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 전면 개정안이 공개됐다. 확률형 아이템 조항, 외국 업체의 국내 대리인 선임 조항, 자율규제 조항 등이 추가됐다. 법률 이름은 ‘게임산업법’으로 변경됐고, ‘게임물관리위원회’는 ‘게임위원회’로 변경됐다. ‘사행성 게임’, ‘중독’, ‘도박’ 같은 몇몇 용어는 삭제됐다. 새로운 법인 ‘한국게임진흥원’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는 18일 넥슨 아레나에서 ‘게임산업 재도약을 위한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게임법 전면 개정안 내용을 공개했다. 문화부는 지난 2019년부터 게임법 전면 개정안을 준비해왔다. 지금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여서 비공개 회의를 진행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전면 개정안이 처음으로 공개된 것.

게임법 전면 개정안 작업에 참가한 순천향대학교 김상태 교수는 ”기존의 게임법 이름에 ‘진흥’이라는 용어가 있지만 게임법에는 규제하는 내용도 많다. 따라서 법률 이름도 변경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 확률형 아이템, 외국 업체 국내 대리인 선임 조항 등 새로운 조항 추가

개정안에 새로 추가된 조항으로는 확률형 아이템 조항, 외국 업체의 국내 대리인 선임 조항, 자율규제 조항, 비영리 게임 등급분류 제외 조항, 한국게임진흥원 관련 조항 등이 있다. 

확률형 아이템 조항으로는 확률형 아이템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는 조항이 있고, 게임 업체가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구성비율, 획득확률을 공개해야 한다는 표시 의무 조항이 있다. 이런 표시 의무를 위반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확률형 아이템’이 최근 몇 년간 게임 업계에서 자주 이슈가 됐던 만큼, 게임법에 관련 조항을 추가한 것으로 보인다.

외국 업체의 국내 대리인 선임 의무 조항은, 국내에 주소 혹은 사업장이 없는 게임사업자가 게임이용자 보호에 관한 사항을 대리하는 자(국내 대리인)를 서면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모든 외국 업체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고 게임 이용자 수와 매출액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업체에 적용된다. 이는 외국 게임 업체들이 한국에서 각종 편법이나 꼼수를 사용하며 한국법을 어기거나 시장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제재하자는 취지로 보인다.

자율규제 관련 조항은 일종의 ‘선언 규정’이다. 개정안 제77조는 게임산업협의체(게임사업자, 게임산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는 국가기관과 지방정부의 공무원 등으로 구성)가 스스로 게임 행동강령을 정하여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다만 자율규제의 주체를 공무원이 포함된 조직으로 규정하기보다는 게임산업협회로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한, 자율규제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비영리게임 등급분류 제외 조항은 근거를 보다 확실하게 만들자는 취지로 추가됐다. 이미 게임법 시행령 제11조의3이 비영리게임 등급분류 제외를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규정은 ‘주전자닷컴’ 사태가 일어난 후에 문제 해결을 위해 문화부가 시급하게 추가한 것이었다. 같은 내용이 게임법 개정안에도 추가되면, 비영리 게임의 등급분류 의무를 면제하는 보다 명료한 법적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기구인 ‘한국게임진흥원’을 설립하는 조항도 추가됐다. 한국게임진흥원은 정부가 게임문화 및 게임산업 진흥과 발전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법인이다. 개정안은 정책 연구, 통계 작성, 전문 인력 양성, 기술개발 기획, 해외진출 지원, e스포츠 활성화, 창업 지원, 자료 수집 등의 활동을 하도록 규정했다. 다만, 이 법인을 설립하고 운영하기 위한 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관건으로 보인다.

■ 강제적 셧다운제 및 아케이드 게임 등급 조항 변경, 몇몇 용어 변경

게임법 개정안에서 변경된 내용으로는 ‘강제적 셧다운제’(16세 미만 청소년에게 0~6시 사이에 인터넷 게임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는 제도) 관련 조항, 아케이드 게임물 등급 조항, 게임물관리위원회 관련 조항 등이 있다.

게임법의 ‘강제적 셧다운제’ 관련 기존 조항은 문화부 장관의 역할이 좀 더 강조됐다. 기존에는 여성가족부 장관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적용받는 게임의 범위를 정할 때 문화부 장관과 협의하도록 되어있었지만, 개정안은 ‘문화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고 변경됐다.

아케이드 게임(업소용 게임)은 이용등급이 좀 더 세분화됐다. 기존에는 전체이용가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만 있었지만, 개정안은 전체이용가,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청소년이용불가 등급 이상 4가지 등급을 규정했다. 다만, 아케이드 게임을 다루는 업소에서 사업주가 12세와 15세를 구분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이름은 ‘게임위원회’로 변경됐다. 전반적으로 보면, 등급분류보다는 사후관리 업무에 더 중점을 뒀다. 또한, 기존 업무에 사후관리 관련 조사 및 연구 기능, 국제교류협력 업무가 추가됐다.

이외에 ‘게임물’이 ‘게임’으로 변경됐고 ‘게임물관리위원회’가 ‘게임위원회’로 변경되는 등 몇몇 용어와 이름이 변경되거나 표현이 순화됐다. ‘게임’이 무엇인지 정의하는 조항의 구체적인 내용도 변경됐다. ‘중독’, ‘도박’, ‘사행성 게임’ 같은 용어는 아예 삭제됐다.

게임법 전면 개정안 작업에 참가한 순천향대학교 김상태 교수는 “게임법 전면 개정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규제는 하되, 게임 산업을 저해하는 방향이 아닌,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개정안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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