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위험한 RPG를 콘셉트로 삼은 ‘에오스 레드’가 28일 정식 론칭했다. 블루포션게임즈가 보유한 온라인게임 IP(지식재산권) ‘에오스’의 특징과 1세대 MMORPG의 특징을 결합한 신작이다.

1세대 MMORPG는 사냥을 통한 캐릭터 육성, 스테이터스와 기본 공격(평타) 기반의 전투 등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많은 몬스터를 처치하는 것이 곧 강함으로 직결되는 시스템 탓에 핵앤슬래시라 부르기도 한다.

▲론칭 버전에서 고를 수 있는 워리어, 아처, 소서리스 3종 클래스

에오스 레드는 이런 특징을 모두 보유했다. 아처, 소서리스, 워리어 등 세 캐릭터 클래스(직업) 모두 기본적인 스테이터스와 강함이 비례하도록 설계됐다. 스킬은 20레벨부터 배울 수 있다. 공용 스킬과 기본 직업 스킬은 마을에서 스킬 북 형태로 구할 수 있다.

이보다 좋은 스킬은 당연히(?) 필드와 던전에서 얻을 수 있다. 여분의 장비와 스킬 북을 교환하는 거래소도 론칭 단계부터 제공한다. 또, 길드 유저에게 아이템을 전해주는 개인 거래 시스템도 소포(우편)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한 아이템을 지나치게 자주 거래하거나, 거래 목적이 아닌 재화의 이동으로 쓰이는 행위를 막는 안전장치다.

▲초반 파밍은 필드에서 장비를 얻어 분해하고, 소울을 얻어 장비 상자를 제작하는 식이다. 중반 이후에는 분해한 소울을 제작에 쓰는 것이 좋다

이런 특징은 지난달 17일 비공개 테스트(CBT)에서 만날 수 있었다. 당시 블루포션게임즈 측은 론칭 버전의 8~90%의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보스 던전 등 일부 콘텐츠를 제외한 대부분의 즐길 거리를 대상으로 유저 피드백을 수집해, 론칭 버전에서 문제를 개선했다.

론칭 버전은 CBT 버전과 비슷하다. 하지만 첫인상을 가늠하는 그래픽 수준과 유저 경험(UX) 완성도가 높아진 점은 게임 플레이를 통해 체감할 수 있다.

투박했던 그래픽은 광원과 효과 이펙트, 화면 확대-축소비율을 조절해 전체적인 품질을 높였다. 환경 설정에서 프레임 제한과 해상도를 최상과 60으로 조정하면 최적의 그래픽으로 에오스 레드를 즐길 수 있다. 단, 기기에 따라 렉이 발생할 수 있음으로, 그래픽 품질과 해상도 등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론칭 버전은 3가지 시점 모드를 골라 쓸 수 있다

가장 큰 차이는 시야다. CBT 당시 에오스 레드의 시점은 유저가 임의로 조정할 수 있었다. 화면을 틸팅(좌우 회전 및 슬라이드)해 캐릭터를 중심으로 화면을 약 90도 정도 돌릴 수 있었다. 론칭 버전은 이 기능을 과감하게 삭제하고, 대신 3개의 시점 모드를 제공해 편의성을 높였다.(시점은 미니맵 오른쪽 아래 버튼으로 바꿀 수 있다) 일부 구간에서 오브젝트(나무, 벽 등)가 화면을 가리는 문제를 해결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시야 때문에 적을 목표로 지정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더이상 없을 것 같다.

핵앤슬래시 장르에 최적화된 쿼터뷰 시점을 제공하는 점은 론칭 버전에서 가장 반가운 기능이다. 옵션에서 해상도를 최고로 올리고, 시점을 카메라1로 바꾸면 넓은 화면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제한된 시점 탓에 갑갑한 느낌이 확 줄었다. 기존 버전에서는 캐릭터의 움직임에 포커스를 맞춘 느낌이었다면, 론칭 버전은 전체적인 상황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도록 최적화한 느낌이다. 이는 중후반부 필드 PK(대결)과 대규모 교전(RvR) 등을 염두에 둔 조치로 이해된다.

▲사냥에는 정화의 소울이 소모된다. 사냥 효율을 제한하는 일종의 피로도 개념이며, 정화의 소울은 제작과 퀘스트, 휴식으로 채울 수 있다

서브 퀘스트의 진행도 부드럽게 연결된다. 서브 퀘스트는 아이템 제작, 강화, 스킬 사용을 알려주는 튜토리얼 개념의 퀘스트다. CBT 버전에서는 퀘스트 조건을 미리 수행하거나, 지나쳤을 때 이를 반복하기가 어려웠다. 반면 론칭 버전에서는 상단 화면에 스킵 버튼을 만들어 퀘스트의 흐름이 부드럽게 이어지도록 완성도를 높였다. 하지만 일부 퀘스트의 조건(강철 제작 등)이 레벨과 동떨어진 점은 여전했다. 퀘스트 내용을 거치거나, 너무 튜토리얼스러운 형식의 퀘스트는 스킵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에오스 레드’가 추구하는 무한 경쟁과 PK는 초반에는 맛보기 어렵다. 공격은 되지만 피해량도 부족하고,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 도망갈 시간도 넉넉하다. 대신 순간적으로 큰 피해를 주고, 상대를 묶고, 기절시키는 군중제어(CC) 스킬을 익히는 순간 PK에 대한 욕구가 왕성해지고, 실제로 PK 빈도가 조금씩 늘어난다. 초반 육성 난이도를 낮추고, 후반 경쟁구도를 심화하려는 레벨 디자인이 제대로 동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에오스 레드는 현상수배, 전투기록, 카오스 던전, 아이템 드랍 등 복수의 시스템으로 PK와 대결 등 '쟁(전쟁)'을 유도한다

