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큰 흥행을 거뒀거나 그 게임에 추억을 가졌던 게임들의 IP(지적재산권)가 모바일 게임으로 옮겨와 유저들의 손 안에서 다시 부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들 게임은 매출 순위에서도 상위권 혹은 중위권을 차지하며 확실한 흥행 카드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체적인 IP를 통해 시장에 도전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공 사례는 극히 드물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업체를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무분별하게 서비스되고 있는 게임들이 매출 순위 상위권에 다수 진입하며 성공 확률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면서, 성공에 조금 더 높은 확률로 다가갈 수 있는 게임 IP 활용의 빈도가 점차 두드러지고 있다.

그에 따라 최근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온라인 게임의 IP의 활용은 매우 중요해졌다. 물론 일부 업체들은 해외 게임 IP를 활용하기도 하지만, 국내 업체를 통해 만들어진 온라인 게임의 IP를 활용해 성과를 거두며 의미있는 실적을 거두는 업체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게임계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와 '리니지2', '블레이드&소울'이 대표적이며 크래프톤의 '테라'와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웹젠의 '뮤',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위메이드의 '미르의 전설 2' 등의 게임 IP가 활용되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에는 중견 개발사를 통해 '로한'과 '에오스' 등의 게임도 모바일 게임으로 등장해 의미있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가 함께 동참했다. 엑스엘게임즈의 온라인 MMORPG '아키에이지'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을 선보이기로 한 것.

지난 23일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는 라이프엠엠오는 엑스엘게임즈와 아키에이지의 IP를 활용한 게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그에 따라 라이프엠엠오는 아키에이지 IP를 활용한 게임 판권을 확보하고, 개발을 진행하게 된다. 

아키에이지는 2013년에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MMORPG다. 바람의 나라, 리니지의 아버지로 불리는 1세대 게임 개발자인 송재경 대표가 엑스엘게임즈를 창업한 후 직접 게임 개발에 나서 선보인 게임이다.

특히 판타지 세계관 기반의 풍성한 콘텐츠를 갖춘 게임성으로 현재 전 세계 64개국 이상에서 약 2천만 명 이상의 누적 가입자 수를 기록했으며, 2013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 대상을 비롯해 기획, 시나리오 및 그래픽 부문 등 3관왕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 두 회사가 추구하는 프로젝트의 방향성이 조금 다르다. 기존의 IP들은 대부분 매출 성과가 큰 MMORPG로 만들어졌는데, 이번에 공개된 아키에이지의 IP 활용 게임은 위치기반 서비스(Location based service, LBS)기술을 접목한 모바일 게임인 것. 이름 역시 이동 요소를 어필하는 '아키에이지 워크'(가칭)로 명명됐다. 서비스 예정 시기는 오는 2020년이다.

라이프엠엠오는 위치기반 서비스 기술 등을 적극 활용해 경쟁의 재미, 보상, 성취감 같은 게임적 요소를 녹여낸 다양한 신규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3월 설립된 회사다. 이 부분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카카오모빌리티도 함께 공동 출자한 바 있다.

카카오게임즈 측은 "아키에이지가 전투 외에도 하우징, 이동수단 등의 다양한 콘텐츠와 시스템이 또 하나의 거대한 세계를 구성하고 있어, 위치와 공간, 지역 등으로 확장되는 위치기반 요소들에 접목하기에 최적의 게임이라 판단해 계약을 체결하게 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공개한 아키에이지 워크의 스크린샷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실제 지도에 배치된 적들에게 접근해 전투를 진행하고 장비 및 보상을 획득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RPG 요소. 그리고 획득한 보상을 활용해 유저 자신의 공간을 꾸미는 하우징 요소다. 지도의 경우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맵을 활용할 것으로 보이며, 소속 세력 부분이 있어 지역 기반의 길드 콘텐츠도 예상해볼 수 있다.

위치기반 기술을 접목해 가장 흥행한 게임은 나이언틱의 '포켓몬GO'다. 물론 여기에는 증강현실(AR) 기술에 포켓몬스터라는 최고의 IP까지 더해져 지금도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출시된 게임 중에는 넷마블의 '쿵야 캐치마인드'가 도입해 유저 근처에 있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것은 물론 근처의 유저들과 퀴즈를 풀고 문제가 그 위치에 저장되는 게임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넷플릭스 역시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활용해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에 위치기반 기술에 퍼즐과 RPG를 결합한 방식으로 게임을 준비 중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 해부터 양사가 끈끈하게 얽힌 이해관계에 따라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2018년 8월 아키에이지가 개발 중인 모바일 게임 '달빛조각사'의 퍼블리싱 계약을 맺으며 100억원의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 엑스엘게임즈의 지분 4.6%를 확보한 바 있다. 달빛조각사는 조만간 기자간담회를 통해 게임의 상세 정보 및 출시 시기를 공개할 예정이다.

그리고 라이프엠엠오는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라고는 하지만 이 회사의 대표가 카카오게임즈 남궁훈 각자대표인 만큼, 달빛조각사의 협업에 이어 카카오게임즈와 함께 하는 엑스엘게임즈의 두 번째 프로젝트인 셈이다. 특히 주요 장르가 아닌 색다른 장르의 도전이어서 업계에서는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아키에이지를 활용한 모바일 프로젝트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엑스엘게임즈가 아키에이지와 연동되는 모바일 소셜 게임 '아키빌'을 지난 2013년 선보인 바 있다. 

그리고 게임빌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지난 2016년 수집형 RPG '아키에이지 비긴즈'가 출시됐지만, 원작과는 상당히 다른 게임성을 보여줬기에 흥행에는 실패했고 출시 8개월만에 서비스가 종료된 바 있다. 즉, 원작의 게임성을 모바일 환경에서 제대로 구현한 게임이 아직 등장하지 않은 것. 

달빛조각사와 아키에이지 워크를 통해 양사의 시너지 효과와 도전이 성공적으로 입증되면 그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아키에이지의 모바일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커진다.

전 세계에서 많은 유저들이 즐겼던 아키에이지 원작 기반 모바일 게임을 손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이 두 회사의 순조로운 협업과 성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에 따른 행보와 성과가 주목된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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