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수첩
[기자수첩] 3년 넘게 지속된 중국의 한한령이 가져온 안타까운 결과

중국의 ‘비공식’ 한한령이 시작된 지 3년이 넘었다. 초기에는 ‘언젠간 열리겠지’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지만, 이제는 당장 내일 중국 수출길이 열린다 하더라도(언제 열릴지는 아직도 기약이 없지만) 한국 게임이 성공하기가 매우 힘든 환경이다.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국 문화 콘텐츠는 중국에서 명맥이 거의 끊어졌고, 대체재로 선택된 일본 콘텐츠가 중국에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국 게임 업체들의 모바일 게임 개발력도 지난 3년간 급격하게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비공식 한한령을 시작한 것은 2016년 8월부터였다. 한국 정부가 2016년 7월에 종말 고고도 지역 방어 체계(이하 ‘사드’)의 한국 배치를 발표하자, 8월에 바로 대응한 것.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한국 연예인들이었다. 중국 일정이 갑자기 취소되거나 중국 업체와의 계약이 갑자기 해지됐다는 기사가 쏟아졌다. 그리고 이 시기에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 한국 연예인들의 중국 활동 및 대규모 공연 금지, 한국 연예 기획사에 대한 투자 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문서를 중국 방송사 및 연예 기획사에 전달했다는 내용의 기사도 나왔다. 중국의 ‘비공식’ 한한령은 이렇게 시작됐다.

그렇다면, 중국 게임 산업에서 한한령이 시작된 것은 정확하게 언제라고 볼 수 있을까? 일단, 2016년 7월 말에 열린 차이나조이 2016에서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2’를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 ‘리니지2: 혈맹’이 스네일게임즈 부스에 전시됐다. 이후에 이 게임은 중국에서 정식 출시됐고 지금까지 서비스되고 있다. 그리고 2017년 2월에 네오플이 개발하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외자판호를 받았다. 2017년 2월까지만 해도 중국 정부는 한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에 외자판호를 내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마지막이었다. 2017년 3월부터 지금까지 한국 업체가 개발한 게임이 외자판호를 발급받지 못하고 있다.

즉, 외자판호를 기준으로 보면 중국 게임 산업에서 비공식 한한령은 2017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한국 게임에 대한 외자판호가 발급되지 않은지도 어느새 3년이 됐다. 판호를 받지 못해서 중국 출시를 못 했거나 못하고 있는 게임 중에 유명한 게임으로는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리니지2: 레볼루션’, ‘검은사막’(PC)이 있다.

2009년부터 2019년까지 외자판호를 받은 한국 게임 개수(사진=니코 파트너스 보고서)

중간에 한국 게임을 소재로 중국 업체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에 대한 내자판호가 발급된 적은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게임들을 둘러싸고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에서 ‘이 게임을 소재로 개발된 게임이 중국에서 내자판호를 받았다’라는 기사가 나오자, 해당 게임이 중국에서 출시된 후에 제대로 서비스되지 못하고 종료된 적도 있었다. 내자판호라는 영역에서도 ‘한국과 관련이 있는 게임이다’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이렇게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자 한국 업체와 중국 업체들은 계약을 체결하면서도 몸을 ‘극도로’ 사렸다. 대표적인 사례는 펄어비스가 ‘검은사막 모바일’의 중국 계약 체결 사실을 공시하면서 중국 업체를 밝히지 않은 것이다. (정확하게는, 양사가 비밀 유지 조항을 체결해서 밝힐 수가 없었다.) 주식 시장에 상장된 게임 업체가 중국 계약을 체결한 것은 당연히 좋은 소식이다.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보통이고, 계약금까지는 공개하지 않더라도 계약을 체결한 업체 이름 정도는 공개한다. 하지만 양사는 기업 이름에 대해 비밀 유지 조항을 걸었다. 이는 나중에 ‘검은사막 모바일’이 중국에서 출시될 때, 뭔가 ‘석연치 않은 일’이 발생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비공식 한한령이 장기화되면서 중국 문화 산업에서 한국 콘텐츠의 점유율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한령이 나오기 전만 해도 한국 드라마, 한국 노래, 한국 게임은 중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각 문화 산업의 중국 수출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인해 이런 좋은 흐름이 순식간에 끊어졌다. 이후에 각 문화 산업의 중국 수출 규모는 급격하게 감소했다.

게임 산업은 크게 보면 문화 산업의 일부이기에 영화, 드라마 등의 영향도 간접적으로 받는다. 그런데 2016년 8월부터 한국 드라마와 한국 연예인을 중국 방송에서 갑자기 볼 수 없게 됐다. 한국 영화도 사정은 비슷했다. 2017년 초부터는 이런 조치가 대대적으로 확장됐다. 갑자기 사라진 한국 콘텐츠의 자리를 차지한 것은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중심으로 한 일본 콘텐츠였다. 그리고 한한령이 점점 길어짐에 따라서 일본 콘텐츠들은 중국에서 점점 점유율을 높여갔다.

이런 결과는 게임 산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9년 기준으로 중국이 발급한 외자판호에서 일본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한,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일본 유명 작품을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 중국에서 많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9년에 출시된 모바일 게임 ‘드래곤볼 최강지전’과 ‘슬램덩크 관람고수’다. 이런 경향은 2020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즉, 한한령이 3년 넘게 지속되면서 일본 콘텐츠가 한국 콘텐츠가 차지했던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가져간 것. 이런 와중에서도 살아남은 것은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미르의 전설2’ 같이 ‘국민 게임’ 반열에 오른 게임들 정도다.  

정리하자면, 한한령이 3년간 지속되면서, 한국 문화 콘텐츠는 중국에서 설 자리를 상당 부분 잃어버렸다. 중국 게임 산업에서 한한령이 언제쯤 사라질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 당장 사라진다고 하더라도 한국 게임들이 다시 예전 같은 인지도와 인기를 얻을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중국 모바일 게임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한국 관련 IP나 한국 관련 콘텐츠는 상당수가 맥이 끊겼기 때문이다. 지금도 이 정도인데, 앞으로 한한령이 2~3년 정도 더 지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때가 되면 ‘중국몽’을 꿈꾸는 한국 게임 업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한한령과 점점 더 심해지는 중국 정부의 게임 규제, 그리고 중국 업체들의 개발력 상승. 이런 사실을 종합해서 냉정하게 판단하자면, 넥슨 같은 몇몇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게임 업체에게 중국 시장은 더 이상 ‘기회의 땅’이 아니다. 언제 열릴 것인지 알 수 없는 시장이며, 행여나 열린다고 해도 도전해서 성공할 확률이 까마득하게 낮아진 ‘험지’일 뿐이다. 3년 넘게 지속된 한한령이 한국 게임 업계에 가져온 안타깝고 씁쓸한 결과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저작권자 © 게임뷰,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창훈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