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엇게임즈가 ‘발로란트’를 올여름 선보이겠다고 공표했다. 근미래 시대를 배경으로 초인들의 전투를 다룬 FPS 장르 게임이다.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 10주년 행사장에서 ‘프로젝트 A’로 발표한 신작이다.

공개된 스크린샷과 플레이 영상은 LoL과 비슷한 특징을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장르적 특성이 다른 만큼 차이점도 눈에 띈다. 이런 특징을 하나씩 비교해 보자.

‘발로란트’는 총 10명의 유저가 두 팀으로 나뉘어 폭탄을 설치하고, 이를 저지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후 공격과 방어를 나누어 24라운드의 공방으로 승패를 가른다. 라이엇 측은 총 24라운드라고 표현했지만, 전투 결과에 따라 이보다 적은 수의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A팀이 처음부터 끝까지, 12라운드를 모두 승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넥서스를 파괴하는 것이 목표인 LoL과 비슷하지만 다른 경험(UX)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LoL이 팀원과 협력해 목표를 향해 탑을 쌓는 과정이 즐길 거리라면, 발로란트는 탑을 뺏고 빼앗는 다양한 전투가 즐길 거리라 할 수 있다. 이는 LoL보다는 고전적인 FPS 혹은 슈터와 가까운 경험이다.

플레이 시간은 20~40분으로 LoL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FPS 게임의 한 라운드(1회 전투)는 1~3분 가량으로 결판이 나게 밸런싱한다. 여기에 공수 교대를 위한 정보 알림, 준비상황 등의 부가시간을 추정하면 플레이 타임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정식 론칭 버전에서는 보다 가벼운 게임모드가 등장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캐릭터는 LoL처럼 스킬 기반으로 디자인됐다. 영상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무기와 별개로 다양한 초능력을 사용한다. 나이프를 공중에 띄워 날리거나, 안개를 설치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를 얼마나 적재적소에 사용하는지가 게임 플레이에 크게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LoL의 핵심인 챔피언 숙련도와 스킬활용과 같은 특징이다.

그래픽의 완성도도 비슷한 점이 많다. 현재 공개된 발로란트의 스크린샷과 영상이 최고 품질 옵션이라 가정하면, 디테일이나 표현의 섬세함 등은 생략하거나 간소화된 점이 눈에 띈다. 2D에 가까운 텍스쳐와 투박한 오브젝트다. 이는 낮은 사양의 PC에서도 원활한 플레이를 보장한다. 낮은 사양으로 세계 여러 지역으로 확산된 LoL 서비스 초기의 모습과 닮았다.

출처=발로란트 홈페이지 캡쳐

라이엇게임즈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10년 전 나온 저사양 컴퓨터 대부분에서 초당 30프레임(FPS), 최신 PC(게임 장비)에서 60~144프레임을 구현했다”라며 “세계 곳곳에 분산된 주요 도시 유저에게 35ms(반응속도) 미만 환경을 제공하는 데이터센터와 넷코드를 제공하겠다”라고 밝혔다. 특히 초당 프레임은 결과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인 만큼, 좋은 환경을 갖출수록 승률은 올라간다.

10년 전 PC 사양은 특정하기 어렵다. 대략적인 시점은 인텔 CPU기준으로 2세대 코어 i시리즈가 발매될 무렵이다. 현재 사무용 컴퓨터에 가까운 사양과 비교되는 수준이다. 또, PC보다 스펙이 낮은 콘솔(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 스위치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도 보인다. 단, 3D 그래픽 처리 속도라는 변수는 남아있다.

핵 프로그램 방지에 대해서는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했다. 론칭 전 공식 발표 단계에서 전장의 안개 시스템, 서버에서 실행되는 게임플레이, 독자적인 감지 시스템 등을 초기 단계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공개했다. 선제 대응에 가까운 조치다.

이는 FPS게임의 흥행이 핵 프로그램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FPS는 개발과 사용하는 리소스의 특징상 많은 취약점을 품기 일쑤다. 대부분의 게임은 상용 3D 엔진을 사용하며, 취약점을 공유한다. FPS는 게임엔진을 원형에 가깝게 사용하는 편이라 약점이 뚜렷하다.

또, 빠른 연산과 처리를 위해 게임에 필요한 데이터 처리 일부분을 PC가 관리한다. 서버가 처리하는 일은 적은 편이다. MMO 방식의 다른 게임보다 취약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FPS 게임의 특징을 도입한 많은 게임이 서비스 초반 핵 프로그램으로 몸살을 앓는다.

EA의 ‘에이펙스 레전드’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게임은 배틀로얄과 하이퍼 FPS 특유의 자유로운 공간이동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반면 핵 프로그램이 빠르게 확산되는 과정에서 대응에 실패해 인기가 시들해졌다. 라이엇이 게임을 정식으로 소개하는 상견례 자리에서 유독 자세하게 핵 프로그램 대응 방안을 소개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016년 8월 31일 리그오브레전드 핵 방지 시스템 데마시아 업데이트 공지. 발로란트의 핵 프로그램 방지 솔루션도 이와 비슷한 스펙일 것으로 추정된다(출처=리그오브레전드 홈페이지 캡쳐)

전장의 안개는 유저 시야를 좁히는 일종의 안전장치다. 적이 시야에 들어오기 전까지, 적의 위치를 생략한다. 적과 가까워지기 전에는 존재 자체가 없는 것으로 취급되니, 기존의 방식으로는 위치 특정이 어렵다. 적 위치에 대한 데이터는 유저 PC가 아닌, 서버에서 관리하는 방식으로 추정된다. 램(RAM)과 게임 데이터를 엿보는 핵 프로그램을 원천차단하는 방식이다. 단, 대규모 서비스 환경에서 오브젝트의 표현에 따른 순간적인 렉 발생 등의 문제가 우려되며, 이에 대한 대비책이 갖춰졌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주목할 점은 독자적인 감지 시스템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다. 단, LoL의 핵 감지 프로그램 데마시아를 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oL은 큰 사랑을 받는 게임인 만큼 많은 핵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이는 인기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문제였다. 라이엇게임즈를 이를 막기 위해 데마시아 시스템을 선보였고, 성공적으로 핵 프로그램을 퇴치하는 사례를 썼다. 이를 개량, 업그레이드 한 시스템이라면 발로란트 역시 큰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아직 발로란트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이나 플레이 시점의 장단점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10여년간 LoL을 통해 쌓은 노하우와 철학이 반영된 신작인 만큼, 분명히 기대감은 높다. 올여름 새로운 전장으로 게임 유저를 초대할 발로란트가 어떤 매력을 뽐낼지 기대한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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