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메이드와 전기아이피가 지난 2017년 9월 액토즈소프트(이하 액토즈)를 상대로 제기한 '미르의 전설 2'(이하 미르2) 계약무효확인 청구 소송에서 지난 10월 10일 1심 판결이 내려졌다. 결과는 원고인 위메이드와 전기아이피의 패소였다. 물론 위메이드와 전기아이피는 즉각 항소했다.

이 소송은 지난 2017년 6월 체결한 액토즈와 셩취게임즈(구 샨다게임즈)가 체결한 미르2의 중국 지역 SLA(Software License Agreement, 독점 라이선스 계약) 연장 계약이 무효라며 전기아이피와 위메이드가 액토즈를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이 계약은 지난 2001년 6월 처음 체결됐다.

그리고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재계약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단순히 여기까지만 보면 법원은 액토즈와 셩취게임즈의 손을 들어준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액토즈도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연장이 유효함을 인정받은 만큼 미르2의 안정적인 중국 서비스를 이어나가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위메이드가 지난 10월 23일 자사의 중국 웨이보 계정을 통해 해당 판결의 전문을 공개하면서 셩취의 위법 행위가 명확하게 지적됐고, 셩취가 가진 미르2에 대한 서비스 권리는 PC 플랫폼에 한정되었다는 것이 국내 법원의 입장임이 드러났다.

▲ 위메이드가 중국에서 공개한 법원 1심 판결문

먼저, 법원은 판결문에서 "셩취게임즈가 보유한 소프트웨어 수권(권한위임) 계약의 대상은 PC 온라인 게임으로 한정하여 규정하고 있고, 웹게임이나 모바일게임까지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즉, 셩취의 주장이 미치는 범위가 PC 클라이언트 게임의 서비스에 한정되어 있으며 웹게임, 모바일게임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과 단속, 재이용허락(sub-license)에 대한 권한이 없다고 지적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판결문에서 셩취는 ▲미르2 관련 불법게임업체 단속 과정에서 7개 회사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하고 수권을 행사 ▲중경소한재선과기유한공사에 무단으로 재이용을 허락 ▲세기화통 등에 '결전사성'을 비롯한 5개의 모바일 게임에 대한 개발 및 운영 허락 등 계약에서 규정한 권한을 넘어서는 행위를 저질러 계약을 위반했다고 명시했다. 

▲ 셩취가 단속 권한이 없음에도 7개사로부터 받은 합의금 내역

마지막으로 법원은 액토즈가 선관주의의무(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에 대해서도 지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셩취 측이 로열티 계산의 기초가 되는 정보 제공 의무를 소홀히 하고, 로열티 지급 의무를 다하지 않았음에도 액토즈는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하지 않았고, 명백한 계약 위반이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외면했다"고 한 것.

여기에 더해 재판상 화해에서 정한 사전 협의를 구하는 위메이드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액토즈가 셩취와 SLA 연장 계약을 체결한 것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법원은 지적했다. 

▲ 액토즈가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한 판결문 내용

그 외에도 판결문에서는 여러 번에 걸쳐 다수의 셩취의 계약 위반행위와 액토즈의 선관주의의무 위반행위를 언급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가지 위반 내용에도 불구하고 SLA 계약을 무효로 하기는 어렵다는 최종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이는 계약 위반 행위들과 연장 계약의 무효를 별개의 건으로 보고, 계약은 연장하되 계약 위반 행위를 시정하라는 취지의 판결이다. 물론 이는 1심의 판결인 만큼 2번의 판결이 더 남았고, 국내 법원 이외에도 싱가폴국제중재법원(ICC)의 국제중재 소송과 중국 상해지식재산권법원의 연장계약에 대한 소송이 별도로 진행 중이다.

▲ 법원이 1심 판결을 원고 패소 판결로 판단한 이유를 나열한 문서

따라서 해외에서 나오는 결과가 국내 판결에 반영될 여지도 남아있는 만큼 이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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