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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게임] 아이덴티티를 버린 수집형 RPG, '테일즈 오브 크레스토리아'

올드 유저에게 기억에 남는 롤플레잉 게임이 있는지 물어보면, 보통 시리즈로 나온 대작 게임들을 떠올리게 된다. ‘울티마’ 시리즈나 ‘위저드리’ 시리즈로 시작해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판타지 스타’ 시리즈 등 수많은 게임들이 있다.

그 중에 하나로 꼽을 수 있는 시리즈를 더 부각시켜서 얘기한다면, 바로 ‘테일즈 오브’ 시리즈가 있다. 지난 1995년, 일본의 개발사 남코는 슈퍼패미컴과 플레이스테이션 등 여러 플랫폼으로 RPG인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를 출시했는데, 그것이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시작이었다.

그동안 출시된 테일즈 오브 시리즈만 해도 무려 40여개가 넘을 만큼 많은 게임들이 나왔지만, 그중 전 세계적으로 흥행한 게임은 극소수에 불과해 전형적인 일본 내수형 RPG로서 발전해왔다.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하면 액션을 기반으로 한 자유도 높은 전투 시스템과 다양한 수집 요소, 그리고 캐릭터의 개성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각 캐릭터가 어우러지는 스토리는 덤이다. 이러한 특징들을 담아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는 지난 7월 16일 모바일 플랫폼으로 25주년을 맞은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최신작을 출시했다. 바로 ‘테일즈 오브 크레스토리아’다.

 

■ 오리지널과 크로스오버가 합쳐진 게임, 테일즈 오브 크레스토리아

먼저, 이 게임의 세계관을 정리해둘 필요가 있다. 테일즈 오브 시리즈는 보통 완전한 오리지널 세계관이 적용되는 오리지널 시리즈와 역대 테일즈 오브 시리즈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하나의 세계관이 모이는 크로스오버 시리즈로 나뉜다. 

그런데 테일즈 오브 크레스토리아는 두 형식을 하나로 합친 모양새다. 오리지널 세계관과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역대 시리즈의 캐릭터들도 등장해 주인공을 도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게임은 카나타 휴가, 미세라, 비셔스, 이지스 알바, 유나 아제타, 오우렌 그란버그 등 6명의 신규 캐릭터를 중심으로 게임이 진행된다. 하지만 서포트 역할을 하는 키 캐릭터로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의 리온 매그너스, ‘테일즈 오브 레젠디아’의 세넬 쿨리지, ‘테일즈 오브 디 어비스’의 루크 폰 파브레, ‘테일즈 오브 베르세리아’의 벨벳 크라우, ‘테일즈 오브 엑실리아’의 미라 맥스웰, ‘테일즈 오브 판타지아’의 크레스 알베인 등 8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게임에 나오는 세계는 모든 사람들이 비전 오브라는 일종의 블랙박스 개념의 장치를 의무적으로 갖고 있게 된 세계다. 주인공인 카나타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아원에서 자란 미세라를 짝사랑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카나타는 미세라를 팔아넘기려는 아버지를 막기 위한 상황을 맞이하고, 카나타는 서로를 구하기 위해 노력하다 실수로 아버지를 살해하는 죄를 짓고 만다. 이에 카나타는 죄의 각인이 새겨진 토가비토(咎我人)가 되어 집행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이로 인해 기나긴 여행이 시작된다는 기본 스토리를 갖고 있다.

 

■ 원래 액션 RPG였던 테일즈 오브 시리즈, 하지만 이번엔 수집형 RPG다

이 게임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애니메이션을 방불케 하는 오프닝이다. 게임을 시작하고 계정명을 설정하게 되면 1.4기가의 추가 다운로드를 진행하는데, 이때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특징인 화려한 애니메이션 오프닝을 감상할 수 있다. 이 부분은 기존의 테일즈 오브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아이덴티티이기도 하다.

유명 일러스트레이터들이 구성한 캐릭터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은 상당히 높은 퀄리티를 보여준다. 오프닝은 물론 스토리 모드 도중에도 중요한 장면에서는 애니메이션이 재생된다. 

인게임 그래픽은 캐릭터 일러스트를 기반으로 풀 3D 모델링으로 구현된 고퀄리티의 캐릭터들이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캐릭터 자체의 그래픽은 좋은 편이며 스킬 이펙트나 움직임도 평균 이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스토리 모드의 모든 대화는 유명 성우의 음성으로 더빙이 되어 있어 만족감을 준다.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특징을 앞서 얘기한 만큼 원래는 리니어 모션 배틀 시스템이라고 불리던 것처럼 액션을 기반으로 한 게임이다. 하지만 테일즈 오브 크레스토리아는 모바일 게임에서 많이 쓰이고 있는 수집형 턴제 RPG로 만들어졌다. 

