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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는 재미 탑재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앞으로가 기대된다

2017년 공개된 ‘배틀그라운드’는 게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2017년 연말에는 스팀에서 동시접속자 수 310만 명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했고, 2018년 9월에는 스팀에서 1년 동안 최대 동시접속자 수 100만 명 이상을 유지하는 기록도 세웠다. 이후에 ‘포트나이트’ 같은 경쟁작이 등장하며 다소 기세가 꺾이기도 했지만, '배틀그라운드'는 2019년에도 꾸준하게 팔려나가고 있다.

‘배틀그라운드’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자 개발사인 펍지주식회사는 e스포츠 산업에도 뛰어들었다. 한국, 미국, 동남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에서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임단이 만들어졌고 각종 대회가 개최됐다. 펍지주식회사는 이런 지역에서 여러 가지 방식으로 대회를 개최하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초기에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했다. 일단, 수십 명의 참가자가 동시에 게임을 하는 구조라서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았다. 대회 참가자 수, 우승자 선정방식 등 세부적인 규정도 대회마다 달랐다. 그래서 여러 대회에 지속해서 참가해야 하는 프로게이머 입장에서도 이런 다양한 규정과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시청자들도 대회를 관전하기가 어려웠다. 기본적으로 총싸움 게임은 장르의 특성상 두 팀으로 나눠서 겨룰 때도 시청자 입장에서 ‘지금 어느 팀이 이기고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다소 힘들다. 그런데 ‘배틀그라운드’는 동시에 수십 명이 참가하는 총싸움 배틀로얄 게임이다. 즉, 시청자가 현재 상황을 파악하기가 더 힘든 구조다. ‘재미’를 떠나서 현재 상황을 ‘이해’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것.

그리고 e스포츠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응원하는 재미’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자신이 응원하는 선수나 팀이 화면에 자주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수십 명이 한 번에 참가하는 배틀로얄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주최 측이나 방송사도 특정 선수나 특정 팀의 화면만 계속 보여줄 수는 없었다. 동시에 여러 곳에서 교전이 발생하기라도 하면, 중요한 장면을 아예 놓치게 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한창 추진되던 2017년과 2018년에는 이런 여러 가지 문제가 종합적으로 불거졌다. 그러다 보니, 게임 업계에서도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 대해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e스포츠와는 맞지 않는 것 같다’, ‘인터넷 게임 방송으로는 아주 적절하지만, e스포츠로는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펍지주식회사는 2018년 여름부터 기본적인 기반을 다지기 시작했다. 우선,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각종 대회의 참가자 수와 우승자를 가리는 규정부터 통일했다. 그런 구조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실시된 대회가 지난 2018년 7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던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이었다.

‘펍지 글로벌 인비테이셔널’으로 만들어진 기반을 기초로 펍지주식회사는 계속 e스포츠를 다듬었다. 그리고 2019년 8월에는 ‘배틀그라운드’ 세계대회인 ‘펍지 네이션스컵’이 서울에서 열렸다. 지금까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들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전 세계의 팬들에게 보여줄 기회였다.

본 기자는 ‘펍지 네이션스컵’을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3일 동안 15경기를 시청했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과거에 지적받은 문제점을 잘 개선했는지를 살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바라봤다. 한편으로는, 대회에 출전한 한국팀을 응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본 기자는 ‘펍지 네이션스컵’을 보면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가 계속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일단 지금까지 가장 많은 지적을 받았던 ‘보는 재미’를 잡은 것이 가장 컸다. 이번 대회에는 다수의 옵저버(게임 대회에서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게임 화면을 잡아주는 사람)가 배치됐고, 언어에 따라 별도의 중계화면이 제공됐다. 경기의 전체 상황을 파악하면서 보고 싶은 유저는 주요 장면을 보여주는 중계화면을 볼 수 있었고, 한국팀의 화면만 보고 싶은 유저는 한국팀 화면만 보여주는 중계화면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긴박한 상황을 가슴 졸이며 바라보는 재미가 있었다.

또한, 다수의 옵저버가 배치된 덕분에, 여러 장소에서 교전이 발생했을 때 놓치는 장면이 나와도 비교적 빠르게 해당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이 어우러져서 3일 동안 즐겁게 대회를 시청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날의 4경기와 5경기에서 러시아팀과 한국팀이 우승을 놓고 점수 경쟁을 벌일 때의 긴장감은 상당했다. 하계 올림픽 양궁 단체전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팀 혹은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계주)에 출전한 한국 국가대표팀이 금메달을 따기 위해 벌이는 여정을 바라보는 심정과 비슷했다.

사실, 지금까지의 e스포츠는 올림픽 종목으로 비유하자면 태권도, 레슬링, 농구와 비슷했다. 1 대 1로 겨루거나 5명으로 이루어진 두 팀이 겨루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수십 명이 한 경기에 동시에 참가하고, 여러 경기에서 획득한 점수를 겨루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e스포츠는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이런 방식의 e스포츠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했고, 이런 구조에서 ‘보는 재미’까지 확보하기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펍지주식회사는 이번에 한국에서 열린 ‘펍지 네이션스컵’에서 드디어 ‘보는 재미’를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적어도 본 기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전 세계의 팬들에게 보여줬다. 한국 e스포츠 산업 초기에 굵직한 결승전이 많이 열렸던,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다.

이렇게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숙제’는 풀렸다. 이제는 이 구조를 다듬고 발전시키면 된다.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는 아직 기본적인 틀을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앞으로 발전할 여지도 많이 남아있다. 대회가 계속 열리고, 프로게임단의 장기적인 운영에 도움을 주는 다양한 요소들이 더 추가되면, 더 좋은 경기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앞으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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