게 구현해 냈다. 이전 작품에는 3편 이전에 8개의 시리즈가 있지만, 거치용 콘솔로는 PS2에서 PS4로 점프를 한 상황이라 그 차이는 더욱 크게 느껴진다. 특히 이번 작품은 애니메이션의 명장면들을 오리지널 캐릭터와 매칭해서 보여준다.

특히 겨울왕국의 명 장면 중 하나인 주인공 엘사가 Let it Go를 부르면서 얼음성을 만드는 부분을 그대로 재현했는데, 얼핏 보면 영화 장면을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기 한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후반부의 캐리비언의 해적 파트에서도 그래픽 풍이 실사 풍으로 전환되는데, 블랙펄호와 플라잉 더치맨의 바다 전투는 혼자 보기 아까울 정도다. 

▲영화의 명장면을 그대로 옮겨놓았다

또한 이번 편은 2006년 디즈니로 인수된 픽사의 토이스토리, 몬스터 주식회사 등의 참전으로 원작 재현의 스펙트럼이 더욱 넓어졌다. 심지어 캐릭터들의 디자인 또한 게임에 맞춰 변형되지 않고 우리가 보았던 그 모습 그대로 등장하니, 현 세대에서 디즈니월드를 소재로 한 게임 중 끝판 왕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다만 유일한 티라고 한면 국내 출시된 한글화 버전은 일어 음성이라는 점이다. 물론 일본인에게는 친숙할지는 모르겠지만 영어 혹은 한글 더빙 영화의 이미지가 각인된 한국인 게이머에게 있어선 어색하다.

특히 겨울왕국 월드에서 Let it go의 일본어 OST를 듣는 순간 그때의 그 감동이 확 반감된다. 이번 2019 E3에서 영문음성을 DLC로 제공하겠다고 발표했으니, 음성이 거슬린다면 좀 더 기다렸다 플레이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본어 Let it go는 솔직히 못 들어 주겠다

 

■ 화려함에 가려진 전투 시스템의 깊이

이전 작품들과 비교해 통통 튀는 듯한 특유의 액션성은 여전하다. 이전 시리즈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전투 시스템을 흡수, 발전시키고 놀이기구를 이용한 어트랙션 플로우 시스템 추가로 큰 틀에서 보면 화려함이 더해졌다.

그러나 화려함을 너무 치중한 것일까? 충분히 익숙해 지기 전까지는 깊이 있는 전투의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킹덤하츠'는 액션 RPG를 표방하고 있지만 순간적인 판단력이 중요한 슈팅게임이라 생각하고 접근해야 한다. 스퀘어에닉스라서 '파이널판타지' 스타일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첫 만남부터 당황할 수 있으니, 구매하기 전 전투 동영상 정도는 참고하는 편이 좋다. 

▲어트랙션 플로우 시스템으로 완성된 화려한 전투

물론 출시 후 최고의 평을 받았던 2편의 전투 시스템과 비교되며 일부만 채용해 깊이가 부족하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하지만 3편으로 새롭게 입문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전작의 시스템 들을 세세하게 기억하는 게이머도 줄어들었으니 전작과의 비교는 크게 의미가 없다고 본다.

왜냐면 2편보다 부족하다는 것이지, 마냥 가벼운 것 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난이도의 모드라 하더라도 파트별 보스급 혹은 XIII기관들을 상대하려면 상성이라든지 적절한 키블레이드 선택, 적의 공격 패턴에 따른 행동 요령 같은 여러 가지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킹덤하츠 무쌍 모드

 

■ 풍부한 서브 콘텐츠들(Feat 구미쉽)

'킹덤하츠3'는 본편만큼은 아니겠지만 모아놓으면 본편 분량 못지 않은 서브 콘텐츠 들이 구석구석 잘 배치돼 있다. 일부를 제외하고 거의 각 월드 별로 준비되어 있으며, 월드 곳곳에 숨어있는 고전 액정 게임들을 모티브로 한 것까지 합치면 상당한 분량이다. 퍼즐, 요리, 사진 찍기, 보물찾기, 탐험 등까지 포함하면 20개는 족히 되다 보니, 본편 외에 추가로 즐길 거리가 부족하다는 말이 나올 수가 없다.

▲수집해야 하는 고전 액정게임만 해도 12개나 된다

'킹덤하츠3'가 발표되고 서브 콘텐츠 들 중 가장 이슈가 되었던 부분이 구미쉽인데, 콘텐츠 자체만으로 보면 구성도 알차고 파고들 여지가 굉장히 높은 좋은 컨텐츠다. 그런데 이 하나의 콘텐츠가 이번 작품의 평균점수를 깎아 먹는 역할을 한 점이다.