전투에 돌입하면 유저와 적 중 어느 한 쪽이 먼저 턴을 시작하게 되는데, 4명의 캐릭터 중 원하는 캐릭터를 선택해서 공격을 할 수 있다. 4명이 공격을 다 하게 되면 적에게 턴이 넘어간다. 캐릭터마다 민첩 개념이 있어서 적과 나의 턴이 캐릭터마다 달라지는 수집형 RPG와는 다른 개념이다.

파티에는 최대 4명의 캐릭터를 넣을 수 있고 서브 멤버로 2명의 캐릭터를 넣을 수 있다. 전투 도중 체력이 다해 싸울 수 없을 때 서브 멤버가 투입된다. 파티 멤버는 유저의 캐릭터를 넣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다른 유저의 캐릭터 한 명을 데려와 서포트 개념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게임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캐릭터와 몬스터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불-땅-바람-물, 그리고 빛-어둠 등의 속성이 순환 방식의 상성을 가지고 있어 공격에 대한 어드밴티지가 주어진다. 물론 중립 속성도 있어서 어떤 속성에 영향을 받지 않기도 한다. 또한 전투 타입도 다양하다. 한손검, 장검, 단검, 쌍검, 격투, 총, 지팡이, 창, 도끼, 음악, 활, 망치, 지원 등을 갖추고 있다. 

게임의 큰 흐름은 스토리 모드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스테이지에 들어갈 때마다 AP를 소모하게 되는데, 3분에 하나씩 충전되는 만큼 큰 부담은 없다. 스테이지에 입장하면 이벤트가 발생하며 스토리를 보여주고, 이것이 끝나면 전투가 진행된다. 스테이지 중에서는 전투를 하지 않고 스토리만 전달하는 스테이지도 존재하며, 이 스테이지는 AP를 소모하지 않는다.

또 전투에 들어가기 전 음식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데, 모든 멤버들에게 특별한 효과를 주는 소모성 아이템이다. 필요에 따라 사용하면 된다. 테일즈 오브 시리즈를 상징하는 시스템 중 하나가 요리인 만큼 여기에도 반영이 되어있다. 하지만 음식의 활용도는 크지 않은 편이다.

각 캐릭터는 등급에 따라 공격 능력이 다르다. SR 등급까지의 캐릭터는 한 가지의 기본 공격과 두 가지의 스킬을 가지고 있고, SSR 등급의 캐릭터는 기본 공격과 2가지 스킬에 더해 한 가지의 스페셜 스킬을 가지고 있다. 

스페셜 스킬은 전투가 벌어지면서 쌓이는 오버 리미트 게이지가 꽉 찼을 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시 컷인 연출과 함께 화려한 액션이 함께 보여진다. 또 캐릭터의 기본 스킬에는 필요 턴 수가 있는 만큼 적절한 사용 타이밍을 고려해야 한다.

각 스테이지마다 별이 있는데, 이것은 정해진 목표다. 3개의 목표를 모두 달성하면 별이 채워져서 보상을 받게 된다. 이것은 여타 수집형 RPG에서 적용된 것들과 동일하다.

 

■ 수집형 RPG라도 차별점을 두다...장비 개념과 커스터마이징

보통 수집형 RPG라고 하면 불변의 요소들이 있다. 캐릭터 수집과 장비 수집이다. 또 캐릭터가 많은 만큼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기는 매우 어려웠다. 그런데, 테일즈 오브 크레스토리아는 이러한 요소에서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먼저, 다른 수집형 RPG와 다른 이 게임만의 특징 중 하나는 캐릭터에 장비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장비 아이템 개념으로 캐릭터마다 하나의 메모리아 스톤을 장착해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캐릭터를 얻는 방법은 바로 이 메모리아 스톤을 획득하는 것이다. 소환을 통해 해당 캐릭터의 스톤을 획득하면 캐릭터가 함께 획득하게 된다. 

메모리아 스톤은 각 캐릭터의 모습이 새겨져 있는데, 꼭 그 캐릭터에 사용해야만 하는 건 아니다. 각 스톤마다 다른 패시브 능력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속성과 전투 타입도 정해져 있는 만큼 해당 타입에 부가적인 능력치를 주는 것들이 많고, 그 외에 공격력이나 오버리미트 게이지 증가, 독성 부여 등의 부가적 능력을 얻는다. 

