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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유저의 어긋난 ‘자랑심리’가 불러온 ‘명일방주’의 ‘캐릭터 자랑’ 제재

모바일 RPG에 타워 디펜스 방식 전투를 가미한 ‘명일방주’. 이 게임은 지난 2019년 4월에 중국에 출시되어 흥행했고, 2020년 1월 16일에 한국에도 출시되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 게임은 한국에 출시된 직후에 한국에서 운영되는 공식카페 규정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바로 ‘캐릭터 자랑’ 게시글을 제재하는 규정이다. 이 규정은 말 그대로 게임에서 획득한 캐릭터를 자랑하는 게시글을 공식카페에 올리는 유저에게는 제재가 가해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바일 게임 공식카페가 이런 규정을 도입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앞뒤 사정을 잘 모르는 사람입장에서는 운영진이 이런 규정을 만든 것을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RPG를 즐기고, 해당 게임의 공식카페나 커뮤니티에서 활동했던 유저들은 이 규정의 취지를 이해했을 것이다. 바로 게임 관련 커뮤니티나 공식카페 게시판에 다양한 제목으로 올라오는 ‘자랑글’ 때문이다. (참고로, 유저들은 후술할 이유로 인해 이런 글을 올리는 행위를 ‘기만’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자랑글'을 올리는 것이 왜 문제일까? 사실, 유저들이 올리는 ‘자랑글’이 처음부터 문제가 됐던 것은 아니었다. 성능 좋고 희귀한 캐릭터를 얻은 후에, 기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 게시판에 자랑하는 글을 올리고 싶어하는 마음은 누구나 이해할 만 하다. 다른 유저들에게 축하받거나 인정받고 싶은 심리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욕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몇몇 게임은 아예 이런 유저들을 위해 ‘자랑 게시판’을 별도로 만들기도 한다.

좋은 캐릭터를 얻으면 자랑하고 싶은 것은 자연스럽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문제는 유저들이 이런 글을 올리는 방식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고, 그 결과로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이다. 글제목으로 예를 들면, ‘드디어 6성 이순신 뽑았다’라고 ‘자랑글’임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첫 뽑기에서 이 캐릭터 얻었는데 좋나요?’라며 질문 글인 것처럼 작성하고, 본문에는 자신이 얻은 6성 이순신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초보 유저의 질문에 답변을 하려는 마음으로 글을 읽은 유저 입장에서는 결과적으로 약이 오를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면, 애초에 6성 이순신이 좋은 캐릭터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이렇게 물어보는 제목을 써서 ‘돌려서 자랑하려는’ 심리가 있는 것으로 오해 받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다양한 모바일 RPG가 출시되면서, 이런 ‘돌려서 자랑하기’ 기법은 날이 갈수록 발전했다. 글의 초반부는 이 캐릭터를 정말 힘들게 얻은 것처럼 작성하고, 글의 마지막에 ‘사실은 첫 뽑기에 나왔다’라고 적는 식이다. 이렇게 ‘돌려서 자랑하는’ 글을 보면서 마음에 상처를 받는 유저들도 점점 많아졌고 이런 글에 대한 반감도 심해졌다. 심한 경우에는 이런 글 때문에 게임을 그만하겠다고 말하는 유저가 나올 정도였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어긋난 방식으로 진화해서 결국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는 지경까지 온 것이다. 한국 모바일 RPG 세계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그리고 유저들은 이런 행위(‘돌려서 자랑하는’ 글을 올리는 것, 혹은 ‘자랑이 아닌 척 하지만, 읽어보면 결국 자랑이 핵심인’ 글을 올리는 것)를 ‘기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글의 본질은 ‘자랑’인데 온갖 기술로 ‘자랑이 아닌 것처럼’ 속이려고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캐릭터 수집형 모바일 RPG 게시판이나 공식카페에 가면 ‘기만’이라는 용어가 유독 자주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글에 대한 반감이 심해진 만큼, 각 커뮤니티의 게임 관련 게시판 관리자들도 ‘기만글’에 대해 대응하기 시작했다. ‘기만글’을 올리는 유저에게 게시판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거나 아예 추방하는 식이다. 한편으로는 ‘올바르게 자랑하는 방법’을 공지사항으로 올리는 운영진도 있다.

다시 ‘명일방주’ 이야기로 돌아오면, ‘명일방주’ 공식카페는 출범할 때부터 '자랑'과 ‘기만’에 대한 강력한 제재를 선언한 것이다. 공식카페 공지사항은 “규정이 엄격하다 느껴질지도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이런 규정을 세운 이유는, 자신의 순수한 기쁨이 누군가의 게임 경험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라며 “우리는 모든 유저가 즐겁게 게임을 즐겨주길 바란다, 이 점에 대해서는 유저들이 넓은 아량으로 이해해 주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제재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너무 하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도 나오긴 했지만, 이런 조치를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유저들이 굉장히 많았다.

본 기자도 이 규정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한다. 다소 극단적인 조치이긴 하지만 지금까지 많은 유저들이 각종 게시판에서 해온 ‘기만’의 면면을 돌이켜보면, 이런 극단적인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동시에 이런 규정이 만들어질 정도로 ‘업보’를 쌓아온 유저들의 행태가 아쉽기도 하다. 자랑을 하고 싶으면 그냥 ‘자랑’이라고 밝히면 된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딱히 나쁜 것도 아니다. 그런데 온갖 방법으로 비틀고 꼬아가면서 자랑이 아닌 것처럼 만들려고 하는 그 ‘마음’을 본 기자는 아직까지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이런 소식이 다른 국가에 퍼지기라도 하면, 한국인으로써 매우 부끄러울 것 같다. 한국에서는 왜 이런 규정이 만들어졌는지를 외국 관계자들에게 설명해야 하는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니 게임이든, 기만이든 부디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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