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가 개정된 등급분류 규정이 22일부터 시행된다고 공지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게임 심의라는 측면에서 PC, 모바일, 콘솔이라는 플랫폼 간의 경계를 다소 허무는 것이다. (다만, 아케이드 게임은 이 내용에서 제외된다.) 앞으로 PC와 콘솔로 동시에 출시되는 게임과 클라우드 게임 플랫폼이 개정안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추가된 핵심 조항은 등급분류의 효력을 규정하는 제4조의2다. 이 규정에 따르면, 기존에 받은 등급분류 효력과 앞으로 받게 되는 등급분류 효력이 조금 더 확장된다. ‘PC 온라인 등’으로 등급분류 받은 게임물은 ‘비디오 게임물’(콘솔 게임), ‘모바일 게임물’, ‘기타 게임물’로도 등급분류 효력이 인정되는 식이다. 

즉, 이제는 PC 게임으로 등급을 받아 놓으면, 같은 게임의 콘솔 버전, 모바일 버전, 기타 다른 버전으로 출시할 때 별도의 심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 기존에는 게임위나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를 통해 심의를 받을 경우에는, 동일한 게임이더라도 PC, PS4, Xbox One 등 각 기종별로 별도로 심의를 받아야 했다. 

규정상으로는 등급분류 효력이 많이 확장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크지 않다. 이미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이하 게임법)의 자체등급분류사업자 관련 규정에 비슷한 취지의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규정으로 인해 애플, 구글, SIEK, MS 등 자체등급분류사업자에게 심의를 받은 게임은, 게임위에 통보만 해주면 별도의 심의 없이 다른 플랫폼에 출시할 수 있다. (다만, 해당 게임을 다른 자체등급분류사업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에 출시하는 경우에는 해당 사업자의 자체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의 PC 버전을 출시한다든지, SIEK의 심의를 받고 출시된 PS4 게임을 나중에 PC로 출시하는 것 등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개정의 실질적인 효과는, 게임위나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를 통해 심의 받은 PC 게임을 콘솔로도 출시할 때 별도의 심의가 필요 없어지게 된 정도다. 이점을 이용해서 앞으로 PC와 콘솔로 동시에 출시되는 게임은 PC 게임으로만 심의를 받아서 PC와 콘솔 양쪽으로 출시할 수 있다. 다만, 이와 반대로 게임위나 게임콘텐츠등급분류위원회를 통해 콘솔 게임으로 심의를 먼저 받고, 나중에 PC 버전을 출시할 때는 별도의 심의가 필요하다. 

조금 길게 보면, 한국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준비하는 업체 입장에서는 게임 심의에 대한 부담을 조금 덜 수 있게 된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PC, 모바일 등 다양한 기기를 대상으로 제공되기에, 특정 게임이 어떤 기기를 기준으로 심의를 받아야 하는지를 정하기가 애매하다. 한국 게임법과 게임위 규정에는 아직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대비한 별도의 규정도 없다. 하지만 이제는 특정 게임을 PC 게임으로만 심의 받아 놓으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PC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 효과가 다른 플랫폼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한편, 앞으로 게임 플랫폼의 경계가 점점 무너지는 만큼 게임법도 어떤 게임이 한 플랫폼으로 심의를 받았을 때, 다른 플랫폼에 대한 심의 의무를 최대한 없애주는 방향으로 개정될 필요가 있다. 이런 내용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준비 중인 게임법 전면 개정안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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