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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 붙은 일본제 불매운동, 어떻게 봐야할까?
  • 안병도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2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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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국민 사이에 일본제 불매운동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제품을 사지 않고, 일본 여행을 가지 않겠다는 구호가 핵심이다. 소비자 사이에서는 사려던 일본 제품을 다른 국산제품으로 대체했다든가, 가려던 일본 여행상품을 위약금까지 내가며 취소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 

이번 불매운동의 원인은 7월 3일부터 시작된 일본의 한국 반도체 소재수출 규제조치에 있다. 일본정부는 강제징용공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았다. 이것은 명분을 가지고 다투는 정치적 문제를 가지고 실제 돈이 오가는 경제조치의 원인으로 꼽았다는 점에서 이례적이고 충격적이다.

주요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불매운동은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리얼미터가 TBS 방송국 의뢰로 지난 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향후 일본 제품 불매운동에 참여할 것’이라는 응답이 66.8%가 나왔다. 중소마트에서는 일본상품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등에서 잘 나가던 일본 맥주 판매량도 감소세를 보였다. 이마트24의 지난 5~10일 일본 맥주 매출은 전주 대비 28.3% 감소했는데 국산맥주(5.8%)와 수입맥주(5.5%) 매출이 증가한 것에 비교해보면 불매운동의 효과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자동차와 카메라 등에서도 일본제를 구입하지 말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물론 이런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과거사 문제가 생길 때마다 몇 번이나 일본제 불매운동이 있었지만 그때뿐이었고 이후에 오히려 일본제 매출이 증가되는 등 실패했다는 사례도 있다. 또한 이런 불매운동이 일본국민의 반발을 일으켜 더욱 양국관계를 나쁘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업계도 불매운동의 사정권 아래 있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표 게임사는 아직  별도 대책 마련 등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사태를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 IP 게임을 서비스하는 주요 게임사는 일정에 따른 발매를 계속하고 있다. 한일 양국의 관계악화가 길어지면 반대로 일본 현지에서 한국 게임에 대한 불매운동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주요 커뮤니티 등에서 이런 불매운동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일본이 초강세를 보이는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피규어 같은 이른바 '덕질'에 관련된 분야에서는 불매운동을 하기 힘들다는 하소연도 나온다. 무조건적인 일본제 불매운동이 옳으냐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돌이켜보면 우리의 불매운동은 뿌리가 깊다. 1920년 벌어진 물산장려운동은 우선 우리가 생활에서 많이 쓰는 일제 광목천을 사지 말고 국산 광목을 쓰자는 캠페인부터 시작됐다. 기술격차로 인해 일본제 전부를 구입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했다. 부득이한 경우 외국산품을 사용하더라도 경제적 실용품을 써서 가급적 절약을 한다는 강령도 있었다. 일제의 침략을 막아야되는 위기상황에서도 우리는 침착하지만 단호하게 불매운동을 했던 셈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일본제품이면 사지 말고 일본은 어쨌든 가면 안된다는 주장은 도움이 안된다. 소비자 스스로가 자기 소비생활을 점검하면서 대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일본제 사용을 줄이면 된다. 불매운동은 소비자가 경제적 편익을 포기하면서 상대국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행동이다. 소비자 스스로를 매우 불편하게 하거나 상대국을 고사시키기 위한 행동이 아니란 뜻이다. 때문에 한국과 일본이 실제로 큰 경제적 타격을 주고받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불매운동의 목표이자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짧은 시간 안에 일본의 소재 수출규제가 잘 해결되고, 그에 따라 불매운동의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 중재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걸 보면 일본 참의원 선거가 마무리될 즈음 그렇게 될 수도 있다.

다만 일본은 이번에 사상 처음으로 정치문제로 인해 한국에 경제조치를 취했다. 수출규제와 불매운동이 조기에 마무리된다고 해도 한국은 일본이 정치문제로 언제든 첨단소재의 수출을 막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잊지 않을 것이다. 이 점은 단순한 불매운동보다 일본에 두고두고 큰 손해로 남을 것이다.

한 커뮤니티에서 만든 불매운동 포스터(출처:클리앙)

안병도 칼럼니스트  press@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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