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예고했다. 지난 2019년 9월에 영국 의회의 디지털문화체육미디어스포츠 위원회(이하 디지털문화위원회)는 영국 정부에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영국 디지털문화미디어스포츠부(이하 디지털문화부)는 최근 확률형 아이템과 도박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게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소비하는 것과 도박과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에 해당하는지 등을 조사하겠다는 것이다. 디지털문화부는 조사를 위해 이와 관련된 각종 증거를 수집하는 활동을 포함해서 앞으로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겠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영국 디지털문화부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2019년 9월 영국 의회의 디지털문화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규제해야 한다고 영국 정부에 권고한 것에 대한 반응이다. 디지털문화위원회는 게임 업체가 청소년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해야 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 관련 법률로 규제해야 한다고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런 권고는, 디지털문화위원회가 2019년 초부터 ‘과몰입과 중독을 일으키는 기술’이라는 주제로 게임과 소셜 미디어에 대해 조사하고 내린 결론이었다. 당시에 데미언 콜린스 디지털문화 위원장은 “만약 영국 정부가 이번 보고서를 보고 나서도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면, 구체적으로 왜 그렇게 판단했는지를 문서로 공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도박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 자체가 법적으로 도박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한다. 다만, 아이템현금거래중개사이트를 통해서 게임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것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인해 게임을 즐기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영국 정부의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영국 디지털문화부 캐롤라인 다이네니지 장관은 성명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평소보다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라며 “이런 시기에 유저들을 보호하고 안전한 환경에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영국 정부의 본격적인 조사는 2020년 하반기부터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조사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일단, 지금의 분위기로 보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가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더 나아가서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 업체에게 영국에서 도박 관련 허가를 받도록 강제하는 규제가 추가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런 과정에서 영국의 도박 관련 법률이 개정되거나 부분적으로 개편될 수도 있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유럽과 미국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다양한 지적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벨기에 도박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으로 간주했다. 그 결과 벨기에에서는 ‘오버워치’ 등 몇몇 유명 게임이 수정됐고, 일부 모바일 게임은 아예 서비스가 종료됐다. 네덜란드 도박위원회는 확률형 아이템이 사실상 거래가 되는 경우에는 도박에 해당한다고 판단했고, 몇몇 게임에 수정 조치를 하라고 전달했다. 그 이후에 영국 의회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이 도박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미국에서는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고, 확률형 아이템을 포함한 유료 아이템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김창훈 기자  changhoon8@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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