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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도 부족한 심리적 불편함,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 주의 : 본문에는 게임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3년 너티독이 선보인 '더 라스트 오브 어스'(이하 라오어)는 좀비 곰팡이의 등장으로 눈앞에서 딸을 잃은 아버지와 면역력을 가진 소녀의 처절한 미국 횡단 여행기를 그린 액션 어드벤처 게임이다. PS3의 황혼기에 출시됐지만 게임성, AI, 스토리 모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GOTY(올해의 게임)에 선정됐다. 

워낙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게임이기에 후속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는데, 2016년에 '파트 2'로 명명된 라오어의 후속작이 공식 발표된다. 올해 PS5의 출시가 예정된 가운데 2020년 6월 19일 출시된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2)는 전편과 같이 PS4의 황혼기를 마무리하는 게임이 됐다. 

PS4의 마지막을 장식하러 내가 왔다.

 

■ 극과 극으로 달리는 매체와 게이머의 평가 

여기에 메이저 맛 칼럼니스트들이 극찬한 미슐랭 3스타 음식점에서 만든 새로운 음식이 있다. 확실히 비주얼도 괜찮고 냄새도 입맛을 자극한다. 게다가 이미 미슐랭 스타를 받은 음식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한다. 일부지만 공개된 레시피를 보니 훌륭한 재료들도 많이 들어가 있다. 의심할 여지는 없다. 

판매 당일, 바로 먹기 위해 예약을 하고 가장 먼저 맛을 봤는데 뭔가 이상하다. 처음 맛보는 맛이니 다 먹어보면 극찬한 이유가 납득될 거라며 꾸역꾸역 그릇을 비웠는데 결론은 불쾌했다. 혹시 내 입맛에만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해 커뮤니티를 보니 대다수가 불쾌함을 느끼고 있다.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니 맛집 블로거들과 미슐랭 3스타 쉐프는 ‘맛을 잘 모르는군! 의도한 것인데 모르겠어? 다시 생각해봐!’ 라고 한다. 유명 게임 커뮤니티와 웹진의 게시판은 라오어2의 출시 직후부터 지금까지도 매우 시끄러운 상황이다. 

제대로 한방 먹은 게이머의 모습

보통 게임이 출시되면 완성도와 재미,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가 활발하게 발생하고 이후 게임에 담긴 콘텐츠를 공략하기 위한 정보 교류로 이어지며 게임의 생명력이 커뮤니티로 넘어간다. 그런데 라오어2의 반응은 음식을 예로 든 것과 같이 매체는 축배를 올렸으나 게이머들은 장례식을 치른 분위기다. 

게이머들은 울고 있다

 

■ 초반부터 시작되는 불편함

전편의 스토리는 눈앞에서 친딸을 잃은 상실감으로 밀수업자의 삶을 살아가던 '조엘'이 바이러스 면역력을 가진 '엘리'를 만나며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엘리도 결국 자신과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가족, 즉 '라스트 오브 어스'를 찾게 된다는 내용이다. 

바이러스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유일한 기회를 날려버린 상황이긴 했지만, 대다수의 게이머에게는 이보다 좋을 수 없는 완벽한 마무리로 기억되었다. 이런 게임의 후속작에 대한 기대는 당연하다 본다. 

기대치를 올리는 엘리의 기타 연주

프롤로그의 상황만 보자면 기대는 의문으로 바뀐다. 시작하자마자 30분도 지나지 않아 주인공과 절친의 불편한 우정을 보여주며, 프롤로그 막판 전편의 히어로인 조엘을 아무런 맥락도 이유도 없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잔인하게 퇴장 시켜 버린다. 

게임이 영화와 다른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에 대한 감정 이입이 훨씬 크다는 점인데, 전편에서 조엘의 희로애락을 모두 경험한 게이머에겐 충격적이며 원치 않은 전개다. 라오어2의 스토리 전개 방식은 초반에 아무도 예상 못 한 극적인 연출로 충격을 준 후 이를 해소시켜 가는 것이나, 그 충격이 너무 과했고 굳이 없어도 될 납득되지 않는 장면이 포함돼 있기에 불편한 것이다. 

