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라이엇게임즈

“결승전을 시작~~~~하겠습니다!”

전용준 캐스터의 힘찬 목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관중석은 고요했다. 2020 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결승전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사상 초유의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함께 기뻐하고, 안타까워하며 즐기기에 온라인 중계는 무언가 허전했다.

경기와 리그를 진행한다는 큰 목적은 달성됐다. 하지만 e스포츠의 진짜 가치인 함께하는 즐거움이 빠져 아쉬움이 남는다. 실제로 이번 LCK 결승은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결승전의 현장감을 느낄 수 없었다. 위기 상황을 팬들의 응원으로 역전하는 일도 없었다. 팬과 선수들의 거리가 가까운 e스포츠만의 매력이 빠졌고, 빈자리는 컸다.

e스포츠는 프로 스포츠 종목 중에서도 팬 서비스에 각별히 신경 쓰는 종목이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과 팬이 만나는 팬 미팅이 곧바로 진행된다. 현장 취재를 나가면 한겨울 선수들과 짧은 인사, 사진 한 장을 남기기 위해 추운 겨울 날씨를 버티는 팬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그만큼 팬들의 사랑은 대단했고, 선수들과 게임단도 이에 응하는 문화가 형성됐다.

LCK를 주최하는 라이엇게임즈코리아는 이를 배려해 서울 종로구 롤 파크(LoL PARK)에 경기장과 함께 팬서비스 공간을 마련했다. 서울 중심지의 끔싸라기 땅에 e스포츠 팬과 선수를 위한 공간이 자리했다. 종목사가 이렇게나 신경 쓰는 의식(?)이 빠져 결승전이 어색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우승팀 T1은 결승전 회식 자리를 인터넷 방송으로 생중계하며 소통을 시도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LCK 결승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앞으로 여러 e스포츠 대회 혹은 리그가 온라인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될 날을 기다리며 그야말로 ‘존버(존재감 있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라이엇게임즈를 포함한 펍지주식회사(PUBG),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넥슨 등 종목사는 저마다의 해결책을 내놓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중이다.

다시 말하지만 팬서비스는 e스포츠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재미다. 급하게 꾸려진 온라인 대회는 팬 서비스를 대체할 방법을 찾는데 소홀했다. 하지만 e스포츠가 팬과 선수들의 열정,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성장했다는 사실만은 잊으면 안 된다.

선수이자 공동 구단주로 활동 중인 T1 ‘페이커’ 이상혁은 이런 사실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그는 우승 인터뷰에서 “힘든 시간을 버티며 함께해준 팬들을 칭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많은 우승 경험과 경력을 쌓은 상징적인 인물이기에 별다른 것 없는 한마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준비 시간을 확보한 지금이야말로 e스포츠다운, 게임다운 즐거움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전 세계와 기존 스포츠 시장의 눈이 e스포츠로 쏟아진 이때, 훌륭한 경기와 팬 서비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가치는 더 높아질 것이다. 함께 즐기며, 소통하고, 상호작용을 통해 재미를 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다행히도 기술의 발전은 많은 온라인 소통 방법을 만들어냈다. 이를 하나씩 점검하며 팬에게 다가서는 e스포츠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함께 즐기는 e스포츠의 매력을 보여줄 때가 왔다.

서삼광 기자  seosk@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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