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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MMO에 쏠린 한국 모바일 게임, 그 틈을 치고 들어온 중국 게임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은 MMORPG로 급격하게 쏠려있다. 2016년 12월에 출시된 ‘리니지2 레볼루션’의 흥행 이후로 매년마다 ‘리니지M’, ‘검은사막 모바일’, ‘뮤오리진2’, ‘로한M’, ‘에오스 레드’, ‘달빛조각사’, ‘V4’, ‘리니지2M’ 등 굵직한 모바일 MMORPG가 출시됐고, 이들은 양대 마켓 매출 상위권을 점령했다. 26일 기준으로 보면, 구글플레이 매출 20위 내에 있는 게임 중 10개가 모바일 MMORPG고, 매출 10위 내에 있는 게임 중 7개가 모바일 MMORPG다. 애플 앱스토어는 매출 상위 10개 게임 중 6개가 모바일 MMORPG다.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 상위 10개 게임 중 7개가 모바일 MMORPG다.

모바일 MMORPG의 매출과 인기가 높은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MMORPG는 한국 게임 시장이 PC 위주로 돌아갔던 시절부터 가장 인기가 높은 장르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 때에 유명했던 ‘리니지’, ‘뮤’ 같은 게임들이 모바일 게임 산업으로 하나 둘 진입하면서 모바일 MMORPG 시장이 점점 커진 것도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 모바일 게임 매출 순위를 보면 걱정 되는 것이 하나 있다. 모바일 MMORPG와 캐릭터 수집형 RPG(흔히 모바일 RPG라고 표현하는)를 제외한 다른 장르에서는 중국 게임의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출시된 눈에 띄는 중국 게임을 살펴보자. 캐릭터 수집형 RPG의 기본 구조에 SRPG(시뮬레이션 RPG) 방식 전투를 결합한 ‘랑그릿사’, 전략 게임 ‘라이즈 오브 킹덤즈’, 텐센트가 액티비전과 계약하고 개발한 총싸움 게임 ‘콜 오브 듀티: 모바일’ 등이 눈에 띈다. 중화권 게임으로 시야를 넓히면 슈팅 게임과 ‘로그’류(로그라이크) 게임의 요소를 혼합한 ‘궁수의 전설’도 있다. 조금 오래된 게임까지 포함하면 액션 RPG ‘붕괴3rd’, 전략 게임과 육성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왕이 되는 자’, 미소녀 게임과 RPG를 결합한 ‘소녀전선’도 있다.

구글플레이 매출 2위까지 올라갔던 중국 게임 '랑그릿사'

앞서 언급한 게임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한국 시장에서 크게, 장기적으로 흥행한 장르가 아니라는 점이다. ‘랑그릿사’ 같은 모바일 SRPG는 이 장르에 도전한 한국 개발사가 있었지만 아직까지 이어져오는 장기 흥행작은 없었다. ‘붕괴3rd’ 같은 실시간 액션 RPG는 한국 개발사들이 도전한 사례를 찾아보기도 힘들다. 전략 게임은 한국 시장에 간간히 등장했지만, 최근에 출시된 ‘라이즈 오브 킹덤즈’ 만큼 흥행한 사례는 없었다. 모바일 총싸움 게임도 여러 한국 개발사들이 도전했지만, 결과가 좋지 않았다. 결국 이 시장은 ‘콜 오브 듀티: 모바일’이 평정할 기세다.

위의 두 사실을 정리해보자. 한국 게임 업계는 모바일 MMORPG와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RPG에서는 ‘흥행공식’을 찾았고 이에 대한 노하우도 쌓여있다. 반면 아직 그렇지 못한 장르도 있다. 총싸움 게임, 전략 게임, 모바일 SRPG, 미소녀 게임 등이 그렇다. 이 영역은 한국 개발사들도 지속해서 도전하고 있지만 아직은 해당 장르를 대표할 수 있는 만한 게임은 없다. 이렇게 ‘정답을 찾지 못한’ 영역에서는 중국 게임들이 점유율을 점점 높여왔고, 지금은 중국 게임들이 해당 영역의 ‘왕좌’까지 오른 상태다.

이런 현실을 지켜보다보면, 씁쓸한 측면도 있다. 최근 흥행하고 있는 중국 게임 중에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게임도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게임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해당 장르에서 이런 중국 게임이 매출이 가장 잘 나오는 것을 종종 본다. 이런 현상을 두고 다수의 유저와 게임 업계인들은 험한 소리도 한다. 

하지만 이것을 뒤집어 생각하면 한국 게임 업계가 그 게임보다 더 경쟁력 있는 게임을 만들지 못했다는 의미도 된다. 게임성이든 과금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이든, ‘특정 장르를 제외하면 이제 중국 모바일 게임의 경쟁력이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중국 게임의 한국 진출은 앞으로 더 많아지면 많아지지 줄어들진 않을 것이라고 본다. 최근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가 점점 심해지면서, 중국 중소 게임업체들은 적극적으로 외국 시장을 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먼저 눈을 돌리는 지역에는 한국도 포함되어있다. 동시에 중국 모바일 게임 산업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중국 모바일 게임의 품질도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이 두 가지가 결합되면서 중국 모바일 게임들이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 센서타워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 양대 모바일 마켓 매출 Top 100에 오른 게임들의 매출 총액에서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분기에 14.2%였고 2019년 3분기에는 24.8%였다. 점유율이 1년 9개월 만에 두 배 가까운 수치로 증가한 것이다.

사진=센서타워

지금 이 상태가 계속 이어진다고 가정하면, 앞으로 한국 모바일 게임 산업 구조는 어떻게 될까? 모바일 MMORPG와 캐릭터 수집형 RPG는 한국 업체들이 지금까지 쌓아온 경쟁력이 있으니, 당분간은 한국 게임이 해당 장르의 상위권을 유지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 중국 게임에 대항할 만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나머지 장르는 계속 쏟아져 나오는 중국 게임들로 채워질 것이고, 중국 게임들끼리 ‘왕좌’를 두고 경쟁을 벌이게 될 것이다.

조금 극단적으로 전망하면, 모바일 MMORPG를 제외한 나머지 장르는 중국 게임에 안방을 내주게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중국 모바일 게임들이 양대 마켓 매출 순위에 많이 오르면 ‘중국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 점유’라는 취지의 제목으로 곳곳에서 기사가 올라오지만, 이런 사실이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어서 더 이상 그런 기사가 올라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예상되는 중국 게임의 ‘공습’을 막아내거나 버틸 방법이 있을까? 일단 법적, 제도적으로는 중국을 포함한 외국 게임의 진출을 막을 방법은 없다. 즉, 순수하게 한국 게임 업계의 ‘경쟁력’만으로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 모바일 게임 산업은 MMORPG로 쏠려있다. 쏠려있는 정도도 꽤 심하다. 모바일 게임 산업에서 다양한 시도를 했던 업체도 있었지만 그런 업체들의 현재 상태는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굴지의 한국 게임사들이 모바일 게임 산업에서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느냐고 묻는 다면 그것도 아니다.

그리고 최근 출시되는 중국 모바일 게임들의 수준을 보면, 이제는 한국 게임 업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문제는 명백하고 시간은 없지만, 뾰족한 해결책이 떠오르지는 않는, 갑갑한 상황이다. 그래도 한국 업체들이 잘하는 MMORPG라는 장르에서라도 다양한 방식의 시도와 진화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래본다. 그래야 이 ‘최후의 보루’를 계속 사수할 수 있지 않을까.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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