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 X.D. 글로벌이 최근 모바일 게임 ‘디비니티 사가’를 한국에 출시했다. 그런데 이 게임 약관이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의 청약철회 조항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다. X.D. 글로벌은 지난 2월 말에 모바일 게임 ‘캐러밴 스토리’ 테스트를 실시했을 때도 같은 위반 행위를 저지른 바 있다. 게다가 ‘제5인격’, ‘얼티밋 스쿨’ 등 X.D. 글로벌이 한국에 서비스하는 다른 모바일 게임들의 약관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수정되지 않고 있다.

문제가 되는 약관 내용은 바로 청약철회 부분이다. 전자상거래법은 통신판매(온라인 게임 아이템 구매나 인터넷 쇼핑몰 구매 등)로 구매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7일 이내에 물건을 반납하고 대금을 환급받을 수 있는 제도인 청약철회를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 지침’에는 청약철회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하는 구체적인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은 ‘사업자가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을 임의로 축소해서 안내하는 것’이다.

그런데 ‘디비니티 사가’ 약관의 청약철회 조항은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을 7일 이내가 아니라 ‘2일 이내’라고 규정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사업자가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을 임의로 축소해서 안내하는 것’에 해당한다. 정리하자면, 이런 약관을 소비자에게 안내하는 것은 전자상거래법의 청약철회 조항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이다.

X.D. 글로벌이 청약철회 규정을 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에 테스트를 실시한 ‘캐러밴 스토리’의 약관도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을 ‘2일 이내’로 안내하며 청약철회 규정을 위반했다. 그리고 X.D. 글로벌이 한국에 서비스 중인 ‘제5인격’, ‘얼티밋 스쿨’ 등 다른 모바일 게임의 약관도 같은 위반을 저지르고 있다.

본 기자는 지난 2019년 7월에 X.D. 글로벌이 한국에 서비스하는 모든 모바일 게임들이 청약철회 조항을 위반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한 바 있다. 그리고 X.D. 글로벌과 즈룽게임이 한국에 공동으로 출시한 ‘랑그릿사’도 같은 위반을 저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기사가 나간 후에 약관이 수정된 게임은 ‘랑그릿사’가 유일했다. X.D. 글로벌이 한국에 서비스하는 다른 모바일 게임들의 약관은 수정되지 않았다.

그리고 X.D. 글로벌은 지금까지도 한국에 신작을 출시할 때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을 ‘2일 이내’로 규정하는 약관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게임들은 물론이고 신작을 출시할 때도 계속 전자상거래법 청약철회 조항을 지속해서 위반하는 것이다. 약관을 수정하는 것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2일 이내’라는 문구를 ‘7일 이내’라고 수정하면 간단하게 해결된다. 이렇게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조차도 제대로 점검하지 않고 한국에서 계속 사업을 하는 것이다.

이 정도면 X.D. 글로벌은 한국에 모바일 게임을 출시하면서 청약철회 조항을 상습적으로, 지속적으로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렇게 상습적으로 관련 법률을 위반한 업체를 조사할 수 있고 시정명령, 공표명령을 내리거나 과태료, 과징금 등을 부과할 수 있다. 실제로 다수의 한국 게임업체도 공정거래위원회에게 다양한 제재를 받았었다.

하지만 X.D. 글로벌은 외국 업체이고, 한국에 사업장이 없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외국에 있는 업체를 조사하거나 제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즉, X.D. 글로벌이 이렇게 상습적으로 한국 법률을 위반해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이 정도면 한국 게임 업체 입장에서는 역차별을 당한다는 생각이 들 만하다. 이런 문제의식 때문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도 외국업체의 국내 대리인 선임 조항이 들어가긴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조항 만으로는 실효성을 확보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이런 사례가 하나 둘 누적되면, 외국 업체들이 한국 모바일 마켓에서 점점 더 많은 꼼수와 부당행위를 저지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한국 유저들도 피해를 입고, 한국 게임 업체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역차별을 당하게 된다. 이런 문제가 더 심각해지기 전에 뭔가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본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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