전편의 주인공을 처음부터 지워버리는 극적인 전개

 

■ 불쾌감을 넘어 분노로~ 

어쨌든 간에 의문이 생겼으니 해소가 되어야 하는데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불편함을 넘어 불쾌함이 느껴진다. 먼저 주인공인 엘리의 복수극인 줄만 알았던 게이머는 플레이 중반부터 종반까지 증오의 대상인 애비를 플레이해야 한다. 조엘을 급발진 퇴장시킨 애비의 입장이 되는 것도 납득하기 힘든데 증오의 대상이 엘리이니 환장할 노릇이다. 

최대한 이성적으로 생각해 조엘의 복수를 위해 향한 엘리의 행동이 애비의 입장에서 보면 나쁠 수도 있다. 그런데 전작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가족'이라는 메시지를 이끌어낸 조엘과 엘리를 라오어2에선 애비의 입장에서 보라는 것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불편한 상황은 끊임없이 이어진다

애비의 입장으로 플레이를 한 것도 힘들었는데 마지막 결정타로 주인공은 엘리라며 마무리 플레이를 해야 한다. 대다수의 게이머는 여기서 불쾌함이 분노로 바뀔 수밖에 없다. 종합하자면 라오어2는 시종일관 게이머에게 하기 싫은 일을 하라고 강요한다. 

본 리뷰에서는 굳이 다루지 않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사상을 굳이 이스터 에그처럼 집어넣어 이에 대한 지탄도 함께 받고 있다. 라오어2가 증오와 복수라는 테마를 제대로 표현한 것은 인정하나 게이머가 느끼는 감정은 불쾌함과 분노일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은 게이머가 괴롭다


■ 스토리와 사상을 걷어내면 GOTY

그렇다면 라오어2의 게임으로서의 완성도는 어떠할까. 스토리와 전개 방식이 너무 충격적이다 보니 라오어2의 모든 것이 좋지 않게 보이는 것이지, 0과 1의 디지털로 이뤄진 제품으로의 완성도만 보자면 만점을 줘도 모자라지 않다. 

전편이 액션 어드벤처 게임의 표준을 보여줬다면, 라오어2는 완성형에 가깝다. 그래픽과 사운드, 레벨 디자인, 전투/성장 시스템, 적 AI 등 모두 흠잡을 곳이 없다. 

근접전투의 리얼리티는 100점 만점

스토리가 불편할 뿐이지 PS4의 성능을 최대한 쥐어짜낸 듯한 그래픽과 연출 퀄리티는 단점을 찾기 어렵다. 아이템 파밍과 퍼즐들도 플레이 동선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 플레이 흐름을 끊지 않는다. 

게임에 혹평을 하더라도 해보고 하자는 라오어2 경험자 대부분 아이러니하게도 애비 파트의 플레이 재미는 인정하는 편이다. 불쾌해서 하고 싶지 않지만 정신 차려보니 트로피를 따려고 3회차를 하고 있다는 게이머들도 다수 있다. 

이놈들이 다가올 때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다

 

■ 미래의 평가는 바뀔 수 있을까?

미술 작품, 음악, 영화 등은 간혹 시대를 앞서간 생각과 세계관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콘텐츠들이 현대에 와서 재조명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게임의 경우 그런 경우가 극히 드물었다. 

아무리 시나리오가 뛰어나고 해당 시기에 대중의 설득이 어려운 소재를 가졌던 게임이더라도, 비주얼이나 시각적으로 높아져 버린 현재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역으로 호평을 받았던 과거의 게임이 현재에 와서 혹평을 받는 경우는 없다. 오히려 MSG가 더 해져 전설이 되어갈 뿐이다. 

게임 퀄리티만 보면 10년이 지나도 뛰어날 듯

현재로선 라오어2는 앞으로 출시될 너티독 게임에도 악영향을 줄 정도의 게임이 됐다. 솔직히 엠바고 해제 전 이구동성으로 극찬했던 메이저 게임 매체들처럼 대중의 생각이 미래에 찬사로 바뀔지는 지금으로선 전혀 상상되지 않는다. 

지금도 너티독은 매일 욕을 먹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고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가진 개발사가 이런식으로 사라지는 걸 원하는 게이머들은 없다고 본다. 미래의 평가를 바뀌길 기대하기보다는 새로운 작품으로 과거의 논란을 지울 수 있는 정면돌파를 택해 게이머들에게 다시 한번 찬사를 받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것은 엘리만이 아니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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