사실 PK는 득보다 실이 많은 시스템이다. PK를 통해 성향이 나쁘다로 기울면 각종 패널티가 따라붙는다. 이에 따라 기존 모바일 게임은 ‘PK도 가능하다’ 수준의 시스템을 마련하는데 그쳤다. 직접적인 대결 콘텐츠는 오직 특정 모드에서 가능했으며, 이를 위한 아이템 파밍과 세팅이 필요할 정도로 이질감이 강했다.

반대로 에오스 레드는 PK를 장려하기 위한 적극적인 장치를 도입했다. 성향이 혼란과 무법 상태일 때만 입장할 수 있는 카오스 던전이 대표적이다. 카오스 던전은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기대 보상이 더 높다. 더 좋은 보상을 바라는 유저가 적극적인 PK를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다. 실제로 CBT 막바지에는 많은 사람이 전쟁을 벌이는 모습을 목격하고, 당사자로서 말려들기도 했다. 론칭 첫날 일부 서버를 제외한 대부분의 서버에 유저가 입장을 대기할 정도로 화제가 된 만큼, 멀지 않은 시기에 PK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출처=에오스 레드 공식 카페 캡처

아쉽지만 론칭 버전에서 아이템 드랍 시스템이 일부 변경돼, 규모가 축소됐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PK에 패배한 유저는 확률적으로 아이템을 떨어뜨리고, 승자가 이를 취하는 방식이 적용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CBT가 끝난 뒤 블루포션게임즈 측은 모바일게임의 특징을 의식해 아이템 복구 시스템과 이에 따른 보상을 대안으로 론칭 버전에 적용했다.

이에 대해 블루포션게임즈는 “네트워크 단절, 전화 수신 등으로 인하여, 게임플레이를 지속할 수 없는 다양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일정 기간 재화를 소모하여 아이템을 복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복구하지 않은 아이템에 대하여 상대 모험가가 가져가는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만약 아이템을 드롭한 유저가 복구할 경우 복구에 들어가는 재화를 상대 유저가 가져가게 된다”라고 변경된 콘셉트를 공식 카페를 통해 고지했다.

▲론칭 버전에서 선보인 보스 던전. 강화할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부지런히 던전을 돌자

PK와 PvP, RvR 콘텐츠로 중심을 잡은 에오스 레드이지만, 초반 구간은 싱겁다. 대결 콘텐츠를 즐기는 최소한의 기준인 30레벨까지는 육성하는 데는 반나절이면 충분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일 뿐, 제대로 된 PK의 손맛을 즐기려면 PK에 최적화된 스킬을 입수할 때까지 조금 더 인내해야 한다.

이는 육성 구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조치로 이해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오히려 초보 유저가 PK의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NPC를 활용하거나, 다른 유저의 분신을 처치하는 등의 퀘스트를 넣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상자를 만들 때는 기분 좋지만, 까기는 귀찮다

▲안전강화 구간까지 바로 강화해주는 편의 기능. 상자도 한 번에 깔 수 있었으면....

아이템 사용 편의성이 개선되지 않은 것도 아쉽다. 에오스 레드는 많은 아이템을 박스 형태로 제공한다. 보스 던전 보상, 장비상자 등이 여기 속한다. 이를 열려면 장비상자-열기를 상자 개수만큼 터치해야 한다. 다른 게임이 상자 여러개를 한꺼번에 여는 편의기능을 제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불편하다. 강화에서 안전강화 수치(+6)까지 한꺼번에 진행하는 시스템을 적용한 것과도 비교된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분명한 단점인 만큼 빠른 시간 내에 수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론칭 첫날 즐겨본 에오스 레드는 CBT의 불편함을 대부분 개선한 완성도를 선보였다. 초반 PK 체험 콘텐츠가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지만, 아이템 수집과 파밍의 순환고리를 제대로 엮었고, 육성 과정에서 소모되는 자원도 필드 사냥과 휴식을 통해 얻을 수 있도록 한 연결고리가 이를 잊게 한다. 유저의 적극적인 대립과 대결을 유도하기 위한 현상수배, 카오스 던전 시스템 등은 기존 RPG와 확실히 다른 가장 위험한 RPG 다운 모습을 뽐내는 것도 좋다.

한마디로 아이템 수집과 제작, PK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RPG가 에오스 레드라 할 수 있다. 아이템 수집과 경쟁을 즐겼던 온라인게임 키즈라면 에오스 레드를 통해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다시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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