즉, 캐릭터에 일치하는 메모리아 스톤을 쓰는게 제일 효율적이지만, 때로는 다른 메모리아 스톤의 능력이 필요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이 스톤은 레벨이 있어서 성장을 할 수 있는데, 다른 메모리아 스톤을 먹여서 성장시킬 수 있다. 필요없는 메모리아 스톤이 있다면 주요 스톤의 성장 재료로 활용하면 된다. 그리고 이 스톤 역시 캐릭터처럼 강화와 승급이 가능해 캐릭터와 동일시되는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렇게 메모리아 스톤에 성장이 집중돼 있다고 해서 캐릭터는 성장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전투로 얻는 경험치는 물론 게임에 나오는 재료를 통해 레벨을 올릴 수 있고, 스킬도 성장시킬 수 있다. 그리고 재료를 모아 레벨 제한을 푸는 초월과 등급을 올리는 각성이 있는데, 이 각성은 해당 캐릭터의 메모리아 스톤을 사용하면 가능하다.

이 게임의 또 하나의 특징은 캐릭터의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보통 수집형 RPG는 등장 캐릭터가 너무 많기에 스킨 교체 이외에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 게임은 캐릭터마다 커스터마이징 요소를 넣어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한 부분은 머리, 눈, 얼굴, 턱, 목, 어깨, 팔, 가슴, 등, 꼬리 등 10가지이며, MMORPG급의 디테일한 커스터마이징은 아니지만 획득한 아이템을 각 부분마다 장착할 수 있는 개념의 커스터마이징이어서 충분히 개성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캐릭터가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님을 참고하자.

게임의 핵심 콘텐츠인 스토리 모드는 메인 스토리와 사이드 스토리가 존재하며, 메인 스토리는 노멀, 하드, 베리하드 난이도가 있다. 그래서 난이도를 높여 도전하면 성장에 비롯한 다양한 재료들을 모을 수 있다.

그리고 이 게임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는 스토리 모드 이외에 일정 기간만 진행되는 이벤트 던전의 성격인 한정 퀘스트를 비롯해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재료 수집을 위한 파워업 퀘스트와 게임 내 재화인 갈드를 모을 수 있는 갈드 퀘스트, 탑을 등반하는 콘텐츠인 팬텀 타워 등이 있다.

그 외에도 비동기 PvP 모드인 아레나와 최대 20명의 유저가 함께 거대한 보스를 함께 공략하는 레이드 콘텐츠가 있다. 그리고 길드 콘텐츠는 아직은 커뮤니티 정도의 역할만을 하며 향후 길드 레이드의 추가 가능성이 엿보인다.

또한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역사와 캐릭터, 애니메이션들의 정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테일즈 오브 히스토리’도 있어 팬들에겐 소소한 선물이 되고 있다.

 

■ 시리즈 입문자에게는 좋은 게임....뒤처진 시스템과 원작 핵심요소 버린 건 아쉬워

이처럼 테일즈 오브 크레스토리아는 새로운 스토리와 캐릭터는 물론 과거에 등장했던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여러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팬이라면 추억을 되새기며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다소 무거운 스토리이긴 하지만 내용만큼은 무리수가 없는 긍정적인 흐름으로 전개된다.

하지만 시스템적인 부분에서는 국내에서 접할 수 있었던 수집형 RPG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다. 많은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만큼 뽑기에 대한 피로도가 상당히 크고, 캐릭터는 등급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상당한 과금 유도를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SSR 등급만 스페셜 스킬이 있다는 것은 격차가 상당히 크게 다가온다.

스토리도 중요한 요소 중 하나지만 영어와 일본어만 제공되는 만큼 언어의 압박으로 인해 제대로 된 게임을 즐기기가 힘들다. 심지어 채팅에서도 한글 지원이 되지 않아 레이드를 할 때 한국 유저와 만나더라도 한글을 쓸 수 없다. 한국에 정식 출시된 것이 아니기에 영어와 일본어만 지원하고 있다.

수집형 RPG인 만큼 스테이지에서 나오는 성장을 위한 재료 파밍을 하려면 반복 전투가 필요할 때가 있는데, 이에 대한 배려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자동 반복 전투나 전투 완료 티켓 등의 요소가 없이 무조건 수동으로 전투를 재시작해야 한다. 

그래픽 퀄리티 부분에서는 과거 스마트폰으로 나왔던 테일즈 오브 레이즈보다는 훨씬 높아졌지만, 그동안 콘솔에서 보여준 테일즈 오브 시리즈에 비해서 퀄리티는 낮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게임의 요구 스펙이 높아서 움직임이 느려지고 열이 많이 발생한다는 반응이 많다. 게임의 최적화가 아직 이뤄지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무엇보다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핵심 재미였던 액션 요소를 완전히 버린 게임으로서 매출은 어느 정도 올라올지언정, 스마트폰에서 테일즈 오브 시리즈만의 게임성을 기대한 유저들에게는 이도저도 아닌 게임이 되어버렸다. 다음에 나오는 테일즈 오브 시리즈의 스마트폰 게임은 원래의 액션 요소가 반영되는 게임으로 나오기를 기대한다.

박상범 기자  ytterbia@gamev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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