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중국 게임 업계의 중심축은 모바일 게임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2019년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이 중국 게임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8.5%에 육박한다. 2019년 모바일 게임 산업 성장률도 18%를 기록했다. 중국 PC 게임은 성장이 정체되어 매출이 소폭 감소하고 있는 와중에, 모바일 게임이 중국 게임 산업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중국 게임 산업의 ‘대세’가 된 모바일 게임 산업에서 2019년에는 어떤 큰 흐름이 있었을까? 연초부터 각종 신작으로 반등에 성공한 중국 기업 텐센트, 일본 IP 소재 모바일 게임이 연이어 출시된 것, 중국 게임 업체들의 적극적인 외국 진출 이상 3가지를 큰 흐름으로 꼽아봤다.

■ 텐센트의 연이은 신작 흥행과 외국으로 나가는 넷이즈

2019년 중국 모바일 게임 산업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활약한 업체는 텐센트다. 텐센트는 기존에도 중국 게임 산업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긴 했지만, 2019년에는 유독 굵직한 신작을 많이 출시했고 성과도 좋았다. 게임 판호 발급이 중단되면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얼어붙었던 2018년과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2019년에 크게 흥행한 텐세트의 모바일 게임만 살펴봐도 ‘완미세계’, ‘화평정영’, ‘카트라이더 러쉬+’ 신버전이 있다. 이 3개 게임은 모두 출시 직후에 중국 앱스토어 매출 1위에 올랐다. 이외에 ‘일기래착요’, ‘라지엘’, ‘왕좌의 게임: 겨울이 온다’, ‘용족환상’, ‘검망3’, ‘아적기원’ 등 다양한 장르 게임이 매출 10위 내에 진입했다. 중국 외 국가에 출시된 신작 ‘콜 오브 듀티: 모바일’도 다수의 국가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여기에 ‘왕자영요’와 ‘QQ 스피드’ 같은 기존 게임도 인기를 유지했다.

덕분에 중국 앱스토어 매출 TOP 10에는 항상 다수의 텐센트 게임이 포진했다. 한때는 매출 1~4위가 모두 텐센트 게임이었던 적도 있었다. 2019년 내내 매출 TOP 10에서 최소 3개, 많게는 7개의 텐센트 게임을 볼 수 있었다. 덕분에 게임 부문 실적도 좋아졌다. 2019년 3분기 기준으로 텐센트의 모바일 게임 매출은 2018년 3분기에 비해 25% 증가한 243억 위안(약 4조 306억 원)을 기록했다. 주가도 2018년 연말에 260 홍콩달러(약 3만 8천 원)까지 떨어졌던 것이, 2019년에는 330~380 홍콩달러(약 4만 8천원~5만 6천 원)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절대강자’ 텐센트가 연달아 신작을 흥행시키다 보니, 상대적으로 다른 게임 업체의 활약은 잘 보이지 않았다. 텐센트의 독주를 ‘그나마’ 막고 있었던 넷이즈는 ‘톰과 제리’를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 MMORPG ‘몽환서유 3D’, 카드 대전 게임 ‘음양사: 백문패’를 출시한 것을 제외하면 중국에서 큰 움직임은 없었다.

대신 넷이즈는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조금 더 힘을 들였다. 마블 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해서 개발한 모바일 게임 ‘마블 슈퍼 워’를 동남아시아와 인도에 출시했고, 한국에도 ‘메카시티: 제로’, ‘이브: 에코스’ 사전 체험판 등의 신작을 선보였다.

■ ‘드래곤볼’, ‘슬램덩크’ 등 다수의 일본 IP 소재 게임 연이어 출시

최근 몇 년 사이에 중국에서 일본 만화,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높아졌다. 이 영향을 받아서인지, 중국 업체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이지만, 캐릭터 목소리는 일본 성우가 녹음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

일본 작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 유명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을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 중국에서 다수 출시되고 있다. 2018년에는 ‘세인트세이야’, ‘랑그릿사’, ‘나루토’, ‘원피스’ 등을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 출시됐었는데 이런 흐름이 2019년에도 계속 이어진 것이다.

2019년에는 유독 유명 일본 만화를 소재로 개발된 게임이 많이 출시됐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드래곤볼 최강지전’과 ‘슬램덩크 관람고수’다. 특히, 텐센트가 출시한 ‘드래곤볼 최강지전’은 중국에서 사전예약자 천만 명을 돌파하면서 큰 기대를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헌터X헌터’, ‘원펀맨’,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더 킹 오브 파이터즈’ 등 다양한 일본 작품을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 중국에 출시됐다. 이런 게임들은 출시 초기에 IP의 유명세를 타고 흥행하며 매출 상위권에 빠르게 진입했다.

다만, 일본 IP 소재 게임들의 인기가 오래 가지는 못했다. 큰 기대를 받았던 ‘드래곤볼 최강지전’의 경우 출시 초기에 매출 8위까지 진입했지만 지금은 매출 70위권에 머물고 있다. ‘헌터X헌터’ 소재 모바일 게임은 50위권에 올랐다. 나머지 게임은 100위권 밖을 벗어나 버렸다. 그나마 ‘슬램덩크 관람고수’가 초반의 인기를 유지하면서 중국 앱스토어 매출 25위에 올라있는 상태다.

한편, 중국에서 일본 IP 소재 게임들의 인기가 빠르게 식는 현상은 한국 게임 업체들도 분석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유명 IP를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 홍보나 마케팅에서 유리한 점은 분명히 있겠지만, ‘오래가는 게임’, ‘장기흥행’이라는 측면에서는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 중국 게임 업체들의 적극적인 외국 진출…곳곳에서 점유율 증가

최근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가 점점 심해지면서, 중국 게임 업체들은 점점 더 외국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는 바로 넷이즈다. ‘황야행동’으로 일본에서 점유율을 높인 넷이즈는 2018년 연말부터 한국 시장에도 다양한 신작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런 흐름은 2019년에도 계속 이어졌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일본,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등 다양한 지역에 모바일 게임을 수출하기 시작했다. 한국에만 해도 ‘랑그릿사’, ‘라플라스M’, ‘메카시티: 제로’ 등 다양한 중국 게임이 출시됐다.

시도를 많이 하는 만큼 성공 사례도 하나 둘 나오기 시작했다. 일본의 ‘황야행동’이나 한국의 ‘랑그릿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 게임들은 해당 국가의 모바일 마켓에서 매출 상위권을 찍으며 선전했다. 그리고 텐센트가 액티비전과 함께 개발한 ‘콜 오브 듀티: 모바일’도 여러 국가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 덕분에, 2019년에 중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이 외국에서 벌어들인 매출은 2018년에 비해 21% 상승한 115억 9천만 달러(약 13조 4천억 원)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2019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

앞으로도 중국 게임의 외국 진출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에서 텐센트의 독주가 워낙 심해졌고, 중국 정부가 새로운 게임 규제를 도입하는 등 중국에서 살아남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는 탓이다. 텐센트와 넷이즈를 제외한 다른 중국 게임 업체들도 같은 이유로 외국에 더 적극적으로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런 업체들이 외국 진출을 고려할 때 한국과 일본은 반드시 고려되는 국가 중 하나다. 실제로 한국 모바일 게임 마켓에서 중국 게임의 점유율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MMORPG나 모바일 RPG에서는 한국 게임이 압도적이지만 비주류 장르의 경우에는 중국 게임의 점유율이 눈에 띄게 올라가고 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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