기획 의도로 보더라도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하라고 만든 서브 콘텐츠인데 조작체계 및 카메라 워크가 언밸런스하고 1인칭 슈팅게임을 구현했으면서도 너무 느린 속도감에 흥미를 잃기가 쉽다.  

▲구미쉽은 적응하기 까지 시간이 걸린다

 

■ 디즈니 월드에 갇혀버린 메인 스토리

영화와 달리 게임은 한편 한편에 워낙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가 이어지는 차기작이 나왔을 때 이전 작품들의 스토리를 간단하게 정리해 주기도 하지만, 주로 보통 플레이 하면서 이해시키는 편이 게이머들에게 더 확실하게 각인되기 때문에 후자의 방식을 택하기도 한다.

'킹덤하츠3'의 경우 전자의 방식인데, 문제는 입문자라면 몇 번을 봐도 이전의 이야기가 머리 속에 정리하기 어렵다. '킹덤하츠'는 디즈니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는 만큼 겉으로 보면 가벼운 이야기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제 스토리는 상당히 어둡고 복잡하다. 

▲이전 작품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해가 안된다

대전제인 하트부터 시작해서 기억, 빛과 어둠 등의 무거운 이야기의 비중이 높으며 하트리스(마음의 없음), 노바디(영혼이 없는 육체), 기억상실, 존재의 소멸, 레프리카(복제인간) 같은 어려운 소재가 반복해서 등장한다.

게다가 시리즈가 거듭되면서 주인공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상태의 변화가 계속됐고 수많은 복선들을 깔아놨기 때문에, 이번 작품으로 입문한 게이머에게는 스토리 자체가 거대한 진입장벽이다. 그렇다고 한글화도 되지 않은 전작들을 모두 플레이 해볼 수도 없는 노릇인데, 게임 내에 준비한 이전까지의 이야기도 그다지 친절하지 못하다. 

▲얘네들의 정체와 목적은 엔딩까지 알 수 없었다

결국 플레이를 진행하며 등장 캐릭터들간의 대화와 이벤트 컷신을 통해 유추해가면 될 듯 한데, 전개 양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마지막 챕터를 제외하고 디즈니 월드의 원작 재현 분량이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디즈니의 비중이 크더라도 메인 스토리를 잘 녹여냈으면 상관은 없었겠으나 지나치게 몰두한 원작 재현이 '킹덤하츠' 자체의 스토리와 조화롭게 어울리지 못한다. 이전 스토리를 알고 있는 게이머라면 컷신만 보더라도 대략적으로 이해가 되지만, 입문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감조차 잡기 힘들다. '킹덤하츠3'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유튜브에 시나리오를 정리한 부분을 한 번쯤 보고 시작하길 권한다. 

▲엔딩을 봤는데도 주인공의 숙명이 뭐였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야기를 완결시키는 작품임에 불구하고 디즈니 월드 파트의 원작 재현에 치중하며 정작 중요한 메인 스토리를 마지막 월드에 몰아넣어 쫓기듯 처리해버린다. 오리지널 스토리의 쌓인 분량은 몇 번의 전투와 이벤트 컷신으로 대체됐다.

전체 이야기의 흐름으로 봤을 때 지금까지 차근차근 쌓아온 복선과 복잡한 스토리들을 이번 작품에서 단계별로 해소하고 정리해야 하는데, 막판에 한꺼번에 몰아서 해치워 버렸다고 보면 된다. 따라서 후반부에는 이해를 포기한 채 게임을 즐기는 게 편하다. 참고로 개발사의 인터뷰에 따르면 디즈니 측이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지 못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모든 등장인물이 마지막에 갑자기 등장해 급하게 진행된다

 

■ DLC로 아쉬움을 채울 수 있을까?

'킹덤하츠3'는 풍부하고 화려해진 전투 시스템, 완벽에 가까운 디즈니 원작 재현으로 많아진 볼거리, 일부를 제외하고 딱히 흠잡을 것 없는 게임성 등으로 좋은 작품의 요건을 대부분 갖췄다.

다만 정식 넘버링으론 13년만에 등장했으면서 스토리의 불친절함으로 입문자에게 끝까지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 것과, 막판에 몰아서 스토리를 정리한 부분은 매우 유감스런 부분이다. 개발사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던 것인지, 올해 겨울 제공 예정인 DLC(다운로드콘텐츠) Re:MIND로 뒷수습을 하려는 모양이지만 유료라는 이유로 크게 환영 받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킹덤하츠3'가 폄하될 만한 작품은 절대 아니다. 좋은 게임의 필요 충분 요건은 대부분 갖췄다. 아직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의문점, 새롭게 제시된 수수께끼들이 남아 있는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모두가 만족할 '킹덤하츠'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세상을 구했지만 스토리는 구하지 못했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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