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코드 도입을 놓고 의료계와 게임업계가 대립하고 있다. 의료계, 특히 정신의학회에서는 질병코드 도입을 늦출 이유가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게임업계는 복합문화콘텐츠이자 건전한 여가생활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국게임미디어협회와 한국게임기자클럽은 게임이용장애의 실태를 되짚어 보기 위해 24일, 서울 스타트업 얼라이언스에서 ‘전문의가 말하는 게임질병코드 도입의 문제점’을 개최됐다.

행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인지과학 협동과정 이경민 교수가 ‘비디오 게임에 대한 뇌인지 과학적 이해’를 발제하고, 게임이용장애와 질병코드에 대한 의견을 묻고, 답변을 듣는 순서로 진행됐다.

이 교수는 “게임을 전체적인 시각으로 확인하고, 강론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강론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다 보니 대화가 안 된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라고 발제의 의미를 설명했다.

중독과 과몰입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의료계는 게임이용장애를 중독, 게임계는 과몰입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특히 과몰입은 중독에 대한 방어기제로 게임업계가 사용하는 용어인데, 과하다와 몰입이 중첩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분석했다. 대신 ‘과용’이라 표현하면 좋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본격적인 발제는 게임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으로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게임을 하면 마약 중독자처럼 도파민이 흘러나온다며, 게임을 마약과 동일 선상에 놓곤 한다.

이 교수는 “행위를 할 때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로, 게임을 하면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런데 마약을 복용할 때도 도파민이 나오니 나쁜 것이라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엉터리 삼단논법이다”라며 “사람이 밥 먹을 때, 연애할 때도 도파민이 나온다. 평소에 하지 않은 것을 할 때 분비된다. 필요한 활동을 더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도파민이다. 도파민이 많아도, 적어도 문제가 된다. 적당한 수준을 유지하고, 적당한 순간에 나와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도파민을 기준으로 접근할 때 분비량을 정량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는 식사 중에는 50%, 성행위 중에는 100% 가까이 많은 도파민이 분비된다고 예시를 들었다. 도파민 분비만으로는 게임이 나쁜 것이란 결론을 낼 수 없는 근거다.

게임의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좋은 점을 더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는 뜻도 밝혔다. △게임을 통해 일상생활에서는 불가능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경험을 반복할 쉬운 기회 △위험한 경험을, 위험하지 않게 할 수 있다 등의 순기능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는 것은 뇌 발달에 필수다. 경험을 반복하면 뇌에서 신경물질이 오가는 통로가 튼튼해지고 오래간다. 연결성도 좋아진다. 위험한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학습함으로써 보상의 적절함을 구분하는 능력도 좋아진다”며 “게임은 대체 경험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콘텐츠다. 일상에서는 위험한, 반복하면 안 되는 것들이 게임 속 세상에서는 해도 괜찮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게임업계에도 화두를 던졌다. 단시간적인 보상을 부각한 게임 외에도, 더 다양한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게임을 연구한 논문을 보면 △주의력 △인지조절능력 △공간지각력 △인지적인부하 등이 확정적으로 좋아진다는 증거가 나왔다. 반면, 사회적 협동능력, 공감능력, 언어능력에 도움을 주진 못했다. 이 교수는 이 세 가지 능력을 강화하는 게임이 나온다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