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 ‘랑그릿사’가 한국에 출시된 지 1년이 됐다. 지난 1년을 돌아보면 매출은 꽤 높았지만, 그에 걸맞은 운영을 보여주지 못했다. 출시 직후부터 청약철회 규정을 지키지 않아서 논란이 됐었고, 이후에는 적절하지 않은 번역과 각종 유료 아이템 오류로 유저들의 원성을 샀다. 모바일 버전과 연동되는 PC 버전을 배포했을 때는 게임물관리위원회에 통보만 해주면 되는 아주 간단한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랑그릿사’는 1990년대에 출시됐던 콘솔 게임 ‘랑그릿사’ 시리즈를 소재로 개발된 모바일 게임이다. 중국 게임 업체 즈룽게임이 개발했고, 지난 2018년 8월 중국에 출시된 후에 앱스토어 매출 2~10위를 오르내렸을 정도로 흥행했었다. 이후에 대만과 일본에도 출시됐고 영어로 된 글로벌 버전도 따로 출시됐다.

한국에서는 지난 2019년 6월 4일 즈룽게임과 X.D. 글로벌이 공동으로 ‘랑그릿사’를 출시했다. 당시에 넷마블의 기대작이었던 ‘일곱 개의 대죄’와 함께 출시되어 주목을 받았다. ‘랑그릿사’는 출시 직후에 구글플레이 매출 순위권에 진입했고, 매출 상위 10위에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가장 잘나갈 때는 구글플레이 매출 2위, 앱스토어 매출 1위를 찍었다. 그 당시 기준으로는, 중국 모바일 게임이 구글플레이 매출 2위를 찍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렇게 ‘랑그릿사’는 양대 마켓 매출 최상위권에 오르면서 한국 게임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하지만 이런 매출에 걸맞은 운영을 보여주진 못했다. 일단, 출시 직후부터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전자상거래법)의 청약철회 규정을 어겼다. 전자상거래법은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을 '구매 후 7일'로 규정하는데, ‘랑그릿사’ 약관은 이 기간을 ‘구매 후 2일’로 제한한 것이다.

이렇게 사업자가 청약철회 기간을 임의로 축소해서 안내하는 것은 대표적인 ‘청약철회 방해행위’이며, 명백한 전자상거래법 위반이다. 본지가 이 내용을 다룬 기사를 올리자, ‘랑그릿사’ 공식카페에는 게임 약관을 변경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이외에도 ‘랑그릿사’ 약관의 몇몇 내용과 환불관련 규정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은 ‘첫 결제는 환불 불가’ 같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약관이나 정책에 대해서는 별다른 시정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구글플레이 매출 2위까지 찍은 게임이었다는 점에서는 매우 아쉬운 대처였다.

PC 버전을 배포했을 때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게임법) 조항을 어기기도 했다. 모바일 게임과 동일한 내용의 PC 버전를 배포하는 경우에는, 심의를 받을 의무는 없지만, 게임물관리위원회에 해당 내용을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PC 버전을 배포하는 X.D. 글로벌은 이런 간단한 규정도 지키질 않았다.

게임과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았었다. 가장 먼저 터진 것은 부적절한 번역과 맞춤법 오류였다. 출시 초기에는 번역과 관련된 문제가 많지 않았는데, 출시되고 3개월 정도가 지난 시점부터는 번역의 품질이 갑자기 떨어졌고, 맞춤법 오류도 상당히 많아진 것. ‘칠흑의 송곳니’를 ‘칠흙의 송곳니’라고 한다든지, ‘의외로’를 ‘이외로’라고 하는 식이었다. 

어색한 번역으로는 ‘어둠 의지(세력)의 집합’, ‘계정이 다른 설비(기기)에 로그인되어 있다’ 등이 있었다. 이외에도 어색한 번역이 너무 많아서 유저들이 이를 정리한 글이나 영상이 각종 커뮤니티에 퍼졌다. ‘멀쩡한 게임을 번역이 망치고 있다’라는 반응마저 나올 정도였다.

유료 아이템에 대한 오류도 연이어 터졌다. 업데이트 직후에 새로 추가된 유료 아이템에 대한 설명이 잘못되어 유저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었고, 특정 아이템이 확률형 아이템에서 아예 나오지 않는 오류가 발생한 적도 있었다. 두 경우 모두 유료 아이템과 관련된, 꽤 심각한 문제였다. 큰돈을 소모한 유저 입장에서는 업체로부터 눈뜨고 사기를 당한 기분이 들었을 법한 상황이었다. 

이런 오류가 발생한 이후에는 사과 공지와 보상이 이어지곤 했다. 하지만 보상안이 유저들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수준인 경우가 많아서 오히려 유저들의 화를 더 부추겼다.

‘랑그릿사’의 이런 오류와 대처를 굴지의 한국 게임 업체의 모바일 게임 운영과 비교하면 너무나 부족하다. 그나마, 즈룽게임은 한국 시장에 대한 배경지식이 부족해서 그럴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공동 서비스사인 X.D. 글로벌은 이미 ‘소녀전선’을 포함해서 한국에서 다수의 모바일 게임을 서비스한 경험이 있다. “잘 몰랐다”라고 하기에는 한국에서 너무나 많은 경험을 쌓은 업체다. ‘랑그릿사’ 한국 서비스 2년 차에는 이런 일이 대폭 줄어들고, 조금 더 매끄러운 운영을 선보여주기를 바란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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