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이하 블리자드)의 최근 1년은 여러 가지 의미로 ‘다사다난’ 했다. 블리즈컨 2018에서 야심 차게 공개한 ‘디아블로 이모탈’은 그다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연초에 발표된 2018년 실적은 준수했지만, 인력감축 소식도 나왔다. 8월에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15주년을 맞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클래식’과 15주년 소장판이 나왔고, 연말에는 ‘하스스톤’에 ‘오토체스’류 게임의 요소를 반영한 새로운 모드 ‘전장’이 추가됐다.

블리즈컨 2019를 앞둔 10월에는 홍콩 관련 이슈도 터졌다. 그렇다 보니 블리즈컨 2019에는 많은 이목이 쏠렸다. 블리즈컨 2019에서 뭔가 확실하고 강력한 ‘한 방’을 보여주며 분위기를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덕분에 ‘블리자드가 이번에는 무엇을 공개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는 정말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리고 많은 이목이 쏠린 블리즈컨 2019가 지난 11월 2일(미국 시각 기준) 열렸다. 블리자드 제이 알렌 브랙 대표가 개막식에서 홍콩 관련 이슈에 대해서 사과하는 것으로 행사가 시작됐다. 이는 규모 있는 기업의 대표로써, 많은 고민을 거친 결정이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블리즈컨 2019를 찾은 관람객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지금 돌아보면, 개막식에서 대표가 직접 사과하는 것은 과감하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본다.

다소 진중하게 시작된 블리즈컨 2019는 신작이 하나둘 공개되며 열기가 더해졌다. ‘디아블로4’, ‘오버워치2’,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어둠땅’ 같은 굵직한 신작 및 확장팩이 공개됐고, ‘하스스톤: 전장’ 같은 완전히 새로운 모드도 공개됐다. 지금까지 묵묵히 쌓아놓은 ‘비밀 병기’를 이번에 과감하게 공개하는 모습이었다. 블리즈컨 2018 개막식에서 공개됐던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은 블리즈컨 2019 개막식에서 아예 등장하지 않았다.

개막식이 끝난 직후에 블리자드 팬들이 보여준 반응은 블리즈컨 2018과는 완전히 달랐다. 호평의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디아블로4’는 고품질의 시네마틱 영상과 ‘디아블로’ 특유의 어두운 분위기가 유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오버워치2’는 PVE 콘텐츠가 추가되고, 주요 스토리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유저들에게 딱 맞는 내용이었다. ‘하스스톤: 전장’ 역시 최근 게임 업계에서 유행하는 ‘오토체스’류 게임의 요소를 ‘하스스톤’에 적절하게 변경해서 적용하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렇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블리자드가 블리자드 팬들이 우려했던 것과 원했던 것을 정확하게 파악했기 때문이다. 블리자드 팬들은 PC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들이 대다수다. PC 게임이 모바일 게임으로 혹은 콘솔 게임으로 확장되는 것에는 반감을 품지 않지만, 애초부터 PC를 배제하고 출시되는 게임에는 반감을 품을 확률이 높다. (작년에 발표된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이 그랬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PC 게임 유저들이 열광할 만한 콘텐츠를 개막식에 꽉 채워서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오랫동안 소문만 무성하던 ‘디아블로4’가 최초로 공개됐고, ‘오버워치2’도 공개됐다. ‘오버워치2’는 한국 포털 실시간 검색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런 와중에 작년에 좋지 않은 반응을 얻었던 ‘디아블로 이모탈’은 행사장 한쪽에 조용히 자리 잡았다. 하지만 관람객들의 반응은 오히려 좋아졌다. 현장에서 게임을 직접 시연한 유저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있다’는 평가를 한 것. PC 게임을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모바일 게임을 ‘조연’ 혹은 ‘카메오’로 설정하니까, 작년과는 달리 유저들의 거부감도 없어졌고 온전히 게임에 대해서만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는 블리자드가 팬들의 심정을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또 다른 반증이다.

정리하면, 블리자드는 블리즈컨 2019를 통해 지난 1년간 지속해서 제기됐던 팬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고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블리즈컨 2018이 종료된 후에 블리자드 팬들이 우려했던 대목을 정확하게 이해했고, 이번에는 그 지점을 정확하고 확실하게 공략한 결과다. 덕분에 이제는 팬들이 블리자드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의 주요 주제는 ‘신작’이 됐다.

다소 아쉬운 측면이라면, 이번에 공개된 굵직한 신작인 ‘디아블로4’와 ‘오버워치2’가 언제 출시될 지는 기약이 없다는 점이다. 두 게임 모두 개발 초기 단계라고 알려졌고, 그렇다보니 출시 시기에 대해서는 별다른 암시도 나오지 않았다. 3~5년 후에 펼쳐질 ‘블리자드의 미래’를 잠시 엿 본 듯한 느낌이었다.

기업이 여러 가지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이렇게 ‘강력한 한 방’을 준비해서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는 게임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블리즈컨 2019는 ‘블리자드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준 행사였다고 본다.

동시에, 블리자드가 보여줄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된다. 현재 출시를 준비 중인 신작으로는 ‘워크래프트3: 리포지드’가 있다. 2020년에 대한 구체적인 소식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탈’이 출시될 수도 있고, ‘스타크래프트2: 자유의 날개’ 출시 10주년을 맞아서 특별한 소식이 공개될 수도 있다. ‘하스스톤’ 역시 일정한 주기로 신규 확장팩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게임(혹은 확장팩)이 출시되던, 블리자드의 이름에 걸맞은 품질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제공=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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